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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Jan 11. 2019

머리가 좋아지는 약

악마와의 거래

당신 앞에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다. 이 알약을 먹으면 집중력이 높아져 성적이 오르고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대신 34%의 확률로 심한 두통이 온다. 전신 피부에 극심한 발진이 생길 수도 있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구역질이 나며 소화가 잘 안돼 속이 더부룩하고 식욕이 감퇴하며 지속적으로 심한 목마름을 느낄 수도 있다. 2% 내외의 확률로 이 약 때문에 정신질환이 생길 개연성이 높아져 자살충동을 느끼고 우울증이 생기며 정신착란, 신경과민, 불안, 불면, 어지럼증도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이런 증상이 약을 먹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당신은 이 약을 먹겠는가?

뇌를 깨우는 각성제인 모다피닐 성분 기면증 치료제를 먹고 전신 피부 발진이 일어난 환자. 출처: FDA-Patient safety News

참조 FDA-Serious Skin and Hypersensitivity Reactions with Provigil 영상             



기면증 치료제는 한때 공부 잘하는 약, 머리 좋아지는 약, 수능 약 등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았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도 에더럴, 암페타민, ADHD 치료제 등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판매되는 각성제가 여럿이다. 국내에서는 기면증 확진을 받은 환자만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수입, 양도, 판매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전히 수험생 학부모와 대리운전기사님 등의 교대근무자들이 비싼 검사비용을 아끼려고 또는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뒤에서 거래 중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이 약을 먹거나 자녀에게 주기로 결심했다면 안타깝지만 지능은 알약으로 높일 수 없다. 2009년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노라 볼코우 소장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다면 좋겠지만 동화 같은 얘기다. 부작용 없이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없다"라고 실험을 통해 단언했다. 단기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응용력과 문제 해결 능력까지 알약이 높여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노라 소장은 또한 프로비질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뇌가 습관적으로 적응해 약을 남용할 위험도 경고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도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프로비질 등 기면증 치료용 각성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07년부터 프로비질 안전정보를 보건소 등을 통해 공지했다. 국내에서는 해당 약물은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살 수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은 기면증 치료 목적으로 복용 시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은 약물 중독 가능성을 우려해 <규제 물질 목록 IV>로 분류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중추신경 각성제는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암페타민에서 시작했다. 이 약을 먹은 군인들은 며칠 동안 잠을 안 자고 행군했다고 당시 폴란드인이 기록했다. 또 다른 각성제인 프로비질은 1970년대 처음 발견돼 프랑스와 미국에서 군사 임무 수행 시 쓰였다. 알약을 3번에 걸쳐 삼킨 미 공군 파일럿이 4일째 깨어있으면서 8시간만 수면을 취한 일화로 유명해진 약이다. 이 약들은 수면을 촉진하는 뇌의 일부인 뇌하수체가 기능을 못하게 만들고 뇌와 우리 몸의 호르몬을 전달하는 배달부인 도파민을 활발하게 만든다고 한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어 약물이 뇌를 속여 우리 몸을 억지로 깨운다는 가설이 있을 뿐이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럽과 미국의 군인들은 각성제를 투여당하고 전쟁터에서 며칠간 뜬눈으로 뛰어다녔다. 잔인한 역사는 최근까지 이어져 2011년 중국 군사과학 의원에서 한 알을 먹으면 휴식을 취하지 않고 72시간 동안 전투할 수 있다는 '밤 독수리'알약을 개발했다.


모든 신체 능력은 정상인데 로봇처럼 꺼지지 않는 인간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욕망이 낳은 중추신경 각성제들은 아직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금술을 하듯 여러 화학물질들을 조합하다 우연히 발견한 혼합물이 실험쥐를 70시간 이상 깨워놓는다는 결과를 보고 사람에게 투입했더니 같은 효과를 본 것이다. KISTI 『글로벌 동향 브리핑(GTB)』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에서 암페타민을 복용한 미 공군 소령 2명이 캐나다 부대에 폭탄을 투하한 사건이 담긴 가디언지의 보도를 실었다. 이를 통해 각성제 성분의 약은 잠을 깨울 뿐 인지능력과 신체기능의 저하를 부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각성제를 먹은 후 공격성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군인이 여럿 있었고 두통을 호소하거나 건강 이상 증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전쟁통에 병력은 사람이 아닌 적군 사살 기계일 뿐. 며칠이고 잠잘 시간 없이 전장에 투입된 군인들은 전쟁이 끝나고 강한 약물에 고장 난 신체와 망가진 개인의 삶을 평생 짊어졌으리라.

