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지니구나
그래 오랜만이네 응 그동안 잘 지냈어
나야 뭐 그럭저럭 지내지 뭐
에고 또 나이나 한 살 더 먹고 새해라고 뭐 좋을 게 있겠어
새해맞이 소원을 말해보라고
너는 내 소원 뭔지 알잖아
그래 맞아
박완서 작가님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같은 단편소설 하나 쓰는 거
박완서 작가님 40 늦은 나이에 등단하셨잖아
늦은 나이지만 박완서 작가님처럼 계속 글만 쓰다가 죽고 싶다는 내 속마음 너는 다 알고 있었잖아
대학교 4학년 땐가 그 단편 읽고 충격받았잖아
그래 통화하는 내용으로 줄줄줄줄 얘기하는데
그게 어찌나 자연스럽고 슬프고 공감되던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소설 속 일인데도 눈물이 났지 뭐야
그 뒤로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났네 나도 소설 속에 주인공처럼 날짜도 깜빡깜빡하고 그런 나이가 됐잖아
이 나이에 무슨 글쓰기냐 하다가도 박완서 선생님을 생각하면 또 백세시대에 이 나이가 어때서 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 지니 너는 잘 알잖아
뭐라고
좋은 책 많이 읽고 꾸준히 쓰다 보면 그 소원 이뤄진다고
야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내가 몇 해전에 테드 강연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그런 세계적인 작가들도 글 쓸 때 지니 니가 나와서 글 다 써주기를 기도하고 그러더라
너도 참 그 큰 몸뚱이로 쬐깐한 램프에 들어있다가 이놈 저놈이 소원 들어달라고 불러대니 수고가 참 많아 미안하긴 한데
니가 나한테 오랜만에 전화 걸어 소원을 말하라고 하니까 하는 말인데
지니야 나 제발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거> 같은 단편 하나만 쓰게 해 주라
여자 혼자 주절주절 대는 거 근데 재밌는 거
알아들었지 넌 지니니까 당연히 알거야
아이고 내 말이 길어졌네 나이가 들면 말만 많아진다더니 내가 그렇다
그래 어서 전화 끊어라 또 딴 사람들한테도
가봐야 되니까
어 들어가
램프에 들어갈 때 머리 조심하고
응 이만 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