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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ul 02. 2021

요양시설에서는 하루종일 무엇을 할까?

치매환자를 위한 비약물 치료

  요양시설에서는 치매환자를 위한 비약물 치료를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은 여럿이서 참여하기도 하고 소그룹으로 진행할 수 도 있으며 1대 1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룹으로 진행 방식은 대게 레크리에이션과 유사하다. 진행자가 여러 참여자들 앞에서 체조나 게임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혹은 색칠을 하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한다.  개인 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운동기구를 통한 운동이나 그룹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려운 대상자들을 위해 진행이 된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지원을 제외하고 사실 요양시설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계획단계에서 목적과 목표 등이 있다. 대부분의 목표는 인지기능의 유지이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인지기능의 저하를 예방하는 것이다. 머리나 신체 등을 자주 사용하면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떠한 활동이 얼마나 인지기능 예방에 기여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각 질병에 맞는 약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인지기능 저하의 특징별로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은 다르다. 하지만 개별 인지기능의 저하 정도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이 프로그램이 기억력 저하를 예방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라고 말하기 매우 어렵다. 일부 논문에서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있지만 사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도이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의 목표나 수행 정도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요양시설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시행하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참여자들의 선호와 참여율 등을 기반으로 해서 프로그램을 편성하게 된다. 참여율이 높은 프로그램은 좋은 프로그램이고 참여율이 낮은 프로그램은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 된다. 예를 들어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검증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참여율이 낮으면 결국은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 된다.  프로그램의 선호와 참여도는 결국 흥미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참여도 높은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목적이 인지기능 유지에서 긍정적인 감정상태 유지로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인지기능 유지 여부와 비교했을 때 보다 측정하기 용이하며 보다 직관적으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치매환자가 긍정적인 감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험적으로 돌아보면 치매환자가 기분이 좋을 때는 당연히 문제행동의 비율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기분이 좋으면 돌봄제공자의 요청에 보다 쉽게 응하고 거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돌보기가 더 쉬워진다. 즉,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프로그램 목적은 보다 정확하면서도 효과적인 목표이다. 


  치매환자를 위한 무언가 활동을 한다면 일반가정에서는 이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실제로 문제가 되는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은 대부분 분노, 짜증,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이루어진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그러한 문제행동이 줄어들 뿐 아니라 조절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목적은 확실하지 않은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긍정적인 감정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요양시설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가정에서도 치매환자를 돌볼 때의 목표는 치매환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 과정 중에 다칠 위험이 적어야 하며, 돈이 많은 비용이 들어서도 안되고, 돌봄 제공자의 노동강도를 너무 높여서도 안된다. 


 반복적으로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면 그 목적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냥 살기 위해서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목표의식을 갖는 것은 스스로를 동기 부여하고 성취감을 갖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치매환자와 시간을 보낸다면 치매환자를 기분 좋게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는 것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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