프로비질


군인도 아닌 내가 이 알약을 삼켰다. 아이큐 상승이나 전투력 증진의 염원 때문이 아니고 기면증 환자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0시간 넘게 잔 날 상쾌하게 자유로를 달리다 갑자기 졸아서 교통사고를 낸 나였다. 시도 때도 없이 업무시간과 중요한 회의 중에 잠이 쏟아져 꾸벅거리는 걸 보면 나는 각성제를 먹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수면 장애 전문 의원에서 1박 2일간 수십 개의 센서를 머리와 몸에 붙이고 검사한 결과 나는 정도가 심한 기면증 환자라고 확진받았다.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고 눈을 감자마자 3분 만에 렘수면에 빠지는 나는 화학 약물치료를 해야만 24시간 잠들어있는 뇌가 깨어난다는 의미다.  


"속이 메스껍거나 심장 두근 거림 등이 드문 확률로 나타납니다. 위 보호제와 심장 두근거림을 완화해주는 인데놀도 함께 처방해드릴 테니 프로비질은 하루에 한 알씩 드셔 보세요."라는 의사의 안내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독 가능성이나 다른 부작용이 없는지 재차 확인을 했으나 오랜 기간 기면증 진료 경력이 있다는 담당의는 부작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안내데스크에서 프로비질과 인데놀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했다.


약사는 프로비질 200mg 한 알을 먹으면 각성 효과가 15시간 정도 계속된다고 했다. 졸음에서 허우적거리던 내 삶을 구원할 알약이라고 생각했다. 약을 먹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부작용을 찾아보지도 않고 그저 내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말만 들렸다. 더 이상 무기력하게 졸음 앞에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약을 침대 옆에 두고 잠들며 소풍 가기 전 날 아이 같은 마음으로 설레기까지 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알약 한 알과 심장 두근거림 억제제, 소화활동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약을 함께 물로 넘겼다.


"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낮에 이런 컨디션으로 살았구나..."

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너무 놀라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 눈을 온전히 떴다. 물에 삶은 것처럼 하루 종일 힘이 빠져있던 사지에 힘이 들어갔다. 눈꺼풀이 없어졌나 싶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위의 활자들이 말끔하게 머릿속에 입력되는 느낌이었다. 두개골 안에 두껍게 쌓인 먼지를 프로비질이 싸악 지나간 부분만 닦여 깨끗하게 길이 생긴 기분이었다. 매일 먹으면 알약이 내 뇌 위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모두 없앨 것 같았다. 이 기분을 30년 만에 알다니.


내 두뇌 기능은 플로피 디스켓을 끼던 386 컴퓨터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최신형 노트북이 되었다. 제자리에 앉아서 졸지 않고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평소엔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언제나 다른 사람이 48시간 동안 못 자고 깨어있을 때와 같은 상태였다. 끊임없이 잠이 쏟아져 침대에 눕기도 전에 곯아떨어지는 상태 말이다. 회사에서는 매일,  매시간 허벅지를 꼬집으며 잠을 쫓았고 친구와 단둘이 이야기를 하다가도 미안한데 너무 피곤해서 그러니 딱 5분만 자고 일어나겠다고 카페에 엎드려 잘 때도 있었다. 항상 이랬던 내가 알약을 먹고 처음으로 글을 읽는 당신이 8시간 자고 일어난 컨디션과 같아진 것이다.


