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의 레퍼토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어? 장사 하루 이틀 해? 그 정도 했으면 윗사람 의중을 미리미리 파악해서 알아서들 해야 하는 거 아냐?"
이후 '라~떼는 말이야'로 이어지는 상사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한소리 들은 아빠가 집에 돌아와 빈둥거리는 아들을 보고 한소리를 합니다.
"녀석아! 한두 살 어린애도 아닌데 이제 알아서 척척해야 되는 거 아냐? 대체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야?"
그렇게 입에 거품을 물어본들 아이의 눈망울은 이렇게 대답하는 듯합니다.
'또 시작이야?'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내 마음을 몰라? 내 마음을 읽고 알아서 척척해주면 좋잖아? 그게 사랑의 본능 아냐?"
한창 연애 중인 여자는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며, 사랑이 식었다고 남자에게 흐느낍니다.
"내가 부르면 즉각 응답했었잖아, 연애할 때는 내 마음을 읽었잖아. 내가 원하는 걸 나보다 먼저 알아차렸잖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어?"
아내는 언제 적인지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넋두리로 늘어놓습니다.
마음을 미리 읽고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척척할 수 있을까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까요?
설마, 그럴 리가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내 마음도 내가 모르겠는데 남의 마음을 어떻게 다 알아차리겠어요? 마음을 척척 읽을 수 있다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상대는 짜증을 내고 있고 나는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지만 좋은 소리 못 들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이런 말로 되받아치고 싶습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몇 번을 말해도 알아듣지 못한다며 한심하다고 혀를 차는 상사 역시 부하 직원이었을 때는 잘했을까요? 상사의 실수담을 들은 것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입니다.
아이에게 알아서 척척 해라고 하는 아빠는 그 시절에 알아서 척척하셨나요? 아빠의 어린 시절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죠.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서운해하는 아내는 넋두리를 들으며 끙끙 앓는 남편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있나요?
다들 성격이 달라 생각하는 바도 다릅니다. 그러니 이해하는 정도도, 화가 나는 지점도 다르고요, 화가 났을 때의 행동도 다릅니다.
지구 상에 70억의 인구 중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지문 하나하나 다르듯이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러니 서로 다름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마당에 그 어느 누가 내 마음에 쏙쏙 들 수 있을까요?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라고 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등을 긁어 줄 때조차 이러지 않습니까?
"아니, 거기 말고, 조금 아래. 아니, 조금 위에. 조금 더, 그래 거기!”
살을 비비고 사는 부부라도 좌표를 알려줘야 하는 게 당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성격이 비슷한데?' '우리는 호흡이 척척 맞는데?'라고 하는 건 그 사람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 좋은 점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면들이 나와 잘 맞아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똑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사이가 멀어지면 서로의 단점을 찾기 시작하죠. 나와 다른 점을 찾고 "역시 나와는 안 맞아"라며 돌아섭니다. 그런 적 없습니까?
사랑 다음에 찾아오는 건 실망, 권태, 회의. 하지만 그 위기를 넘기고 나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평화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시작하고요, 사랑의 화음을 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야 하니까요. 파도를 타고 잘 넘다 보면 듣기 좋은 음악처럼 편안하고 다정한 관계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자꾸 엇나가는 건 마음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여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기다워진 거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넉넉해집니다.
세상 또한 그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가족 간에, 친구끼리 그리고 직장에서 오늘도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지는 않나요?
"그 정도는 기본 아냐? 알아서들 해야지, 어떻게 맨날 이야기해?”
“이제는 말 안 해도 알 때 됐지 않아? 어떻게 이리도 사람 마음을 몰라?"라고 하면서요.
오늘부터는 내 마음을 제대로 알려주시죠. 서로가 친절하게 말입니다.
말해주지 않으면서 답답해하지 말고 ‘이건 이러하다’라고 콕 집어주는 게 모두에게 좋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찾고 직장 내 분위기를 업 시키는 방법이니까요.
안 그래도 신경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요즘입니다.
그런데도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요?
설마, 그럴 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