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하늘이 푸르른 날엔, 마치 여행을 떠난 것 처럼 낯선 동네에서 자유와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 묻지 마 드라이브가 하고 싶어 진다. 고속도로 운전이 무서운 나는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하려 다가 남편에게 물어보니 흔쾌히 동행 해 준다고 한다. 우린 원두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거품 내 라떼 커피를 만들고 혹시 추울까 봐 긴팔 쉐타를 꺼내어 입고 집을 나섰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가을의 색깔로 서서히 물 들고 있고, 가을 감성에 젖은 우리는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며 평일 이라 한적한 롱 아일랜드 하이웨이 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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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물들어 가는 나무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렸을까? 고속도로에서 나와 동네로 들어갔는데 PUMPKIN FESTIVAL이라고 하는 사인판이 보였다. 인스타에서 뉴욕 식물 투어를 연재하고 있는 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이게 웬 행운인가! 하며 표지판을 따라가 보니 사방이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시골 동네의 가든센터에서 하는 호박축제였다.
시골가든센터의 호박축제 사인판
하긴 미국의 가을엔 호박이 빠질 수가 없다. 파란 하늘이나 단풍, 가을 꽃등 가을 하면 떠오르는 자연이 한국과 거의 비슷한데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호박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을이 되면 집 안팎을 호박과 국화로 장식을 하고, 할로윈에도 수요가 많아 이 맘때 쯤이면 동네 마켓이나 가든센터에서 자주 보이기도 하는데 , 우연히 방문한 축제에서 다양한 호박을 한꺼 번에 접해 볼수 있으니 너무 반가웠다
일반적으로 속을 다 파내고 껍질에 조각을 해서 불을 밝히는 할로윈 호박이나 정원을 장식하는 호박은 주황색 유럽식 호박 ( PUMPKIN )이고, 둥그렇고, 딱딱하며 세로 쪽으로 깊은 흠이 있다. 판매되는 호박은 다양하지만 주로 가정에서 장식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4.5Kg--12Kg의 호박 들이다. 처음 보면 한국의 늙은 호박과도 비슷한데 이곳에서 파는 호박은 크게 만들기 위해 첨가물 이 들어가 식용 으로는 사용 하지 않는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호박은 주로 SQUASH 라고 하고, 늙은 호박이라도 마켓에서 요리용으로 파는 것은 먹어도 괜찮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물가가 오르며 올해 호박값이 비싸졌다고 소비자들은 투덜대기도 한다.
징식용 주황색 PUMKIN
파란 하늘아래서 갖가지 호박들을 보고 나니, 가을 정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형형색색의 국화가 가든센타 한쪽에서 미모를 뽐내고 있다. 국화는 한번 사면 해마다 피고 , 꽃이 질 무렵 땅에 심어주면 해마다 커지고, 삽수를 하면 많은 분량의 국화를 볼 수 있어서 아주 고마운 식물이다. 국화를 살까? 살짝 고민하다 집에 예쁘게 피고 있는 국화들이 있어서 구입하진 않았다. 식 집사초기엔 보고 예쁜 식물 마다 다 사 가지고 와 키우느라 고생해서 지금은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요령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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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국화들
그러고 보니 펜데믹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여행을 못 다녔다. 해마다 가을 이면 방문 했던 한국도, 비행기 티켓만 사놓고 스페인도 못 갔다. 그동안 지루 하지 않고 재미 있게 산다고 여러 취미 생활과 운동 을 해도 여행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뜬금없이 아무 계획도 없이 잠시 동안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처음 가본 동네에서 생각지도 않은 호박축제도 경험하고, 가을의 아름다운 자연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나니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 여행은 거리와 상관없이 늘 설레임과 추억을 선물 해 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한결 포근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가을 하늘은 너무도 파랗고 아름 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