생전 처음 맞은 나의 맑은 정신에 감동한 것도 잠시. 심장이 정말 빨리 뛰었다. 최종 면접을 5분 앞둔 면접자가 된 것처럼, 100명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처럼 심장이 콩닥콩닥 콩콩콩콩 쉴 새 없이 나를 두드렸다.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한다며 처방해준 작은 알약 인데놀도 분명히 같이 먹었는데 말이다. 갈증도 심해졌다. 물을 마셔도 계속 목이 말랐다. 식도와 기도가 가뭄난 땅처럼 수분 없이 갈라져 목구멍 지름이 줄어든 것 마냥 마른침을 계속 삼키며 음료수를 들이켰다. 게다가 기억이 지나치게 선명해졌다. 앞사람이 한 말과 행동, 길거리 풍경 등 스쳐 지나가는 많은 것들이 CCTV와 녹음기에 기록되듯 머릿속에 저장됐다. 어지러웠다. 30년간 쓰던 386에서 갑자기 최신 팬티엄급으로 업그레이드된 뇌의 각성을 몸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한 번 앉으면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야근을 할 때도 7시간 넘게 자리에서 업무에만 집중하며 아침을 맞은 날도 있었다. 남들의 2시간이 나에겐 10분처럼 흘렀다. 반면 의사가 처방해준 보조제와 안정제를 먹어도 심장은 항상 요동쳤고, 맑은 정신에 키보드를 치는 손이 떨릴 때도 있었다. 모니터 주변은 사라져 오로지 서류만 보였고 일에만 집중됐다. 밥을 먹고 싶지 않았으며 속이 메스꺼웠다. 이런 패턴을 유지하니 약을 먹고 2주 만에 10kg 가까이 체중이 줄었다. 심장 떨림이 너무 심해 회사 점심시간에 급히 각성제를 처방해준 수면장애 전문 병원을 다시 찾아갔다. 의사는 드물게 보고되는 부작용이니 약을 반알 또는 3분의 2알만 먹으라고 하며, 위장 보호제와 다른 종류의 심장 두근거림 완화 약을 처방해줬다.


그제야 다른 환자들은 어땠는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면증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 보니 어떤 사람은 약이 아주 잘 받아서 약간의 심장 두근거림만을 느끼고 새 삶을 찾았단다. 약을 복용하면서 기면증 환자가 갑자기 졸린 증상이 개선돼 인생이 새로운 차원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너무 심해 약을 먹을 수 없어 다른 약으로 교체했다는 후기도 꽤나 있었다. 약이 안 맞아 네댓 번 다른 약으로 교체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면증 환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약물 복용 후기를 기록하며 서로의 부작용을 공유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하는 중이었다. 돌이켜보니 프로비질을 처음 받아올 때 대부분의 환자가 심장 두근거림을 말하기도 전에 인데놀이라는 안정제를 꼭 함께 줬다. 심박수가 증가하는 건 거의 모든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 그런 것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기면증 전문병원들은 프로비질이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청소년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약품에 부착된 주의사항에 따르면 부작용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하지만 이는 국내에서 2011년 69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다. 약물을 복용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면증 환우 카페와 블로그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호소한다. 프로비질 등 기면증 치료제 복용자 400여 명이 의견을 나눈 걸 보면 약 50% 이상이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데, 제약회사가 발표하고 기면증 치료병원이 홍보하는 자료의 부작용 수치 2%와 현실은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늘어나는 환자와 치료 예후에 따라 업데이트된 부작용 통계가 필요하다.


기면증 환자의 블로그에 프로비질을 복용하다 갑자기 임신이 된 걸 모르고 계속 약을 몇 알 먹었었는데, 곧 출산할 아이가 걱정이라는 글도 있었다. 그녀는 프로비질이 피임 성공 확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다고 했다. FDA는 프로비질을 임신부가 투여할 경우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를 C등급(동물실험 결과, 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나타났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는 약물, 또는 유용한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은 약물)으로 산정했다. 약을 처방받기 전 담당 의사가 "기면증 체료제를 복용할 때 임신이나 출산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그때 기혼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여성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하지만 피임 성공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약이라는 것은 주의사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알약을 삼키며 악마와의 거래를 했던 것이다. "약을 먹으면 24시간 잠들어있던 네 뇌를 10시간 깨워주겠다. 대신 심한 두통, 자살충동, 피부발진, 목마름, 심장 두근거림, 불안, 손떨림, 피임 확률 저하, 어지러움과 소화불량에 식욕감퇴와 급격한 체중감소에 따른 체력 저하 등 50여 가지 중 몇 개를 골라 주겠다!" 약통 라벨을 열면 나오는 24페이지짜리 제품설명서 사진.



