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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19. 2020

아닌 척, 괜찮은 척. 이제 그만 하고 싶습니다.


 씩씩한 군인 아저씨가 입는 옷, 군복은 짙은 초록색입니다. 색상 분류에도 없는 국방색이라고도 하죠. 군복이 짙은 초록색인 이유, 아시다시피 전쟁을 하면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풀과 나무로 뒤덮인 산이니까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환하게 짓는 미소가 있습니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 좋아집니다. 반면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억지로 미소 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른바 가짜 미소라고 하죠. 스트레스로 짜증은 만땅이지만 그렇다고 고객 앞에서 인상을 찡그릴 수 없으니 영혼 없는 미소를 짓을 때처럼요. 나를 위장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은 자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뭔가 위협을 받거나 위험할 것 같으면 그때그때 여러 색깔로 변하는 파충류가 있고요,
풀잎을 슬쩍 건드리면 제 몸을 동그랗게 말면서 오므라드는 식물도 있습니다.
호랑이가 노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인 이유, 아프리카 동물의 몸 색깔이 모래 빛을 띄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곰 중에서 북극곰만 하얀 색인 이유도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위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는 건 끊임없는 연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기를 하며 때론 위장을 하며 살아갑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3가지 ~척이 있습니다.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입니다.
내가 모르면서 아는 척, 내가 없으면서 있는 척, 내가 못났으면서 잘난 척을 합니다. 처음에는 연기대상 감이지만 오래가지 않아 실체가 밝혀지면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반면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척, ~척 연기를 합니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관계가 깨질까 봐 아닌 척을 하고요, 부당한 대우를 받아 힘들어도 괜찮은 척합니다. 안 괜찮다고 하는 순간 공든 탑이 무너질까 봐 겁이 나서 말입니다. 걱정거리가 있어도 가족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없는 척합니다. 돌아서서 혼자 전전긍긍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현대인의 삶 속에서 위장이 하나도 없는, 가짜 미소가 하나도 없는 삶이 있을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이어갑니다. 일이 성사되고 안되고도 관계에서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들한테 미소를 불러오는 그런 사람들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만 되고 만나더라도 전혀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우리는 오늘도 억지 미소를 띱니다. 방패막이 같기도 하고요.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괜찮은 척, 씩씩한 척, 그리고 친절한 척.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이상 안 그럴 수가 없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있는 척, 잘난 척, 아는 척도 따라 나옵니다.




 서운한 일이 있으면 서운하다고, 걱정거리가 있으면 나누기도 하고요,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다 라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을 안 하는데, 상대가 없다고 하는데 힘든지 안 힘든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안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무너질 거였으면 진작에 무너지지 않았을까요?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기만 해도 스트레스받는 일은 훨씬 줄어듭니다. 다만 표현할 때는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른바 3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알고 보면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낮은 자존심에 상처 받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으니까요. 3척을 하는 사람들은 되려 곤란하게 하는 자존심을 내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지금 내가 어려워진 현실을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억지 미소라는 보호색을 입고 가짜 미소라는 방패막이로 들고 내 기분을 위장하면서 버텨내는 하루, 이제 그만했으면 합니다. 억지 미소, 가짜 미소보다는 환한 진짜 미소를 많이 짓고 싶습니다. 위장술을 써가며 조마조마하지 말고 좀 편하게 보내면서 말입니다.

 사는 게 끊임없는 연기라고 하지만 이제 ~척, ~척.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펴고 당당하게 할 말은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은 그럴 분위기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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