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루 하나가 내 아침을 바꿨다

by 전략가 김재훈

강황을 처음 먹기 시작한 건 인도에서였다.

처음엔 그냥 카레 안에 들어있는 노란 가루 정도로만 알았다. 인도 사람들이 거의 모든 음식에 넣는 그것. 달걀에도 넣고, 밥에도 넣고, 심지어 우유에도 넣는 걸 보고 처음엔 솔직히 의심했다. 저게 맛있어서 넣는 건지, 아니면 그냥 습관인 건지.


그런데 5년을 살다 보니 알게 됐다. 인도 사람들이 강황을 먹는 건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강황은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존재였다. 아프면 강황, 피곤하면 강황, 염증이 생기면 강황. 동네 할머니부터 의사까지 입을 모아 강황을 얘기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한국인의 피가 그랬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됐냐고.


그런데 진짜였다.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항염증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력 강화, 소화 촉진, 항산화 작용까지. 수천 년 전부터 인도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에서 핵심 재료로 쓰여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대 과학이 뒤늦게 따라와서 "이거 진짜 좋은데?" 하고 확인해주고 있는 중이다.


인도 할머니들이 수백 년 앞서 알고 있던 것을 우리는 이제야 논문으로 증명하고 있다. 가끔 오래된 것이 정답인 경우가 이런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강황을 계속 먹고 있다.

아침에 따뜻한 물 한 잔에 강황 가루 반 스푼, 레몬즙 조금, 꿀 조금. 골든 밀크라고도 하고, 강황 라떼라고도 하는 그것. 처음엔 색깔이 너무 강렬해서 망설였다. 컵 안에 노란 물이 담겨 있으면 왠지 먹기가 꺼려진다. 그냥 시각적으로.


그런데 마시고 나면 이상하게 몸이 가볍다. 위가 편안하다.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마시게 됐다.


강황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노란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옷에 튀면 끝이다. 세탁해도 안 지워진다. 인도에서 카레를 먹다가 흰 셔츠에 튀긴 적이 있었는데, 그 셔츠는 결국 카레 전용 셔츠가 됐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강황 가루를 다루다 보면 어느새 도마도, 손도, 싱크대도 노랗게 물든다. 우리 집 도마가 요즘 살짝 노란빛을 띠고 있다. 강황을 먹고 있다는 증거다.


강황이 몸에 좋다는 건 이제 많이들 안다.

그런데 막상 꾸준히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맛이 익숙하지 않고, 냄새가 강하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좋은 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 이게 건강뿐 아니라 삶의 많은 영역에서 우리가 하는 짓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거리. 그 거리를 좁히는 것이 결국 습관이다. 강황 한 스푼이 그 작은 연습이 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노란 물을 한 잔 마셨다.

맛있냐고? 솔직히 처음엔 아니었다. 지금은? 없으면 아쉽다. 그게 습관의 힘이다. 인도 할머니들이 괜히 수천 년을 마신 게 아니었다. 좋은 것은 대부분 처음엔 낯설다. 그래도 계속 하다 보면, 어느 날 없으면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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