프로비질은 향정신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지만 주의사항이 상당히 길다. 기면증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에 걸려 약 없이는 대중교통에서 제때 내리거나 회의에 똑바로 앉아있는 등의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을 때, 다른 방법이 없어 복용하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기면증 치료제를 구하는 방법이 없냐는 질문과 대리운전기사인데 동료가 먹던 잠 깨는 약을 처방받고 싶다는 글이 있다. 부작용 안내문을 읽다 보면 결코 시험 성적 향상이나 시차 적응을 위해 건강을 담보로 먹을 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각성제는 먹는 순간 또렷한 정신을 위해 2일, 3일 치의 체력을 끌어와 쓴다. 프로비질 부작용 설명서 24페이지를 보며 나는 악마와 계약한 것 같았다. 낮에 정상 생활을 하게 만들어주는 대신 자살충동, 우울증, 인두염, 요통, 망각, 초조, 조증, 피임 확률 저하 등 수십 가지 중 어떤 부작용이 올지 무작위로 내가 선정하겠다며 낄낄거리는 악마 말이다.


약을 처방받기 전에 미리 약품 주의사항을 찾아 꼼꼼하게 읽어보았더라면 하고 후회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었겠지만 더 신중하게 약을 조금만 처방받았을 거다. 약은 3개월치나 받았는데 2주 만에 복용을 멈췄다. 약을 먹은 나는 내가 아니었다. 낮에 정신은 맑아졌지만 계속 심장이 두근거려 불안하고 밥을 못 먹고 메스껍고 예민해져 약을 계속 먹는 건 무리였다. 한두 알씩 가방에 넣고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에만 반 알을 먹거나 유독 눈꺼풀이 무거운 아침에만 3분의 2 정도 소량을 물로 삼켰다. 나는 약을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기면증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겐 각성제 약물 치료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하며 찾아봤다.


기면증 환자의 뇌는 깨어있어야 할 때 잠자고, 눈을 감고 잘 때는 깨있는 상태다. 따라서 기면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프로비질, 누비질 등의 각성제로 뇌를 깨우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깊은 잠을 자도록 만드는 성분인 나트륨 염으로도 치료한다. 해외 기면증 치료의 80% 정도는 나트륨 염을 원료로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FDA 승인 약 자이렘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자이렘이 마약으로 분류돼 치료 목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는 자이렘이 범죄 악용 우려가 있어 국내는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전문의 처방 후 치료용으로만 쓰면 된다며 “학회에서 작은 공장이라도 세워서 이 약품을 제조할 방법까지 고려 중”이라고 2011년 수면박람회에서 말했다. 기면증 환자들도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 허가된 각성제 성분의 약물 부작용을 겪고 장기적으로 사용이 어려워 나트륨 염을 원료로 한 치료제의 허가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깨우기에 집중하는 약보다는 기면증 환자의 수면을 일정 시간 깊은 잠으로 빠지게 만드는 약이 기면증 치료에 더 효과적인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로 깨울지 재울지를 선택하면 더 많은 사람이 증세 호전 효과를 볼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기면증 치료제는 각성제인 모다피닐 성분으로 된 약만 처방 후 판매되고 있다.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약인만큼 사람마다 부작용의 범위가 달라 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직도 연구 중이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기면증 치료제로 활발하게 사용 중인 다른 성분의 치료제들과 치료법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식약처는 239번째 희귀질환약으로 유럽산 기면증 치료제 와킥스를 승인했다. 생리작용 조절 호르몬을 배달하는 히스타민을 활성화시켜 뇌를 깨우는 피톨리산트를 원료로 하는 약이다. 사람마다 몸에 맞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는 여러 성분의 약물을 조금씩 활용하며 점진적인 치료를 한다. 우리나라 환자도 지금보다 여러 성분과 방법의 치료를 받을 기회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증상 호전에 도움을 받길 원한다.


