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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Sep 16. 2023

정원지기의 은밀한 행복 나누기

나눔의 행복과 감사

요즘, 봄 여름 키웠던 꽃들로 소품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몇 명 되진 않지만, 오래된 지인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우선순위로 드리고 있다. 정원을 가꾸며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최근 깨닫게 되면서, 이를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는 중이다.




그동안 정원을 가꾸며 "나만 보고 좋아하는 정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종종 했다. 사계절의 꽃이 다양하게 피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수동적으로 즐기기만 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좀 더 생산적으로 발전하고 싶어 정원 꽃들로 다양한 소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꽃의 아름다움도 재창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내 안에 창의력이 있음을 발견하고, 좀 더 잘 하고 싶어 일주일에 세 번 오후 시간에 몰두해서 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품은 주로 인스타 피드에 올리거나 집안에서 장식으로 사용했다. 내겐 예쁜 소품이어도 막상 남에게 선물하려면 민망해서 그동안 만든 것들은 차곡차곡 모아 놨더랬다. 아까워서가 아니다. 상대방이 예쁘다고 하더라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물건으로 내쳐지는 게 싫어서다. 내 소품을 아끼는 사람에게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랄까? 미국 내 수공업 온라인 최대 판매처인 "엣지"에 숍을 개설해 판매하라는 제안도 받았는데 그러기엔 좀 부족하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 미뤄놓은 상태다.  


그러던 차에 엄마의 안목을 인정하는 딸이 20개 정도의 선물 박스를 부탁했다. 딸이 3박 4일의 일정으로 큰 세미나의 일부 파트를 담당했는데 팀원들이 협조를 잘해서 성공리에 끝냈다고 했다. 감사해서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 작은 감사선물을 하고 싶은데 엄마의 재능을 활용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정원에 핀 꽃을 이용할 생각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곤 부담스럽지 않고 센스 있는 선물을 고민하다가 향초와 양말을 구입했다. 향초는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고, 양말은 따뜻한 위로가 생각나서다. 일단 선물을 박스에 넣고 정원에 핀 꽃과 가을 분위기 나는 시나몬 스틱으로 포장 마무리 데코를 했다. 딸은 선물 박스의 마무리가 환상적이라며 엄마의 창의성을 치켜주었다. 그 후 선물 받고 감동했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고 감사해했다. 특히 선물 박스 위의 꽃장식이 "분위기 있고 감성적이다."란 말을 전해 들었다.

  

선물박스와 꽃장식


딸의 칭찬에 용기를 얻자, 소품을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대상이 나의 오래된 친구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아트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활약했는데 타고난 미적 감각의 소유자이다. 가끔 파격적인 옷차림과 꾸밈없는 입담으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둘도 없이 센스 있는 친구이다. 나는 내 소품에 대한 그녀의 평가가 궁금했다. 그녀라면 있는 그대로 말할 것을 알기에 수국과  마른 꽃을 장식한 리스를 만들어 만났다.  


 내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그녀의 만족하고 감탄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빈티지한 느낌이 너무 예쁘다고 이사한 집에 당장 걸어 놓는다고 좋아했다. 솔직하고 까칠한 그녀의 진심 어린 반응이니 좀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고맙다고 전망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응원을 한껏 해줬다. 자그마한 리스를 선물하며 진정 기뻐하는 그녀를 보고 내가 더 행복했다.   

   

친구에게 선물한 수국리스


특별한 것 없는 재능이지만, 나만 즐기던 정원에서 생산적인 일을 함으로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원의 의미가 더욱 감사하게 다가온다. 함께 나누니 누군가가 나에게 맡겨놓은 아름다운 선물을 같이 즐긴다는 안도감도 든다. 재능은 키울수록 확장되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가을에는 은밀한 행복감을 만끽하는 중이다. 나눔을 하다 보니 좀 더 실력을 쌓아 미뤄 두었던 엣지와 소품 샵에도 진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만든 소품이 누군가에겐 정원의 아름다움을 생각나게 하고, 사랑스러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함께 정원의 아름다움을 누린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행복한 생각을 해본다.    


지인에게 선물한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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