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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초능력이 있을까? 사석위호(射石爲虎)

by 공감의 기술

1984년 공영방송 TV 프로그램에 외국인 초능력자가 출현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숟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능력을 선보이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유리겔라'라는 마술사였습니다. 어린 꼬마 아이가 "움직여"를 연달아 외치자 숟가락이 구부러졌고 한동안 온 동네 사람들이 숟가락을 들고 다니면서 휘게 하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훗날 인기 없는 마술사가 초능력자 행세를 하고 다닌 사기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당시엔 충격적이었고 초능력에 대한 관심을 드높였습니다.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해리포터 시리즈. 마법사들이 초자연적인 힘을 불러오기 위해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웁니다. 지팡이 하나로 온갖 마법을 부리는 걸 보며 '나도 저런 마법 지팡이가 있으면 좋겠다'며 동심의 세계로 잠시 빠져들곤 했습니다.




초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종류는 다양합니다.

스스로 지상에서 공중으로 오르는 공중부양,

주머니의 내용물부터 심장 같은 장기는 물론 벽을 투과해서 볼 수 있는 투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거나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텔레파시,

무협 소설에서나 읽었던 불을 일으키고 열풍을 불러오는 초능력인 화염 발사,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곳에 가있는 순간이동,

그리고 미래를 예지 하는 초능력과

여러 동물로 변신하는 메타모포시스 등등.

한 번쯤 나에게도 멋진 초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시지 않았나요?


우리 주변에서 가끔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차바퀴 밑에 깔린 어린아이가 울부짖습니다. 아이는 빠져나오려고 애를 써보지만 차는 꼼짝달싹도 하지 않습니다. 주위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습니다. 다급해진 엄마가 자신보다 더 큰 차를 번쩍 들어 아이를 빼냅니다.


동물원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림책에서나 보던 동물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게 신기한 아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합니다. 그러다 우리를 둘러싼 쇠창살 사이로 아이가 들어갔습니다. 그 우리는 다름 아닌 호랑이 우리였습니다. 놀란 엄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른 몇 명이 달라붙어도 꿈쩍도 않은 쇠창살을 혼자 힘으로 구부려 아이를 끄집어냅니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이 내용은 인간에게 잠재한 초인적인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줍니다.




초능력, 또는 인간이 가진 초인적인 힘에 관한 사자성어는 사석위호(射石爲虎)가 아닐까 싶습니다.

옛날 중국 한(漢) 나라 때 이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용맹한 장군으로 활쏘기에 관한 한 최고의 실력자였습니다. 대대로 궁술이 뛰어난 가문에서 태어났고 신체가 장대하고 팔이 원숭이처럼 길었다고 합니다. 이광이 활쏘기에 능한 것도 선천적인 이점과 어릴 때부터 훈련을 한 결과였습니다.

하루는 이광이 사냥을 나갔습니다. 멀리 풀 속에서 호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호랑이와 마주한 이광은 천천히 활을 들어 목표물을 조준합니다. 이 화살이 명중하지 않으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모든 정신과 힘은 오로지 활과 화살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시위를 당겼습니다. 화살은 그대로 호랑이를 명중하였고 화살촉은 깊숙이 박혔습니다. 그런데 화살을 맞은 호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바위였습니다. 바위인 줄 알고 난 뒤 이광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온 힘을 다하여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번번이 튕겨 나왔습니다.


쏠 사(射), 돌 석(石), 할 위(爲), 범 호(虎)로 이루어진 사석위호(射石爲虎).

"돌을 범인 줄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고 일에 임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합니다. 일념을 가지고 성심을 다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불가능하다고 손 놓고만 있지 말고, 온 힘과 마음을 모아 하면 불가능도 가능하다고 격려할 때 사석위호를 인용합니다.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은 바위를 바위로 인식한 순간부터 아무리 화살을 쏘아도 바위를 뚫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성심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닙니다. 방금 쏜 활쏘기 실력이 갑자기 사라질 리도 없습니다.

바위를 호랑이로 인식하고, 이 화살 하나에 따라 목숨이 걸린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평소 잠재해있던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지 않았을까요?

혼자 힘으로 차를 들어 올린 엄마, 가냘픈 몸으로 우리 쇠창살을 구부렸던 또 다른 엄마 역시 다시 시도한다면 차나 쇠창살 모두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단순히 엄마의 모성애가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구해냈다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극한에 몰렸을 때의 절박함이 불가사의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고 반드시 명중시켜야만 살 수 있는 간절함이 바위를 뚫는 초능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쇠창살은커녕 숟가락도 구부릴 힘은 없지만 나의 내면에도 초능력은 분명 존재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법 지팡이도 활과 화살도 없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나의 초능력이 발휘할 때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에요.

언제 닥칠지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전혀 예상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난관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럴 때가 온다면, 오지 않는 게 백번 천번 바라는 바지만 행여 그런 때가 닥친다면 그저 손 놓고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온 마음과 힘을 집중하면 반드시 이겨낼 초능력이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모아 몰입한다면 위급한 상황을 타개할 경이적인 초능력이 빛을 발하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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