기면증 전문 병원은 대부분 모다피닐 성분 약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환자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많은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한다. 뇌가 깨어있는 대신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통이 오며 속이 매우 더부룩하다는 글이 대다수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글도 있고 실제로 전주 소방서에는 프로비질을 과다 복용하고 목숨을 끊은 젊은이의 시신을 거둔 신고 내역도 있다. 처방받은 약이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잠을 막아주기는 한다. 하지만 불안, 우울, 지속적인 두통, 메스꺼움, 식욕감퇴와 자살 충동 등이 온다면. 과연 이를 보고 삶의 질이 개선된다고 할 수 있을까?


모다피닐 원료 각성제를 먹었을 때 심장이 뛴다고 하면 심장이 안 뛰는 약을, 속이 메스껍다고 하면 위장 보호제를, 소화가 안된다고 하면 소화제를 계속 추가로 처방하는 것은 장기적인 치료방법이 아니다. 해외 사례처럼 화학적 약물 치료 외 다른 방법들도 환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 패턴과 수면 위생을 분석하고 의사와 함께 점검해 잠의 질을 직접 개선하는 치료법. 지속적인 심리상담과 함께 환자와 전문의가 함께 그룹으로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다.


국내 개인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수면 의료원은 대부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 검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검사를 받고 더 빨리 기면증 증상을 발견해 치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병원은 진단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확진 후 각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는 한 가지 성분의 약물 처방 외에 국내 수면장애 환자에 대한 심리적이고 다각적인 치료는 미진하다. 뇌에 어떤 작용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프로비질이라는 약물을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매일 먹어야만 사는 환자들은 불안하다. 그래서 환자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일 약물 복용 일지를 상세히 환자들 스스로 작성하고 있다. 약물 복용 일지를 비롯한 부작용과 약물 복용 후 신체 변화에 대한 점검은 의사와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기면증 치료를 받고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면 아래 부작용 관련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그러지 못해 여러 부작용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약물 반응을 겪고 나서야 기면증 치료제뿐만 아니라 내 몸에 들어오는 약물들의 주의사항을 자세히 읽고 복용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참고]


- 한독테바 누비질 사용상의 주의사항 PDF다운


- 중외제약 프로비질 약물 부작용 설명서 (만약 중외제약 홈페이지만 나오고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면, 링크를 눌렀을 때 나오는 화면 상단 ‘제품>제품검색>프로비질’을 이용하세요)

(2019년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 된 2011.6.28 작성본 일부 발췌)

