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순위

by 전략가 김재훈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딸아이 생일 딱 3일 후. 처음엔 이게 좋은 줄 알았다. 생일이 몰려 있으면 왠지 더 풍성할 것 같고, 축제 분위기가 길게 이어질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딸아이 생일에 온 마음을 쏟고 나면, 3일 후 아내 생일이 왔을 때 다시 그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게 쉽지 않다. 감정도 체력도 조금 소진된 상태에서 맞이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소홀해질 수 있다. 그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 나는 의도적으로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새벽에 아내가 운동을 나간 사이, 나는 주방에 섰다.

야심차게 준비해둔 양지 소고기를 꺼냈다. 미역을 불리고, 소고기를 볶고, 물을 붓고, 불을 줄였다. 혼자 끓이는 미역국이라 사실 긴장이 됐다. 간이 맞는지 몇 번이나 맛을 봤다. 딸아이 미역국을 끓인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또 끓이니 이제 미역국 장인이 다 된 것 같기도 했다.


운동을 다녀왔더니 아내가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조심스럽게 내색했다. 아무리 그래도, 미역국은 새로 끓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 이런.


주방에 딸아이 미역국이 조금 남아 있었다. 아내는 그것을 데워줄 거라 생각했나보다. 내가 새벽부터 새 미역국을 끓여놨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주말 내내 같이 있었으니 준비할 틈이 없었을 거라 짐작했을 것이다.

'나름 준비했는데.'

그 서운함을 속으로 삼키며 웃었다. 됐다.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까.


나에게 우선순위를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아내다.

딸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딸아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이 가정도, 이 아이도 없었다.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내가 1순위다.


나중에 딸아이가 자라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혹시 서운해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네가 서운해 하는 그 마음, 나중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거야."


가족 안에서 우선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가족은 순위로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도 아내가 서운해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이유 없이, 그냥.


그게 사랑인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있다.

배우자를 잘 챙기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르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내를 1순위로 두는 것이 결국 딸아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딸아이야, 서운해하지 마라.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너도 사랑받고 있으니까.


미역국이 식기 전에 이 글을 마쳐야겠다.


곧 나의 1순위가 집에 올 시간이다. 따뜻하게 데운 미역국과 함께, 오늘은 아내의 하루가 됐으면 한다. 딸아이 생일 축제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이 집에서, 오늘만큼은 오롯이 아내의 생일이 되길.


생일 축하해, 여보.

당신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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