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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행동, 역지사지

by 공감의 기술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숙제는 5분 동안 눈을 감고 집안을 돌아다녀 보라는 것인데요, 단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과 어디 부딪히거나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무서움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아 온 일상들을 하나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편하고 마음 아픈지 몸소 체험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함부로 말하거나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역지사지를 잊지 마라”라고 말이죠.




아메리카 인디언의 속담 중에 역지사지와 비슷한 속담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에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입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때론 상대방의 진지한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간혹 나의 말이 진심과는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켜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요.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려 하지 않았기에 일어난 왜곡된 소통의 결과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는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법 즉 사교법을 넘어 사회성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간단한 요령 하나만 터득하면 누구 하고도 훨씬 잘 지낼 수 있다. 그 요령은 그 사람 입장이 되어 보는 것.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의 살갗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돌아다녀 보라”라고 말입니다.


간단한 요령이라고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행동입니다.

타인과 나는 전혀 다른 각자만의 세계이기에 두 사람의 만남은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를 위한 배려 없이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떠들면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다른 언어를 하는 것처럼 완전한 불통의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타인의 신발을 신으려면 우선 나의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자신의 세계에만 집착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타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타인의 진심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상대방의 말은 경청으로, 행동은 관용으로, 마음은 사랑이 되어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입니다. 점점 타인의 세계가 나의 세계가 되고 그의 생각과 감정도 내 것처럼 느끼면서 비로소 타인을 이해한다고, 나아가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역지사지는 관점을 바꿔 바라봄으로써 전체적인 시야를 갖게 합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져 봅니다. 코끼리는 어떻게 생겼냐는 질문에 몸통을 만진 사람은 벽 같다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기둥처럼, 코를 만진 사람은 관처럼 생겼다고 말합니다. 저마다 다른 부분을 만지고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생각이 코끼리 모양이라고 우깁니다.

'장님 코끼리 말하듯’ 아주 조금 알면서 전부 다 아는 것처럼 우길 때 쓰는 말입니다.


비단 앞 못 보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듯합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협소한 시각으로 흔히 범하는 근시안적 사고가 많습니다.

같은 바다를 보고 동쪽에 있는 사람은 서해라 부르고 서쪽에 사는 사람은 동해라고 주장합니다. 관점을 바꾸어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바라보면 똑같은 바다인데 말입니다.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지사지가 쉽지 않기에 세상에는 불화가 넘쳐나고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누구하고든 잘 지내지 못해 세상은 늘 시끄럽습니다. 다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외로워하고 세상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괴로워합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그 친구의 세계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나만의 세계를 떠들어대면 우정은 깊어지지 않습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라는 역지사지.

좁게는 타인을 이해하며 마음을 공감하고 넓게는 관점을 바꾸어 세상을 크게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으로 인생을 살아나가자는 뜻입니다.

역지사지, 타인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행동입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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