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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Oct 06. 2022

깨진 화분도 다시 보자

재탄생한 깨진 화분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에겐 가격의 고하를 막론하고 애착이 가는 화분이 있다.

나는 비싸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화분보다는 투박하고 꾸밈없는 빈티지 화분이 멋스러워 좋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뉴욕에서는 손으로 만든 빈티지 화분을 구하기 어려워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커네디컷에 화분을 사러 계절별로 방문하고 있다.


그렇게 모아놓은 빈티지 화분은 주로 실내에서 키우는 반려 식물을 위해 사용하는데 올여름에 처음으로 정원으로 나가서 예쁜 꽃을 심어주었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 비바람을 맞아서인지 화분에 금이 가 있었다. 멀리까지 가서 사 온 데다 내가 좋아하는 화분이기도 해서 일단 깨진 화분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비싼 것을 구입해도 맘에 안 들면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하찮은 것이라도 애정이 있는 것들을 못 버리는 습관이 있어서 며칠 동안 책상 앞에 두고 이용할 궁리를 했다.


깨지고 금이 간  화분


여러 곳을 살펴보다 소품을 만들려고 말려놓은 정원 꽃들 사이에 꽃잎이 떨어진 B급 꽃들을 모아놓은 행잉 철제 바구니가 보인다. 바로 이거다! 하며 주섬 재료들을 챙기고 디자인을 해본다. 최대한 깨진 선을 살리고  말린꽃을 부착하면 멋진 작품으로 탄생할 거 같은 생각이 들자, 아침부터 몸이 안 좋아 우울했던 기분이 사라지고 갑자기 신이 난다.  


 조금씩 부서진  B급 말린 꽃


일단 화분의 깨진 부분은 손을 다칠 염려가 있어서 말린 꽃을 잘게 부수어서 글루건을 사용해 빙 둘러 안전하게 붙여줬다. 그리고 말린 장미와 메리골드, 수국과 갖가지 꽃들을 입체감 있게 의식의 흐름대로 만드는데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이 순간은 나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힐링 시간이다. 가을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란 과 주황 꽃들을 전면으로 나오게 해주고, 화분의 깨진 면을 빙 둘러 장미와 B급 말린 꽃들을 배치했다. 빈티지 화분에 빈티지한 말린 꽃들이 들어가니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포장지를 넣어두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포장용기로 재탄생한 화분


나는 꽃이 없는 겨울에는 말린 꽃을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드느라 여러 장미와 수국, 안개꽃, 데이지 등을 조금씩 말려두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말린 꽃으로 예쁜 소품을 만들어 집안 장식도 하고, 기부도 하는 게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여름에 꽃을 따서 말리는 과정이 간혹 귀찮기도 하지만, 기꺼이 감내한다.


정원에서 키워서 말린 꽃들


기분이 우울하거나 몸이 찌뿌둥해져서 의욕이 없을 때도 이런 소소한 작업을 하고 나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냈다는 생긱에 마음이 회복되고 다시금 용기가 생기는 경험을 한다. 곁에서 말없이 나를 치유해 주고 힐링할 수 있음이 꽃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깨진 화분이 예쁘게 재탄생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살짝 깨어졌던 인간관계도 관심과 사랑을 준다면 재탄생한 빈티지 화분처럼 새로운 멋진 관계로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깨진 화분의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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