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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Apr 08. 2023

나이 든 지금이 더 아름다운 이유

내 글이 잡지에 실렸어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브런치를 통해 이멜로 원고청탁을 받았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아주 정평있는 월간 에세이 잡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원고를 보냈고, 몇 달 지난 후 내 글이 실린 잡지를 받았다. 예쁜 책에 익숙한 글과 사진을 보자 감동과 감사가 밀려왔다. 앞으로의 삶이, 그리고 내 글이 은은한 꽃내음으로 전해지길 소원하며 다시금 용기와 반짝이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번 글은 월간 에세이 4월호에 실린 글을 제목만 바꿔 올립니다.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40년 절친이 보자마자 내게 한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보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당당하고 젊어졌단 말이다.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를 아는 오래된 친구의 평가이니 믿을 수 있겠다. 사실 요즘 나는 정원을 가꾸며 시들어 가는 꽃들조차도 버리지 않고 생명을 불어넣어 감성적인 소품으로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하루하루가 설레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동안 10년 넘게 텃밭을 하며 나오는 각종 채소를 이웃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언젠가부터 주어도 남게 되고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들도 만나기 어려워 애써 지은 농작물을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고민 후 남편과 상의한 결과 텃밭을 줄이고 대신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국내외 정원 관련 책을 구입해서 공부하는 한편, 꽃과 나무, 씨앗을 사서 직접 파종을 했다. 사계절이 지나고, 정원이 제법 모습을 갖춰지기 시작하자 키우고 있는 꽃과 나무들을 SNS에 올려서 공유하고 싶어졌다.


평소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인스타그램에 식물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은 매일, 그 후부터는 이틀에 한 번꼴로 꾸준히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 갔다. 나는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과 나무들, 그리고 실내에서 키우는 반려 식물을 사진과 글로 꼼꼼하게 올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서 아름답게 핀 꽃들을 보던 중 문득 조금 있으면 시들어서 버려지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이 들면 우리도 삶의 무대에서 아쉽게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원 꽃들을 이용해 소품을 만들어 인스타 피드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팔로워가 늘고,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 가 달리게 되자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나는 오래전부터 큰 가구보다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어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기억으로 만든거라  별반 신기할 게 없었는데, 처음 보는 팔로워들은  참신하고 창의력 있는 소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내가 오랫동안 취미로 해왔고  잘 할 수 있는 코어 콘텐츠를 찾은 것이다. 그러자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키우게 해준 정원의 꽃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의미의 과정을  글쓰기로 기록하고 완성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꽃에 생명을 불어넣은 후 새롭게 활용했다.   

우선 정원에서 키우는 라벤더꽃을 말려 포푸리 주머니를 만들어 옷장 안이나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곳에 걸어두었더니 보기도 좋고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가지치기하고 난 후에 버려지는 라벤더를 모아 말린 후에 육수 만드는 다시백에 넣어서 세탁건조기에 넣으면 다 말려 나온 세탁물에서 은은한 냄새가 난다.


라벤더와 포푸리주머니


장미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의 여왕답게 황홀할 정도로 예쁜데 금방 지는 게 아깝다. 그래서 장미가 지기 직전에 따서 마당 한쪽에 만들어 놓은 식물 작업실에서 말렸다. 예쁘게 말려진 장미는 그야말로 전천후로 쓰인다. 석고로 방향제 만들 때 미니 꽃다발을 만들어 데코를 하고, 깨진 화분에 빙 둘러서 붙이면 예쁜 소품 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말린장미로 만든 석고방향제와 장미

 

정원 리모델링을 하면서 2그루의 목수국을 정원 중앙과 옆집과의 경계선에 심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라임색의 꽃을 탐스럽게 피는 아름다운 꽃나무인데 자세히 보니 꽃 모양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목수국이 질 때쯤 잘라 와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색색이 방울도 달아서 화분에 심으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감각 있는 장식품으로 변신하게 된다.



수국과 수국 크리스마스트리


정원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꽃을 기억하고, 그 꽃을 이용해 나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부단히도 연습하고 연구한다. 뉴욕의 트렌디한 가든 센터를 방문해 아이디어도 얻는다. 세상에 쉽게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노력과 작업을 통해 내가 조금씩 성장 하기에 기꺼이 감수한다. 앞으로 살아갈 삶 또한 꽃에 생기를 불어넣었듯이 그냥 지게 놔두지 말고 정성을 다해 만들고 가꿔 나가려고 한다. 절정기 때의 삶도 눈부시고 좋았다. 한창때의 꽃보다 시든 꽃으로 재창조한 소품이 실용적이고 예쁘듯이, 앞으로의 삶 또한 빛나고 아름답게 살 수 있으리라.



월간 에세이 4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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