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뜻한 바대로 술술 풀리고 장애물은 손쉽게 넘어 만사는 탄탄대로인 인생이 있습니다. 기회도 운도 기막히게 척척 들어와서 사는 게 쉬워도 너무 쉬운 사람, 이런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행운아라고 부르며 부러워합니다.
모든 행운이 이 사람에게만 다 일어나고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는 이 사람만 이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하루하루가 꿈속을 거니는 기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니 신은 불공평하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물주가 사랑하는 이에게는 큰 시험을 주어 마음을 흔들고 마구 깨지게 한다고 했습니다. 고난을 통해 믿음을 키우고 더 큰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고난이 오면 오히려 감사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환난이 와도 참고 견뎌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연단이 되고 소망을 이뤄 신의 사랑을 알게 된다고 말입니다.
고난에 대해서 맹자도 비슷한 말씀을 남겼습니다.
하늘이 장차 큰일을 맡기는 사람한테는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요, 뼈와 살이 고달프고 몸과 신체는 굶주려 생활은 궁핍하게 합니다. 하는 일마다 잘못되고 마음도 편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참을성을 길러줌으로써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끔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학문이나 사상, 종교에서도 인간은 고통 없이 지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오죽하면 인생은 고통의 바다, 고해라고 했듯이 말입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듯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거침없이 잘 풀린다면, 안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면 꿈같은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사실 과도한 행운은 사람에게 좋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떤 시련도, 좌절도 겪지 않는다면 그는 언제 시험대에 올라 내공을 키울 수 있을까요?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늘 잘 풀린다면 참을 줄 아는 인내, 두려워도 일어서는 용기,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들어도 조금씩 견디며 나아지는 회복력, 아파본 만큼 건넬 수 있는 위로, 좌절 뒤에 얻는 성취, 슬픔을 딛고 맛보는 기쁨까지 하나같이 삶의 미덕이라는 이 감정들은 언제 알아서 어떻게 발전시켜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행운과 불행은 동전 양면과 같다고 합니다. 행운의 여신의 얼굴 뒷면에는 불행이 있다고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행운과 불행은 생각의 차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깁니다. 가시밭길을 걸어도 희망이란 이름 하나로 지금 버티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반면에 어떤 이는 99개를 가지고도 부족한 한 개를 욕심내며 불평합니다. 풍족을 누리면서도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불운하다고 탓합니다.
과도한 행운은 사람을 게으르게 하고 자아도취에 빠뜨립니다.
삶이 고달플 때는 어김없이 신을 찾고 조그만 일에도 감사할 줄 알지만 일이 술술 풀릴수록 감사함은 잊어버립니다. 성공에 취해 현실을 만만하게 여깁니다. 내가 잘난 줄로만 알아 삶을 고달프게 보내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잘 나갈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을지 모르나 과도한 행운이 등을 돌리는 순간 세상에 홀로 내버려집니다.
과도한 행운은 불운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릅니다. 행운에도 과유불급의 법칙이 적용되니까요.
술술 잘 풀리는 이들을 마냥 부러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신의 뜻대로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 믿습니다. 버티다 보면 나에게도 술술 풀릴 날이 오기 마련이니 신이 불공평하다는 원망은 이다음에 하는 걸로 넘깁니다. 무엇보다 지금 인생이 만사형통인 사람도 이미 수많은 고통을 이겨낸 결과일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피할 수 없는 역경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인지 아니면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역경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인생의 성패를 가른다고 합니다.
꿈은 늘 고통을 수반하면서 이루어지는 법, 인간은 고통 없이 아름다워질 수 없다는 말을 위로 삼아 오늘도 힘을 내어봅니다.
행운도 과유불급입니다.
잘 나간다면 겸손해지고 힘들다면 위로가 되지 않습니까?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