이상반응

    다음의 이상반응은 임상시험 및/또는 해외 시판 후 조사에서 보고되었습니다. 모다피닐을 투여
    받은 1,56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치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상반
    응의 빈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우 흔하게(≥10%), 흔하게(≥1%, <10%), 흔하지 않게(≥0.1%, <1%), 빈도 불명(확보 가능한 자
    료에서 발생빈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약물반응은 두통으로 환자의 약 21%가 경험하였습니다. 두통은 보통 경
    도~중등도이며, 용량-의존적이고, 며칠 이내에 사라집니다.
    1) 정신 신경계 :
        매우 흔하게 : 두통
        흔하게 : 신경과민, 불면, 불안, 우울, 비정상적 사고, 정신착란, 어지러움, 졸음, 감각이상
        흔하지 않게 : 수면장애, 감정불안, 성욕감퇴, 적개심, 이인증, 인격장애, 비정상적 꿈, 초조,
        공격성향, 자살관념, 운동이상, 근육긴장항진, 운동과다, 기억상실, 편두통, 떨림, 현기증,
        CNS 흥분, 지각감퇴, 협동장애, 언어장애, 미각도착
        드물게 : 환각, 조증, 정신병
        빈도불명 : 망상
    2) 소화기계 :
        흔하게 : 복부 통증, 구역, 구강건조, 설사, 소화불량, 변비
        흔하지 않게 : 가스팽만, 역류, 구토, 언어장애, 설염, 구강궤양
    3) 순환기계 :
        흔하게 : 빈맥, 두근거림, 혈관확장
        흔하지 않게 : 기외수축, 부정맥, 서맥, 고혈압, 저혈압
    4) 호흡기계 :
        흔하지 않게 : 호흡곤란, 기침 증가, 천식, 비출혈, 비염, 인두염, 부비동염
    5) 비뇨/생식기계
        흔하지 않게 : 뇨이상, 빈뇨, 월경장애
    6) 눈:
        흔하게 : 시야흐림
        흔하지 않게 : 시력이상, 안구건조
    7) 피부 및 피하조직:
        흔하지 않게 : 발한, 발진, 여드름, 가려움
        빈도불명 : 다형 홍반,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 독성표피괴사용해증(TEN), 호산구 증가와
        전신성 증상을 동반한 약물 발진(DRESS) 등의 심각한 피부 반응
    8) 대사 및 영양 이상 :
        흔하게 : 식욕부진
        흔하지 않게 :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당, 당뇨병, 식욕증가
    9) 혈액 및 림프계 :
        흔하지 않게 : 호산구증다증, 백혈구감소증
    10) 면역계 :
        흔하지 않게 : 경증의 알러지 반응(예. 고초열 증상)
        빈도불명 : 혈관부종, 두드러기, 과민반응(열, 발진, 림프절증 및 다른 기관과 동시에 발생하는
        증상들)
    11)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
        흔하지 않게 : 요통, 경부통, 근육통, 근무력증, 다리경련, 관절통, 연축
    12) 일반적 이상 및 투여부위 상태
        흔하게 : 무력증, 흉통
        흔하지 않게 : 말초부종, 갈증
    13) 조사 :
        흔하게 : 간기능시험 이상으로 용량과 연관되어 ALP 및 r-GTP의 증가가 관찰됨
        흔하지 않게 : ECG 이상, 체중증가 및 감소
 
    이 약은 일반적으로 좋은 내약성을 나타내었으며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경증 내지 중등도였습니
    다. 미국에서 실시한 3상 임상시험에서 이 약 투여 환자 934명 중 1%이상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14) 국내 시판 후 보고된 이상반응
        ① 국내에서 재심사를 위하여 6년동안 69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판 후 조사결과 유
            해사례 발현증례율은 약물과의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5.9%(41명/697명, 49건)로 보고되었
            고, 주 유해사례는 식욕부진, 오심등의 소화기계장애 2.9%(20명/697명), 불면, 현기증 등의
            정신신경계 장애가 2.0%(14명/697명), 전신 장애인 두통1.4%(10명/697명)이었습니다. 약물
            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약물유해반응 발현율은 5.0% (35명/697명, 42건) 이며, 두
            통 1.4%(10명/697명), 오심 1.1%(8명/697명), 불면 1.0%(7명/697명), 식욕부진 0.9%(6명/697
            명), 현기증 0.4%(3명/697명), 소화불량 0.3%(2명/697명), 어지러움, 구강건조, 홍조가 각
            0.1%(1명/697명)로 보고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약물유해반응은 홍조 0.1%(1명/697명)가
            보고되었습니다.  
        ② 국내 시판 후 조사결과에서 간장애가 있는 환자의 유해사례 발현율이 간장애가 없는 환자
            의 유해사례 발현율에 비해 유의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50%(2명/4명) Vs
            5.6%(39명/693명), P=0.018)
        ③ 국내 시판 후 조사결과, 이 약을 오남용한 증례는 없었으나, 의존성 평가에서 4례가 가능성
            이 있다고 평가되어 보고되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 사유는 '내성', '의도했던 것
            보다 많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및 '약물사용을  줄이거나 조절하는
            것의 실패' 등으로 조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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