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네가 태어난 날

by 전략가 김재훈

오늘 딸아이가 세 살이 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딸, 생일 축하해" 하고 귓가에 속삭였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며칠 전부터 매일 아침 그 말로 시작했다. 생일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 좋은 날이라는 건 아는 것 같았다. 그 얼굴이 너무 예뻐서 아침부터 괜히 코끝이 찡했다.


세 살. 고작 세 살인데, 이 아이가 내 삶을 이렇게 많이 바꿔놓았다.


생일 선물을 뭘로 할지 한참 고민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장난감 매장 앞에서 이것저것 집어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블록도 보고, 인형도 보고, 자전거도 봤다. 그런데 고르면 고를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세 살짜리 아이가 원하는 것이 과연 장난감일까.


집에 돌아와 아이를 보니 답이 보였다.

아이는 내 옆에 딱 붙어 앉아 뭔가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림을 그렸다며, 블록을 쌓았다며, 노래를 부른다며. 나를 보고 싶어 했다. 같이 있고 싶어 했다. 그게 전부였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아빠의 시간이다.

비싼 장난감도 좋다. 예쁜 옷도 좋다. 하지만 그것들은 금방 싫증이 나고, 금방 잊혀진다. 반면 아빠가 바닥에 앉아 같이 블록을 쌓아준 기억, 아빠가 웃으며 노래를 같이 불러준 기억, 아빠가 번쩍 들어 올리며 "우리 딸 생일 축하해"라고 해준 그 순간은 다르다. 말로 기억하지 못해도, 몸이 기억한다. 따뜻했다는 것을.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정직하다. 진짜 원하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세 살의 소원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어릴 때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일날 온 가족이 모여 케이크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던 그 장면은 기억한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던 냄새가 기억난다. 아빠가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해주던 그 손의 무게가 기억난다.


선물은 잊혀도, 사람은 남는다. 물건은 낡아도, 기억은 남는다.


오늘 나는 딸아이에게 작지만 나름 기념이 될 만한 장난감도 샀다.


당연히. 세 살이니까. 포장지를 뜯는 그 순간의 눈빛을 보고 싶었으니까. 그 설렘도 생일의 일부니까.

하지만 진짜 선물은 따로 준비했다. 오늘 하루 핸드폰을 멀리 두기로 했다. 급한 연락이 아니면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시간을 온전히 이 아이에게 쓰기로 했다. 같이 케이크를 만들고, 같이 노래를 부르고, 같이 바닥에 누워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것이 세 살 딸에게 아빠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세 살 생일 축하해, 우리 딸.

네가 태어난 날, 아빠도 아빠로 태어났어. 그리고 매년 네 생일마다 아빠는 조금 더 나은 아빠가 되고 싶어진다. 그게 네가 아빠한테 주는 선물이야. 오늘 하루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항상 네 옆에 있을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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