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펀치를 몇 번이나 얻어맞았는데도 끄떡없는 선수를 보며 사람들은 말합니다.
"저 선수, 맷집 하나는 끝내 주는데?"
세상의 불행이 엎치고 덮치고 겹쳤는데도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사람을 보며 이런 말을 합니다.
"저 사람, 진짜 보통 내공이 아니다."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를 가리켜 맷집이라고 합니다.
대개는 맷집이 좋다, 나쁘다로 표현하며 주로 복싱 경기에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복싱을 하는 선수들이 펀치가 세서, 기술이 뛰어나서 승리를 거둔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맷집으로 이긴다고 합니다.
시합을 앞두고 상대방을 분석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게을리하지 않는 훈련은 체력을 기르고 맷집을 키우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맷집을 키우는 방법은 일단 많이 맞아봐야 합니다. 맞아도 잘 맞는 게 중요합니다. 맷집 늘인다고 무턱대고 맞다가는 골병들기 십상입니다.
우선 맞아도 쓰러지지 않게끔 근육과 몸놀림을 단련해야 합니다. 맞더라도 바로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멘털을 키워야 하고요. 맞을 만한 주먹은 맞아 주더라도, 한방 맞으면 그대로 쓰러지는 치명타는 피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얻어맞는 동안에는 눈을 절대 감아서는 안되고, 맞는 순간에도 정타를 피하려고 몸과 고개를 끝까지 비틀어 비껴 맞고, 맞아도 절대로 안 죽는다는 멘털도 있어야 합니다.
맷집이 좋다는 건 굉장한 장점입니다. 공격을 퍼부었는데 상대가 버티고 있으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해지고 정신적 압박감도 상당합니다. 시합이 길어질수록 체력 싸움, 맷집 싸움이 되니까요. 복싱이나 격투기 종목에서 맷집 좋은 선수가 유리한 건 당연지사, 화려한 기술도 맷집이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무용지물이 되니까요.
어디 몸뿐인가요? 마음에도 맷집이 두둑해야 심리적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등산을 하고 난 다음날 온몸의 근육이 뭉쳐 삭신이 쑤십니다. 그러다 조금씩 회복되는 걸 보며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견뎌내는 힘, 이른바 마음의 맷집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인 맷집, 삶에는 늘 크고 작은 매가 닥쳐오기 마련입니다. 맷집이 없다면 툭툭 던지는 가벼운 잽에도 쓰러집니다. 그러나 삶의 맷집을 키워나가면 웬만한 스트레스나 곤란을 맞이해도 이내 다시 평정과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닥쳐오는 펀치에 무섭다고 눈 감고 대책 없이 맞고만 있지 말고, 몸을 움직여 큰 주먹은 피해야 합니다. 설령 맞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쓰러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키우다 보면 마음의 맷집이 됩니다.
그렇게 키워진 마음의 맷집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도 쉽게 굽히지 않고 버티는 두둑한 배짱이 되고 내공이 되어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됩니다.
저마다 인생을 짊어지고 가는 무게는 다를지라도 고통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삶이 주는 고통과 좌절도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고통과 힘듦을 견뎌낸 시간만큼 앞으로의 기대감과 희망이 가슴을 뛰게 합니다.
비바람 뒤에 뜬 무지개를 보듯이 견뎌낸 시간만큼 맷집이 생겼을 테니까요.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내공도 함께 말입니다.
복싱을 다룬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록키>에서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인생이란 결국 난타전이야. 네가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리는가가 아니라 네가 끝없이 맞아가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하나씩 얻어나가는 게 중요한 거야. 계속 전진하면서 말이야. 그게 바로 진정한 승리야."
산 정상을 오르려면 끝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으려면 모진 모래바람을 견디는 맷집이 필수적입니다.
뛰어난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의 주먹을 버텨낼 맷집이 없으면 경기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맷집'은 권투 선수 같은 운동선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살면서 맷집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맞아서 안 아픈 사람은 없고, 매 앞에서 장사는 없으니까요.
몸도 맷집을 키워야 하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아프고 온통 피투성이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맷집을 키워주는 훌륭한 스승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강한 펀치를 날리고 휘두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나는 게 아니라 얼마나 강한 펀치를 견뎌내느냐에 따라 갈리는 승부가 삶이라는 것을, 수많은 펀치를 맞아가며 조금씩 깨닫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맷집 싸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세상이 주는 펀치를 견디며 맷집을 키워 나갑니다.
여러분의 인생 맷집은 어떠십니까? 투지와 근성과 멘털은 아직은 무사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