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정 Jun 08. 2023

털과의 사투

전쟁과 같은 목욕하기

본격적인 보리의 털갈이 시기가 닥쳐왔습니다. 보리와 같이 이중모 견종인 리트리버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털갈이를 합니다. 봄에는 속털이 빠져 여름을 시원하게, 겨울에는 겉털만 빠진 후 다시 자라 추운 날씨를 대비하게 된다고 합니다.


요즘은 보리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후드득~털이 빠집니다. 한 번씩 몸을 흔들며 털어내는 경우는 털 눈처럼 펄펄 내려서 사방에 보리털이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주말을 양평에서 지내고  내려오는데 보리가 다짜고짜 차를 타서는 함께 가고 싶은지 차 안에서 버티길래  분당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보리가 지나갈 때마다 거실에 털로 된 길이 났습니다ㅜㅜ 엉덩이 쪽은 듬성듬성 빠진 털로 털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보다 못해 목욕하면서 본격적으로 죽은 털을 빗겨내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남편과 함께 겟풀이라는 셀프 애견목욕 하는 곳으로 가는데... 나 혼자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집에서 해결해 보려고 퇴근하자마자 목욕탕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빗질을 30분 정도하고 나니 목욕탕이 털로 가득 찼습니다. 털뭉치를 모으면 해피만 하겠네요~ㅋ

털과의 사투를 벌이는데 보리도 힘든 지 헥헥 되었습니다.  그래도 표정은 천진난만하지요?

질만 했는데도 저는 땀이 범벅이 되었습니다ㅜㅜ


다음은 물을 뿌리고 샴푸를 마구 묻혀서 보리 몸에 비볐습니다. 덩치가 커서 목욕하려면 샴푸 한통을 다 써야 할 듯합니다. 겟풀에서는 샤워기에서 샴푸가 함께 나와서 뿌리면 되었는데... 새삼 그게 참 편했구나 생각이 듭니다. 샴푸칠만 10분 이상하고 나서  골골로 털에 비벼봅니다. 엉덩이. 발바닥까지 빠짐없이 샴푸칠을 하고 나니 너무 지칩니다.



순딩이 보리는 목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을 닦일 때도 그려려니 하고 가만히 있습니다. 엉덩이 쪽은 좀 싫어합니다~ㅋ  힘들긴 했지만 너무 예뻐서 쓰담쓰담해 주었습니다^^

물로 헹구고 나면... 어찌나 야무지게 털어대는지 저도 온몸이 다 젖습니다. 덕분에 함께 사워 하는 기분입니다ㅜㅜ


이제 마지막은 털을 말릴 차례입니다. 겟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드라이룸하고 대형 드라이기입니다. 집에서는 어쩔 수 없으니 다이슨으로 말립니다. 다이슨 드라이기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바람이 워낙 강력해서 강아지 털을 말릴 때 최고입니다~! 보리는 바람이 싫은지 자꾸 피하네요~ㅋ



1시간 30분 동안 보리와의 목욕 전쟁을 끝나고 나니... 해피가 욕실 문 앞에서 왜 이렇게 늦게 나오냐면서 앙탈을 부립니다.

이젠 끝이 아니라 해피 차례입니다. 해피는 일주일 정도 양평에 두었더니 털도 많이 엉키고 지져분해져서 털을 밀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왜 이렇게 털이 빨리 자라는지... 얼마 전에 깎아준 것 같은데 벌써 많이 자랐습니다. 해피가 어릴 때부터 직접 털을 깎기  시작해서 벌써 10년째 해피 미용은 제 담당입니다^^ 등이나 배쪽을 깎을때는 괜찮은데... 발쪽 털을 밀때는 으르릉 대면서 여전히 까탈스럽게 굽니다. 그래도 혼내고 달래며 바닥까지 다 밀었습니다. 해피를 보니 제 속도 시원해지네요. 마지막으로 해피털은 잘 뭉쳐져서 하트도 한번 만들어보았습니다. 보리와 해피를 사랑하는 제 마음입니다~ㅋ




해피도 역시 목욕을 했는데 10분 컷입니다. 후후룩 목욕시키고 다이슨으로 휘릭릭 말렸습니다. 이럴 때는 작은 반려견이 참 좋습니다. 우리 막둥이 둘을 목욕하고 미용하는데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ㅜㅜ 땀이 삐질 나고... 몸에 털이 범벅되어 마지막으로 저도 씻고 나왔습니다.

힘은 많이 들었지만... 둘 다 얗고 보송보송하니 뿌듯하고 보람되긴 하네요^^



어느새 해피는 보리를 방석삼아 밟고 앉아있습니다. 보리는 여전히 그려려니 하고 아랑곳 않았습니다.흰둥이 둘을 보고 있으면 빙긋 웃음이 나고 자식을 키우는 보람처럼 반려견을 키우는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형견의 대형수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