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Nov 03. 2021

2022년 다이어리에는 무슨 소원을 쓰고 싶으십니까?

 2021년이 시작할 때만 해도 올해는 역병으로부터 벗어날 거라는 희망을 한껏 품었습니다.

 백신도 개발되었겠다, 코로나 없는 세상이 곧 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다못해 2021년 1월의 해가 뜨기만 하면 코로나가 처음 창궐했던 2020년보다는 뭐라도 낫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2020년의 마지막 날이나 2021년 첫날이나 날짜만 하나 바꾼 인간들의 시간 놀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러스는 2021년 내내 백신을 맞고도 그 기세는 누그러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만 깊게 생각할 거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년처럼 마스크는 반드시 써야 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여전했습니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진다 싶으면 연이어 터지는 확진자 수에 놀라고 대유행이니 하는 보도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모임을 가지려면 몇 명까지 가능한지 늘 확인을 해야 했고요, 올해는 다를 줄 알았던 설날도, 추석도 형제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부모님을 뵈어야 했습니다. 해외여행도 아직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도 큰맘 먹어야 가능했습니다.


 올봄 벚꽃을 비롯한 모든 봄꽃들이 따뜻한 기온으로 일찍 피었습니다. 그걸 보며 여름은 무지 덥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무더운 여름날을 보냈습니다. 가을이 되어 선선해진다 싶더니 여름 장마가 가을에 나타나 심술을 부렸습니다. 사상 최장기간 가을장마가 천고마비를 망쳐 놓았습니다. 장마가 물러나 10월에라도 가을을 즐기려고 하니 듣도 보도 못한 가을 한파가 닥쳐와 때아닌 강추위에 온몸을 떨어야만 했습니다. 역병 때문인지 몰라도 날씨도 지쳐 제정신이 아닌  같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백신을 두 차례씩 맞고 나서 심한 몸살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찾고 싶은 열망에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백신 부작용을 보며 두려워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맞으면서 말입니다.


 여름휴가철, 해외는 나가지 못하고 국내는 복잡하고 막혀 어디 갈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예정보다 1년 늦게 열렸지만 올림픽 덕분에 휴가 때 집에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금메달을 따는 장면은 물론 메달을 따지 못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열정에 감동 가득, 가슴 뭉클, 눈물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소파에 드러누워 입에는 잔뜩 먹고 있으면서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죠.


 어느덧 맞이한 가을의 끝자락 11월, 11월의 가을 하늘이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가을장마, 가을 한파를 겪었지만 아직은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쉬는 날 하나 없는 11월을 쉼 없이 달려가고 나면 곧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며 2021년도 마무리하게 되겠죠.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2021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하지만 언제 달력이 달랑 두 장만 남았는지 시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2021년의 다이어리를 처음 펼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그때를 떠올리며 오늘까지 한 장 한 장 써나갔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쳐봅니다.


 보신각 타종 소리를 들으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염원했던 소망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남은 달력은 단 두 장, 이제 물러날 곳도, 시간도 없습니다. 미루기만 했다면 지금이라도 도전해 보시고요, 나름 한다고 애를 썼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올해 못 이룬 소망은 내년 2022년에 다시 도전해도 사는 데는 지장 없습니다.


 남은 올해 달력을 보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무색하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부터 문구업체는 내년도 다이어리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2022년 다이어리를 주문 제작 판매한다는 광고가 나온 지 이미 꽤 됐고요, 서점이나 유명 커피 체인점에선 다양한 캐릭터와 온갖 색깔의 다이어리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2년 다이어리를 펼치며 채워졌으면 하는 소원들을 적어 봅니다.

 인원 제한 없이 헬스장에서 마음껏 땀 흘리고, 공연장이나 박물관에도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친구와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고, 동료들과 저녁 모임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싶습니다.

 썩 내키지 않았던 망년회, 송년회, 신년회 행사, 지금 같아서는 줄줄이 가고 싶습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입학식과 졸업식도 비대면은 이제 그만, 꽃다발을 안겨주며 학사모를 하늘 높이 날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결혼식에 누구를 직접 초대할지 고민해야 했던 난처함은 더는 없었으면, 장례식장에서는 두 손을 맞잡고 위로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설날, 추석 말고도 반가운 가족 모임이 빼곡히 채워져 있으면 좋겠고요. 국내여행은 당연지사, 해외여행 일정이 다이어리 한 면을 크게 장식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가졌던 평범한 소원들이지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분명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2021년 11월 첫날, '위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습니다. 별 무리 없이 1단계, 2단계를 넘어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은 참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아무리 추운 겨울일지라도 마스크 쓸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올겨울은 벅찬 숨을 마음대로 내쉬고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새해를 맞이하기를 소원합니다.


 우리가 빚어낸 것 가운데 후손들에게 영감을 주고 역사를 남깁니다.

 2022년 한 해는 우리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2022년 새로운 한 해, 코로나 종식은 물 건너갔지만 '위드 코로나'라도 잘 지켜 더 이상 코로나로 힘들지 않은 첫해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2022년 다이어리 어딘가에는 가장 통쾌한 '코로나 끝!' 이 한 줄을 꼭 쓰고 싶습니다.


 2022년 새해 다이어리에는 무슨 소원을 쓰고 싶으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이 시대의 진정한 능력자들, 덕질과 덕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