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만다꼬’ 인증 밴드의 1주년 되는 날이었다.
‘만다꼬’는 ‘괜스레 뭐 하려고~’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로 내가 주인장이 되어 운영하는 미션 인증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인증 미션은 매일 7천보 이상을 걷고 각자 미션 1가지를 더 수행해야 한다.
맨 처음 인증 밴드를 결성하자고 꼬드기자 친구의 반응은,
‘아니, 그냥 편하게 살어~ 뭐 하려고~.” 하며 반색했었다.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를 위해 일단 시작만 해보자는 의미를 담아 밴드 이름으로 그렇게 지었는데, 여태 1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모든 것에는 생명 주기가 있는 것 같다.
만다꼬~라며 반색하던 친구는 오히려 건강이 좋아져서 장복하던 약을 반으로 줄이는 효과를 보면서 매일 1만보를 인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점점 인증률이 떨어지는 중이다. 특히 주인장인 나부터 7천 보를 못 채우고 인증하는 날이 3일에 한 번꼴인 데다 빼먹기까지 하고 있다.
직장 다닐 때는 점심 먹고 동료들과 수다 떠는 재미에 매일 걷다 보니 7천보 달성률이 100퍼센트에 가까웠다. 오히려 자유시간이 더 많아진 휴직자 생활을 살아보니 혼자 점심을 먹고 밖에 산책하러 나간다는 것이 무슨 큰 결심이 필요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좀 있다가 가지 뭐~’ 하다가 또 미루고는 ‘에잇~ 저녁 먹고 가면 되지.’ 하다 결국 하루 3천 보도 걷지 않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나를 유일하게 걷게 만드는 이가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함께 걷는 내내 거의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아도 눈치 볼 필요 없고, 대화가 끊어질까 불안해할 필요 없는 최상의 산책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산책하지만 서로 각자가 원하는 산책 목적을 가진다. 남편은 주로 영어 방송을 듣고 나는 주로 자연경관을 보거나 법문을 듣는다. 그렇지만 산책로 방향은 함께 결정하고 중간중간 하게 되는 스몰토크가 시작되면 자기 일을 멈추고 기꺼이 나눈다.
젊어서는 부부는 뭐든 함께 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주말부부의 짐을 떠안기는 남편을 원망하며 살았었다. 25년 부부생활을 해보니, 부부는 나란히 걷는 산책처럼 함께 있지만 각자가 원하는 삶을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사이가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