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 18일: Classical Literature
12월을 위해 골라놓은 31편의 영화들 중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꽤 있다. 이미 언급한 영화들 중에도 '초콜릿 천국',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늑대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미저리' 등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고, 앞으로 언급될 영화들 중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작품을 굳이 '고전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모아놓은 것은, 그저 개인적인 느낌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을 충실하게 영화화했기 때문에 선정한 게 아니다. 그저 31편의 영화를 모아놓고 봤을 때, 이 두 작품만이 '고전 문학'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나에게 상기시켰을 뿐.
감독 캐럴 리드 Carol Reed
각본 버논 해리스 Vernon Harris
원작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출연 마크 레스터 Mark Lester, 론 무디 Ron Moody, 올리버 리드 Oliver Reed, 샤니 월리스 Shani Wallis, 잭 와일드 Jack Wild
구빈원에서 태어난 어린 올리버는, 단직 죽을 좀 더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장의사에게 팔려가 장례일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청년 노아의 놀림으로 다툼을 하고, 지하에 갇힌다. 우연히 창살이 열리는 것을 발견한 올리버는 그곳을 탈출해 걸어서 런던까지 간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는 올리버는 우연히 '아트풀 도저'를 만난다. 그는 소매치기로, 패긴이 이끌고 있는 어린이 소매치기단의 일원이다. 도저는 머물 곳을 제공하겠다며 올리버를 패긴에게 데려가고, 패긴은 그를 받아들인다. 올리버는 첫 임무를 수행하러 도저와 그의 일행을 따라나선다. 도저와 그의 일행이 한 신사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치는 동안 올리버는 뒤에서 그들을 지켜본다. 그러나 소매치기 일에 익숙하지 않은 올리버는, 도저 일행이 지갑을 훔쳐 도망간 후에도 머뭇거리고 자리를 지키다, 신사에게 들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는다. 상황이 두려워 도망치던 올리버는 결국 경찰에 의해 쫓기다 잡히게 되고, 다행히 소매치기 순간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에 의해 누명을 벗는다. 신사는 불쌍한 올리버를 집으로 데려가 새 옷을 입히고 먹을 것을 주며 새 보금자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패긴과 그의 동업자인 빌 사익스는 올리버가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설할까 두려워 그를 납치해 오기로 하고, 사익스의 여자 친구인 낸시를 시켜서, 책방으로 심부름을 하러 가던 올리버를 납치한다.
2019년 1월 1일 런던에 갔다. 오후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호텔방에 있던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 이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영화의 시작이 추운 겨울인 것을 빼고는 딱히 겨울 느낌이 나지 않는데도, 희한하게 이 영화는 겨울에만 떠오른다. 어린아이가 슬픔과 역경을 딛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에 그 따스함이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일까. 이 작품의 원작인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1837년부터 1839년까지 '벤틀리 잡지'라는 월간지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이는 디킨스의 두 번째 장편 소설로, 그는 연재를 마치기 전인 1938년에 소설 전체를 완성하여 연재가 끝나기 전 출판하게 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디킨스는 이 소설을 통해 1830년대의 영국 사회문제를 다루며 선과 악, 악을 이기는 선한 사람들을 그려냈다. 영화에는 원작 소설과 다른 부분이 몇 부분 있지만, 그 틀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1960년 무대에 올려졌던 동명의 뮤지컬을 바탕으로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곡 중에는 이미 우리 귀에도 익숙한 곡들이 많다. 'Food, glorious food'나 'Where is love'가 그런 곡들 중 하나. 댄스 시퀀스도 매우 방대해서 'Consider youself'나 'Who will buy' 같은 곡들은 촬영에 수 주가 소요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올리버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 마크 레스터는 노래를 잘하지 못해서, 영화의 음악 편곡자였던 죠니 그린의 딸이 노래를 대신 불렀다고 한다.
감독 데이비드 린 David Lean
각본 로버트 볼트 Robert Bolt
원작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Boris Pasternak
출연 오마 샤리프 Omar Sharif, 줄리 크리스티 Julie Christie, 제랄딘 채플린 Geraldine Chaplin, 알렉 기네스 Alec Guinness
어린 유리 지바고는 부모님을 여의고 부모님의 친구인 그로메코 부부와 함께 살게 된다. 이후 유리는 시를 가슴에 품고 있는 의과 대학생이 되고, 그로메코 부부의 딸인 토냐와 약혼한다. 한편, 열일곱 살의 라라는 의상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어머니의 연인인 코마로프스키와 묘한 관계에 빠지고, 이를 안 어머니는 자살을 시도한다. 라라의 어머니를 치료하러 온 의사는 유리 지바고를 데리고 오고, 이곳에서 유리는 처음으로 라라를 목격한다. 이후 라라는 코마로프스키에게 러시아 혁명에 가담하고 있는 파샤와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코마로프스키는 파샤와의 결혼을 만류하며 그녀를 강간한다. 라라는 참담함을 느끼며 코마로프스키를 죽이고자 파샤가 맡겨놓은 총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간다. 파티에서 유리와 토냐의 결혼 발표가 있던 바로 그 순간, 라라는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밖에 못 쓰겠다. 사실 주 내용은 유리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제대로 대면하는 장면까지 가지도 못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인 데다 영화 상영시간이 200분 가까이 되는지라, 그 이상을 요약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원작인 동명의 소설은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1957년 이탈리아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 소련은 그의 작품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러한 이유로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구상하며 제목을 '소년 소녀들'이라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과 내전을 거치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이야기가 되었다. 책을 아직 읽지 않았기에 원작과 영화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책이 가진 입체성을 영화가 온전히 따라가지는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으로도 다 담아낼 수 없는 분량이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는데, 한 번도 영화의 내용에 마음이 가거나, 정서적으로 동요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이었다. 온통 하얗게 얼어붙은 모스크바의 거리와 건물, 하얀 설원 위를 하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기차, 기차 밖으로 보이는 한겨울의 밤하늘, 이글루인지 집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하얗게 얼어붙은 시골의 집 등 겨울의 환상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가득해서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았다. 겨울의 환상을 직접 경험하기에는 추위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유독 겨울의 이미지를 보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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