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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Apr 20. 2021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력은 십 년을 못 가고 붉게 활짝 핀 꽃도 열흘을 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도 때가 되면 권좌에서 내려와야 하고, 아름답게 핀 꽃도 시간이 되면 지고 마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세상에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말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세상을 밝히는 태양도 언젠가는 빛을 잃을 별입니다. 오늘 밤에 뜨는 달도 마찬가지이고요.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지금 한창 빛을 내는 별도 있지만 이미 오래전 빛을 잃은 별도 있습니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시간은 멈추지 않으며 천라만상 모든 것이 언젠가는 사라지고 새로운 무언가가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하루가 더디기만 하고 때론 오늘 하루는 고달파 지겹기까지 합니다.

 첫날을 맞이하고 눈 깜짝할 사이 한 달이 흐르고 어느 틈에 계절이 서너 번 바뀌면 일 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한 해를 보낼 때마다 실감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은 야속하게만 느껴집니다.


 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유년시절은 이미 수십 년 전의 추억이 되었고, 파릇파릇 패기만만한 청춘이 있기는 했었는지 가물가물한 옛날 옛적의 일이 되었습니다.

 아장아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나보다 더 큰 어른이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영원히 옆에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착각으로 살다가 막상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성통곡을 합니다.


 보리고개를 힘겹게 넘기던 60년 대도, 잘살아보자며 허리띠를 졸라매던 70년 대도, 독재타도, 민주화 쟁취를 외치던 80년 대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나라가 망했던 90년 대도, 분단국가에서 월드컵을 유치하며 4강 신화를 썼던 2000년 대도, 금융위기를 넘기고 대통령을 탄핵했던 2010년 대도 이미 역사 속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라는 역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오늘 역시도 먼 훗날 ‘아하, 그땐 그랬지’ 하며 떠올릴 사건이 될 거고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던 10대의 바램도, 젊음이라는 특권을 누리던 20대의 청춘도, 사회에 뛰어들어 높은 곳을 향해 달렸던 30대의 야망도, 아이와 부모 사이에 끼여 허덕이던 40대의 책임감도 인생의 흔적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아직 인생 절반도 살지 않았다며 반 40, 반 50, 반 60, 반 70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던 나이는 어느새 40을 지나 50을 넘어 진짜 60, 70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지 않았나 싶은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잊고 지냈던, 잊혔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시험에 낙방해 세상의 낙오자가 된 것 같던 10대 끝자락의 좌절, 실연의 아픔과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20대의 절망감, 사회에서 허둥대다 깨졌던 30대의 분주함, 가족이란 이름을 두 어깨에 짊어진 40대의 책임감도 겪었습니다. 부모를 떠나보내고 아이도 독립시키고 홀로 남은 50대, 사회의 주역에서 한걸음 물러나 다음 세대를 응원하는 60대를 보내고 손주의 재롱을 보며 살아온 흔적을 고마워하는 70대를 거치며 남은 여생을 소중하게 맞이합니다. 

 세월만 허비한 줄 알았던 인생에도 나름 애 많이 썼고,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낙방의 아픔은 합격의 기쁨으로 바뀌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기에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신 뒤에 얻은 직장이 너무나 소중함을 느꼈고, 노동의 가치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도 깨달았습니다.

 보나 마나 뻔한 사실인데 겪기 전까지 긴가민가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몸으로 부딪혀 깨닫는 건 하늘과 땅 차이, 당해봐야만 안다는 사실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살다 보면 인생의 쓴맛을 보는 날이 있습니다. 쓴맛을 보고 나면 단맛을 맛보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고요. 달콤한 열매에 취하면 기분 좋은 이 순간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달콤했던 열매가 어느새 쓰디쓴 과실로 변해버리는 일이 한두 번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쓴맛 단맛도, 달콤 씁쓸한 맛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날이 저무면 밤이 찾아오고 여명이 오면 새벽이 밝아오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듯이 인생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부탁받는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사랑에 상처 받은 이들에게, 취직이 안돼 좌절하는 젊은이에게, 가정과 사회에 치여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사는 후배들에게 위로를 건넨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연애 마음껏 하고 많이 아파도 봐라. 그래야 사랑을 안다.”

 "지금 겪는 이 아픈 고통이 나중에 더 좋은 축복이 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다"라고,

 "가정도 사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하고 살아라"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보내라"라고 조언해주지 않을까요?


 그 조언대로 나 자신부터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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