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과학이 맞다. 나는 사람의 첫인상을 보면 대충 어떤 사람인지가 파악이 되곤 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첫인상부터가 맘에 들지 않았다. 왠지 뒤로 남의 것을 조금씩 빼앗아 갈 것 같은 인상. 왠지 정이 가지 않는 얼굴이었다.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긴 싫었는데, 마흔을 넘게 살다 보니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이다.
야심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하는 모든 것에서 다 잘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야심이 너무 커져버린 나머지 나중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그런 야심가득한 자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약자이다. 왜냐하면 약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야심가가 약자의 소중한 것을 뒤에서 스리슬쩍 해도 대중에겐 큰 파장이 일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에게는 약자의 그것이 '지우개 똥'만도 못하는 아주 작은 것으로 여겨진다 할지라도, 야심가에게는 좋은 사냥 거리가 된다. 왜냐하면 야심가는 지우개 똥을 가지고도 사기를 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의 신뢰를 사고 있는 야심가가 약자에게서 훔친 지우개 똥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그 물건은 잘 팔린다. 사람들은 야심가가 훔쳐서 포장해 놓은 그 물건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야심가의 권력을 숭배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게 고작 지우개 똥인데 뭐가 대수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당해봐야 안다. 누구든지 자기 입장이 되어 닥쳐봐야 그제야 이해가 더 쉽게 된다. 빼앗긴 자에게 지우개 똥은 일확천금으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그건 아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가 쉽지 않은 것을 마음으로, 진심으로 무언가를 꺼내놓았을 때는 적어도 배려라는 게 있어야 했다. 약자의 것을 뺏어가기 전에 야심가는 그래도 한번 더 생각해보았어야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개개인은 여러 개의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마음속에는 능구렁이처럼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남의 일용할 양식을 뺏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쫌 깨림찍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사는 게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인간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가족과 친구처럼 주변에 자신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넓은 우주를 생각하면, 인간은 정말 한없이 작은 존재이고, 지구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부딪혀 복닥거리는 일이 어느 순간 무의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상처에 에너지를 뺏기고,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시간에 인간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게 내가 지구에서 사람과 살아가면서 사람에게서 배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