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믿고 의지하는 힘, 신뢰

by 공감의 기술

혼자서는 생존할 가능성이 1도 없는 생후 1살도 안된 갓난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잡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내가 배고프면 젖을 주고, 심심하면 놀아주고, 무서우면 안아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루 종일 누워서 꼼짝도 못 하는 처지이지만 엄마만 있으면 편안하기만 합니다. 엄마와 굳건한 신뢰를 형성하며 걸음마를 힘차게 내딛습니다.


편안하기만 하던 아기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어른이 될수록 난감한 순간들을 숱하게 맞이합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태도도 해법도 제각각인 타인을 만납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문제를 함께 풀고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잠수를 타거나, 일방적으로 관계 단절을 선언하거나, 자기감정과 생각만 내세워 일이 꼬여 버리면 신뢰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누구든 쉽게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오늘도 몸부림칩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안심이 되는 마당에 험한 세상에 믿을만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편안해집니다.

신뢰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 느닷없이 배신을 때리거나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신당할까 불안하고 조심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trost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합니다.

영미권에서 '신뢰'라는 뜻인 trust는 일반적인 믿음, belief보다 강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어 belief가 그냥 친구 정도라면 trust는 베스트 프렌드 같은 사이라고 합니다.

영어권 사람들에게 개인 일이나 비즈니스 관련해서 "I trust you"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믿어 의심치 않아도 좋다고 합니다만 “I can’t trust you”라는 말을 듣는다면 절망해야 할지 모릅니다.


믿음과 신뢰. 믿음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간 상태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믿음이 신뢰입니다. 신뢰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생기는 마음입니다.

삶과 사람을 이어주는 접착제라고 하는 신뢰, ’ 신뢰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도리이자, 그 사회의 윤리이다’라고까지 합니다. 사람이 신뢰가 없으면 사람과 어울릴 수 없고 나라가 신뢰를 잃으면 발전은커녕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 신뢰를 쌓는 거라고 하지만 가장 무서운 일 또한 신뢰를 잃는 일입니다.


신뢰를 쌓을 때는 어렵고 더뎌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을 때는 한순간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신뢰가 무너지고 나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예시로 구겨진 종이를 비유합니다.

아무리 빳빳한 종이라 해도 손으로 뭉개면 너무 쉽게 구겨집니다. 한번 구겨진 종이를 원래대로 구김살 한 점 없이 빳빳하게 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펴고 또 펴도 구겨진 자국은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구겨진 자국은 무너진 신뢰로 상처 받은 마음의 흔적입니다.


'굳게 믿고 의지한다'라는 뜻인 '신뢰'는 어디에도 팔지 않고 억만 금을 줘도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신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의미는 어느 사회에서든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 그러기에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고의 덕목 중 하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신뢰 없이 산다는 건 삭막한 세상에 홀로 남아 어두운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고 합니다. 신뢰를 가볍게 여기고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사람은 사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나 다름없으니까요.




<신뢰가 이긴다>라는 책에서는 신뢰를 어느 한 대상이나 일에 대해 가지게 되는 세 가지 확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

약속을 지킬 거라는 확신,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한결같을 거라는 확신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나는 얼마만큼의 신뢰를 맺고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빳빳한 종이를 구기는 눈살 찌푸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까요?

구겨진 종이를 보고 후회하면 때는 이미 늦습니다.


제롬 플래트너의 이 한 마디를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자는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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