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가드너 Jan 31. 2023

철 지난 달력에도 새 생명을

철 지난 달력의 신박한 활용법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말. 연초가 되면 은행 회사 교회 등에서 공짜로 주는 홍보 달력이 꽤 많았다. 핸드폰이 달력을 대신하고 인쇄비의 상승으로 최근에는 달력을 무료로 주는 곳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에 드는 달력을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데 일 년 동안 함께 할 거라 이왕이면 보기 좋고 예쁜 것을 구입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에 Paper Source라는 문구 생활용품점에서 세일해서 달력을 구경하러 갔다. 여러 달력이 있었는데 꽃 그림에 눈이 갔다. 자세히 보니 달마다 명언까지 쓰여 있어 아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그러고는 작년 한 해 동안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날짜도 보고 인스타 올리는 사진 배경으로도 잘 활용했다.


2022년 구입 달력


한 해가 지나 달력 정리를 하는데 12장의 그림과 글이 너무 아까워서 버리지를 못하고 한쪽 구석에 놔두었다. 그러다가 이 달력도 꽃을 장식해서 살려보면 어떨까? 란 생각이 들었다. 이 평범한 달력을 감성 가득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려고 여러 가지 궁리를 해봤다. 문득 작년에 달력이 있던 벽이 환하고 예뻤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터처럼 만들어 걸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목공이 취미인 남편에게 달력을 고정할 나무판 하나를 잘라달라고 부탁했다.


달력이 있는 그림을 자세히 보니 좀 밋밋해서 그 위에 말린 꽃으로 장식하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일 거 같아 시험적으로 붙여 봤는데 일단 맘에 들었다. 그림에 초록색 잎이 있으면 해서 두꺼운 남편 책 사이에 끼워놓은 각종 허브잎을 꺼내서 준비하고 모아놓은 꽃들을  붙였다.


재탄생한  철 지난 달력


점점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철 지난 달력을 재활용 쓰레기 박스에 버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 군데의 모서리 부분에 꽃을 붙여주니 일 년 동안 우리 집에서 키운 모든 꽃이 다 보인다. 달력도 정원 꽃들도 살았으니 서로 윈윈이다. 


네 모서리에 붙여 준 꽃


그림 안에는 13세기 페르시아의 신비주의자이며 시인인 LUMI 작가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LET THE BEAUTY OF WHAT YOU LOVE BE WHAT YOU DO
그대가 사랑하는 아름다움이 그대에게서 스며 나오길  


루미의 명언


난 얼마 전부터 시들고 지는 꽃을 이용해 소품을 만들고 있다. 스스로 "감성 꽃 소품 크리에이터" 호칭을 만들어 인스타 피드에도 올리고 포트폴리오도 쌓아가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원래 꽃보다 세월이 지나 말라진 꽃들이 더 쓸모가 많고 분위기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인생도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전성기도 화려했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후의 인생도 여전히 쓸모가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철 지난 달력과 마른 꽃으로 아름다운 달력이 창조되듯이, 나 또한 꾸준히 노력하고 다듬어 간다면 어딘가에서 빛난 인생이 되어 있으리란 믿음이 든다.  

                    

이전 12화 깨진 화분도 다시 보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