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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May 27. 2023

뉴욕 사는 2년 차 정원지기의 꽃밭

오월의 꽃을 소개합니다  


올봄이 텃밭에서 정원으로 탈바꿈한 2년 차이다. 정원 첫해였던 지난해엔 의욕은 앞섰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예쁘다고 구입해서 심어보면 실망하기 일쑤였다. 심어놓은 꽃의 크기도 고만고만해서 입체감이 없고 지루해 보였다. 그래도 2년 차가 되니 꽃피는 순서도 알고, 우리 집에 어울리는 꽃을 판단하기도 수월해졌다. 올해엔 1년 차에 심어놓은 꽃들도 잘 자리 잡고 있고 새로운 식물도 들어와 정원이 조금 풍성해졌다.


정원 1년차와 2년차


두 번째 오월을 함께 하며 나와 우리 가족이 힐링한 나무와 꽃들이다.


#1 산딸나무 (Dogwood)

 "견고한 희생"이란 꽃말을 가진 더그우드나무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짊어지고 가신 십자가 나무이다. 꽃처럼 보이는 4장의 꽃받침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고 가운데에는 가시관 모양의 꽃이 있다. 십자가 모양의 하얀 잎들이 모두 하늘을 향해 있는 것도 참 신기하다.


산딸나무

 

#2 라일락 (Royal Purple Lilac)

꽃과 잘 어울리는 "첫사랑"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꽃이 많이 피고 향이 진해서 "향수 라일락"이라고도 한다. 라일락꽃이 피면 바야흐로 봄의 절정이라고 보면 된다. 수많은 별꽃이 모아져 있고, 꽃잎이 하트모양이라 더 사랑스럽다. 무리 지어 있지 않아도 아주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라일락


#3 작약 (Peony)

작약의 꽃말은 "부끄러움"이다. 오랜둥이인데 올해에도 우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진한 향기가 좋아 작약이 필 무렵엔 정원이 고급스러운 향수를 뿌려놓은 것 같다. 화려하면서도 풍성한 잎과 붉은 속살은 수줍어 보이기까지 한다.  


작약


#4 알리움 (Allium)

작은 별꽃이 모여 만든 큰 꽃 볼을 이루는데 꽃말은 아쉽게도 "무한한 슬픔"이다. 지난가을에 구근을 심어 줬는데 겨울을 잘 나고 꽃대가 올라오더니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자그마한 정원 꽃들 사이에서 존재감 있어 정원이 지루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보여 만족스럽다.   


알리움


#5 아스틸배 (Astilbe)

영국 헤리 왕자와 신부 메켄마클의 결혼식 때 부케로 쓰였다고 해서 유명해진 꽃이다. 꽃말도 이에 어울리게 "불타는 사랑"인데 작은 꽃들이 솜털처럼 피어 있는 게 모아 놓으면 아주 세련되고 멋지다. 고급스러운 텍스쳐가 하늘거리고, 감각적이다.


아스틸배


# 6 콜럼바인 (Columbine)

프릴 단 장미처럼 귀엽고 화려한 꽃이 다글다글 피는 야생화이다. 여성적이고 사랑스러운 꽃과는 달리 "승리의 맹세"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겹꽃이 미니 장미 같기도 하고 아기자기해서 5월의 화단에 아주 인기 있는 꽃이다.


콜럼바인


#7 장미 (Rose)

5월은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많은 장미의 꽃말도 하얀 장미의 "순결"부터 시작해서 사랑의 맹세, 열정 등 꽃 색깔마다 다양하다. 2년 전 추운 겨울에 꽁꽁 싸맨 장미 8그루를 사서 지난봄에 심었는데 잘 피고 있다. 나눠 심은 세 군데 중에서 남편 서재 앞에 심어둔 장미 3그루가 제일 먼저 개화했다. 두말이 필요 없는 유혹적인 아름다움이다.    


장미


오월의 정원은 내가 돌보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랑을 받은 벅찬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 새소리에 잠 깨고 이슬 내음과 반짝이는 햇살 사이로 보이는 꽃은 신선했다. 해 질 녘 불 켜진 창가의 매혹적인 장미를 보면 설렜다. 비록 얼굴은 햇볕에 그을리고 손도 거칠어졌지만, 꽃을 보며 힐링하고 복잡한 마음을 정화할 수 있어 행복했다. 고마웠던 꽃들과의 작별을 준비하며 동시에 그들을 재창조할 생각에 들뜬 2년 차 정원지기의 오월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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