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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Aug 19. 2023

들풀에게 배운다

어울림의 힘을... 


정원을 가꾸며 힘든 것 중 하나가 잡초를 뽑는 일이다. 얼마나 잘 자라고 세력을 키우는지 뽑지 않으면 꽃밭이 잡초밭으로 되기 십상이다. 꽃과 야채는 잡초와의 기 싸움에 늘 밀린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잡초를 예리한 칼로 뿌리째 뽑아주는 게 정원지기의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 동네 산책을 하는데 공사하는 집 앞에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어수선하고 질서 없게 피어있는 잡초들 사이에 무리 지어있는 들꽃이 보였다. 흔하게 보이는 인데 자세히 보니 어린 데이지 같기도 하고 여리여리한 게 너무 예뻤다. 공사장 주인에게 이 꽃을 가지고 가도 되냐고 물으니 당연히 그러라고 해서 꽃을 한 움큼 꺾어 집으로 가져왔다.


길가에 핀 개방초


집으로 가져와 꽃 이름을 알아보니 개망초였다. 들풀이면서 잡초인데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고 길가에서 흔히 보는 꽃이다. 미국에서는 Daisyfleabane (국화과에 속하는 데이지)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는 데 반해 한글 이름이 독특해 유래를 찾아봤다. 개망초는 구한말 조선이 망해갈 때 갑자기 전국적으로 피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 철도를 건설하면서 가져온 물자에 씨앗이 묻어 흐드러지게 피게 시작한 거다. 나라가 망하는데 못 보던 새로운 꽃이 피니 사람들이 망국초라고 하다가 개망초로 부르게 됐다.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꽃인 셈이다. 


먼저 가져온 꽃을 깨끗이 정리해 주었다. 같은 계열인 데이지 말린 꽃과 정원의 라벤더를 함께 묶으니 멋스러워 라탄 바구니 안에 작은 물병을 놓고 꽃을 꽂았다. 의외로 개망초는 작고 여리여리 하지만 어떤 꽃하고도 잘 어울렸다. 장미처럼 스스로 빛나는 꽃은 다른 꽃과 조화가 어렵다. 반면 있는 듯 없는듯한 이 꽃은 어떤 꽃과도 스스럼이 없어 만들기가 수월했다.   

 

개망초로 만든 소품

  

개망초꽃을 많이 꺾어와서 부담 없이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집안 곳곳을 장식했다. 들어가는 문 옆 종위에도 달아주었는데 소박하고 자연스러웠다. 정원 벤치 위에는 철제화병에 꽂아 놓았다. 나 혼자 감탄하고 힐링하는 꽃놀이를 한참 한 후 사진으로 정리해 인스타에 올렸다. 76개의 댓글에는 한결같이 "사랑스럽다, 들풀이 다시 보인다, 새 생명 창조" 등 칭찬 일색의 글이 쓰여 있었다. 잡초 속 들풀을 지나치지 않고 예쁘게 만들어 줘서 개망초꽃이 고맙다고 하는 것 같아 애틋했다.   


다양하게 만들어 본 개망초 소품


세상의 모든 꽃은 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가 있으니 비교 불가다. 작고 소박하지만, 다른 꽃과 잘 어우러지는 들풀을 보며 난 또 하나의 삶의 지혜를 배웠다. 장미처럼 돋보이고 싶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들풀처럼 소박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지혜가 최고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평범하지만, 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이 소중하고 빛나는 건 꽃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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