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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Nov 11. 2022

가을의 크리스마스트리

정원 꽃을 이용한 크리스마스트리 


11월 땡스기빙 연휴가 지나면 커다란 전나무 트리가 거리에 등장하면서 바야흐로 크리스마스트리 시즌이 시작된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나무를 구입해서 각종 오너멘트와 조명을 달아서 1달 동안 거실에 놓아두는데 올해에는 좀 바꿔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일정한 기간에 전나무를 싸서 버려야 하는데  이 또한 번거롭고, 무엇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며 한해를 조금 일찍 정리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올해 크리스마스트리는 구입을 안 하는 것으로 하고, 그 대신에 기분을 낼 수 있는 작은 트리를 만들기로 했다. 될 수 있으면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집안의 여기저기를 매의 눈으로 둘러보았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데 재료 제공을 톡톡히 해주는 작은 정원을 살피기 위해 도톰한 후드티를 입고 상쾌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밖으로 나갔다.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정원의 나무와 꽃들과 눈인사를 하며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다.  


둘러보니 정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목수국이 눈에 들어온다. 목수국은 정원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2그루를 사다가 중앙과 경계선 쪽 울타리에 심어주었는데 여름부터 가을까지 멋지게 꽃을 피워주는 나무이다. 그뿐만  아니라 물만 잘 주면 되고, 월동도 잘해서 가장 키우기 쉬운 수국 품종이기도 하다. 뿌리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올라오는 관목 형태인데 예쁜 연두색의 꽃이 피다가 가을이 되면 빈티지 색으로 변한다.  


한여름의 목수국


목수국은 라임색의 작은 꽃들이 모여 풍성한 피라미드 형태의 꽃송이가 만들어지는데 가을이 되자 자연스럽게 가을색 으로 물들었다. 흡사 목수국의 꽃 모양이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을 닮아서 이 꽃을 이용해 보기로 하고 몇 송이를 잘라 왔다. 


가을의 목수국


우선, 나만의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서 대충 종이에 디자인을 해봤다. 일단 연두색 꽃 몸통은 그대로 놔두고 집에 모아놓은 트리 소품들을 붙여보니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빨간색 열매와 화려한 반짝이 빌로드 리본을 준비한 후 목수국꽃에 글루건을 이용해 붙여 주었다. 


재료 준비


완성된 트리는 오아시스를 넣은 빈티지 화분에 심어 거실의 테이블 위에 올려주었다.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기분도 나고 귀여운데 좀 외로워 보인다. 꽃들도 나무들도 사람처럼 홀로 있으면 쓸쓸해 보여 한참 빨갛게 물든 앤드리스썸머 수국 두 송이를 잘라 와서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주었다. 미니트리 삼총사가 함께 있으니 사이좋게 보여 뿌듯하다.


수국 미니 삼총사 트리


올 한 해도 어김없이 끝나가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가 목전이다.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너무도 바쁘게 지나가 버린 기억들 때문에 올해에는 조금 일찍 소박한 나만의 트리를 만들며 한해를 정리하고 있다. 그동안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카드에 감사 편지를 쓰고, 슬픔을 당한 사람들에겐 자그마한 위로 선물을 보내고, 미웠던 사람은 용서하련다. 힘듦을 잘 참아낸 나에겐 위로를,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은 오래도록 추억하자. 


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대신에 일 년 동안 정원에서 물 주고 정성 들여 키운 꽃들로 트리를 만들어 보니, 꽃들에겐 1년 동안 감사했노라 말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스쳐 지났던 많은 일들을 여유 있게 곱씹어 보고 정리를 해보니 만족스럽다. 나만의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며 올 한 해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음에 감사하는 아름다운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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