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삶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사회가 바라는 대로 대학을 가고 취업도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온몸을 불사르며 일만 했습니다. 법 없이도 살 만큼 나라에 충성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니까 성공이 뭔지 몰라도 열심히만 하면 뭐라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바라는 대로 열심히 했건만 성공은 고사하고 대체 성공은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인생에 성공이란 글자가 있기나 한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배웠는데 착하게 살아보려고 애쓰니까 애만 태우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착하게 대했더니 만만하게 대하고, 좋게 좋게 말하니까 말이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더 준다더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현실을 보며 과연 이게 맞나 하는 의아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윤리와 도덕보다는 자본이 우선이었고, 양심보다는 먹고사는 생존이 먼저였으니까요.
삶을 살면 살수록 되는 일보다는 꼬이는 일이 많고, 기대보다 실망하고, 하는 수 없아 받아들여만 할 때가 더 자주 생깁니다.
나이가 들수록 원숙해지면서 삶을 알고 하늘의 뜻을 깨우칠 거라 생각했는데 하늘의 뜻은커녕 당장 내일 일도 몰라 답답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닥칠지 불안해하며 언제쯤이면 걱정 근심 없이 마음 좀 편하게 살게 될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바람입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배움도 적지 않고 연륜이 쌓였다고들 하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몰라도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겠고, 아는 것도 어설프게 알아 모르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더군다나 사회가 급변하는 요즘이라 어제 배운 지식은 아무 쓸모없게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지금 여기만 벗어나면 나을 거라 믿고 버텼지만 막상 벗어나면 또 다른 문제와 씨름합니다. 이래서 삶이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큰일이 닥쳐 어려움에 처할 때면 해결해 보려고 고군분투를 하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끝은 있는지, 조만간 나아질지, 아니면 더 꼬일지 아무리 생각해도 오리무중일 때가 많습니다.
기대 반 우려반 조심스럽게 혼잣말로 묻고 있습니다.
'아직 멀었을까? 이제 고비는 넘어선 게 아닌가? 혹시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닐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현실을 막막해하면서 '아이, 모르겠다. 모르겠어'하며 한숨만 늘어놓습니다.
사는 게 힘들 때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그려보라고 합니다.
성공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매진하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 달 뒤의 내 모습은 이 문제에서 벗어나 있을까?'
'일 년 뒤는 좀 나아져 있을까?' 같이 소박하게 줄어든 소망이지만 간절함을 넘어 절실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이 힘듦이 지나면 좋은 날들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오늘을 버티면서 말이죠.
인생은 열심히만 산다고 해서 좋은 열매를 주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과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꾸준한 노력은 기본, 심사숙고한 선택도 때로는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고요. 게다가 적절한 운도 뒷받침되어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 그러니 나약한 인간이 이 모든 걸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위로되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건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라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참고 기다리라는 뜻이죠.
참고 견디라는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참으라는 건지, 참고 견디기만 하면 다 좋아진다는 건지 알 수 없으니까요.
지금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다음날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한고비를 넘기면 좋든 나쁘든 상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도 그 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 경우가 더 많지 않았나요?
그러니 마음이 조급할수록 조금 더 기다리고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내가 바라는 대로 또는 저절로 다 좋아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어려움도 참고 기다리다 보면 해결이 되기도 하고요, 설령 해결이 되지 않아도 점점 받아들이게 되니 어쨌거나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힘겨움에 지쳐 위로가 필요할 때 오늘의 운세에 나와 있는 단 한 줄이 가슴에 확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고난이 지나간다. 이제부터는 좀 풀리겠다.'
운수 대통도 아니고 탄탄대로도 아닌데 그저 일이 좀 풀릴 거라는 말에도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힘든 마음에 용기를 얻곤 합니다.
'기운 내, 힘내!'
흔해 빠진 말이지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등을 토닥토닥하며 진심을 담아 건네는 이 한마디가 진한 위로가 됩니다. 그럼 걱정과 불안을 튕겨 올리는 스프링 같은 탄력이 느껴지면서 없던 기운을 끌어모아 힘을 내어 봅니다.
아무리 힘겨웠던 일도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듯이 산다는 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여정입니다.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명언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건 그리 거창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겨우면 힘겨운 대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삶을 꾸역꾸역 견뎌나갑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너덜너덜해지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지금은 힘들지만 이 힘듦 너머에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만큼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때까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