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정 Nov 11. 2023

암밍아웃

차마 하기 힘들었던 말

수술 후 5일째 되는 날이다. 아직 회사에는 입원과 수술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일주일정도 휴가를 가는 줄 알고 있었다. 국장님들과 직원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 되었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고 불안해할까 봐 아직은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 본부에서는 매월 말일이 되면 출발미팅이라고 해서 직원교육을 한다. 교육과 회의를 하면서 차월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다행인지, 그때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집학교육이 안돼서 줌을 통해서 화상교육을 진행했다.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  교육을 할 수없어서 대신 남편 찬스를 썼다. 판다님에게 직원교육 강의를 부탁했다. 수술하기 얼마 전에 내가 직접 강의하기 힘들어서 부모교육을 부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직원교육요청이 들어왔었다.  예전에 대학에서 강사경력이 있어서 인지, 쑥스럽다며 부담스러워하긴 했지만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나는 입원중, 남편은 강의중


강의준비를 의해 혼자본부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병실에서 화면을 끈 채로 판다님의 강의를 듣고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힘든 내색 없이 잘하는 남편이 참 든든했다. 다행히 직원교육강의는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부모교육 때 만들어둔 홍보영상을 첨부해 본다.



뭐든 싫은 내색 없이 해주는 판다님에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앙코르 강의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직원들도 나의 빈자리를 조금은 눈치채지 못했다.


오전 교육은 판다님의 도움으로 마치긴 했던데... 오후 국장님 전략회의가 문제였다. 오전 강의와는 다르게 줌으로 국장들과 전략회의를 하는 시간이었다. 수십 명 중에 나 하나정도는 화면을 꺼도 괜찮지만, 국장님들은 단박에 카메라를 안 켜는 게 이상하며 묻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어디 아프세요? 무슨 일이세요?"

차마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몇 분 간 정적이 지나고 나서 사실대로 얘기를 했다. '암밍아웃'이었다.


사실, 갑자기 유방암진단을 받았고 5일 전에 수술하고 병원 입원 중이라고 하니, 다들 너무 당황한 표정이 화면으로 다 보였다.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했다.... 나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회의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울음바다고 끝났다. 어찌 생각해 보면 꾹꾹 눌러놓았던 국장님들에게라도 얘기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대신, 직원들에게는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때는 그게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본사 기획팀장님에게도 전화를 했다.

"팀장님, 저 일주일 전에 유방암수술하고 내일 퇴원합니다."


기획팀장님은 뭐, 다른 사람이 수술한 것처럼 얘기하냐고 하면서 어이없어했다. 몸생각해서 충분히 쉬라고 걱정도해 주었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 본사 본부장님께서 과일바구니를 보내주었다. 퇴원하는 길에 간호사선생님 들께 그동안 감사한마음을 전해드리고 왔다.



수술하고 입원하은 기간 동안 아픈 도 있었지만,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의 쉼표처럼 생각이 되었다. 앞으로 항암과 싸워야 할 날이 남아있긴 하지만 나를 걱정해 주고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회사식구들이 있어서 힘이 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쓰는 수술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