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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Jan 18. 2019

시험보다 잠들기 vs화장실 안 가기

형평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고를 게 너무 많아서 힘들고 주문 시간도 오래 걸려요."
6단계에 걸친 선택을 마치면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빵, 굽기, 크기, 야채와 토핑, 소스를 골라야 한다. 세밀하게 필요를 묻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출처: Subway


최근 국내에 2014년보다 점포 수가 3배 이상 급증한 샌드위치 체인점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빵 종류만 여섯 가지에 굽기 정도도 선택할 수 있고 각종 야채와 고기 토핑, 거기에 열 종류가 넘는 소스까지. 이름도 생소한 선택지 앞에서 당황하는 것도 잠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한 선택 주문을 하지 않고 미리 조합이 정해져 있는 메뉴를 고른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권 국가에서 주문할 때는 우리와 다른 모습을 봤었다. 10년 전이었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참을 주문하는 모습을 넋 놓고 봤던 기억이 있다.


"제가 오이향에 민감해서 그런데 혹시 위생장갑을 새로 끼고 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호밀빵으로 아래는 굽고, 위에 덮이는 빵은 굽지 말고 생으로 주세요. 양상추는 반 주먹만, 피망은 초록색으로 세 가닥만 잘게 잘라서 넣어주시고요. 생양파 몇 조각에 바로 소금과 후추를 쳐주세요. 그 위에 닭고기를 얹고 매운 소스를 뿌려주시고 치즈는 체다치즈 그리고 파마산 치즈 두 개 넣어주세요. 파마산은 체다의 두 배를 뿌려주세요. 맨 위에 토마토를 올리고 랜치 소스를 조금만 뿌려주세요."


만드는 사람이 다 기억은 할까 싶게 긴 주문을 거의 모든 손님이 한다. 점원 역시 여유 있게 본인이 맞게 들었는지 확인하면서 샌드위치를 만든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문화라 '뒤에 사람들도 많이 기다리는데 뭐 저렇게까지 하나. 그냥 집에서 만들어먹지...'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 후 타국에서 그들과 함께 한 달 이상 함께하다 보니 이들이 이렇게 긴 주문을 하게 된 것은 가정교육과 사회 분위기에 따른 것임을 알게 됐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이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배려하며 함께 사는 법을 어릴 때부터 익혀서다. 이들의 생활 곳곳에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배어있다. 샌드위치 주문에서도 보이는 우리나라와 해외의 차이점은 '시험'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경쟁상황에서 도드라진다.


60만 명이 보는 대학 수학능력시험, 공무원 임용시험처럼 거의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는 중요한 국가 고시일수록 수험생 전원이 같은 환경에서 시험을 보는 것을 우리는 형평성이라고 부른다. 장애인 판정을 받은 학생 등 특별관리대상자는 수능을 기준으로 전체 수험생의 0.1%다. 이들이 시험을 보려면 시각 장애인은 점자로 된 시험지, 청각 장애인은 문서로 된 듣기 평가 등 각 사람에 맞춘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신체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특수한 책상과 감독관이 필요하며, 시험 시간 역시 장애 정도에 따라 1.5배~1.7배 연장된다. 극소수에게 투입되는 사회적 자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은 조건에 맞출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조건을 가진 사람이 굳이 시험 볼 필요가 있느냐'는 사회적 인식도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만약 시험을 잘 본다고 해도 장애인을 위한 특수 시설을 대학에서 제공하는 경우도, 회사에서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도 매우 드문 사회 분위기가 만든 당연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극소수가 가진 신체적 장애가 아닌, 모든 사람이 겪는 생리적 현상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중고등학교 시절 중간·기말고사를 볼 때면 "시험 중간에는 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미리 다녀오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50분 정도는 급한 생리현상을 참을 수 있었다. 대입 수능 시험 때 역시 수년간 모의고사를 통해 9시간 동안 쉬는 시간에만 화장실을 가지 않도록 연습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학교의 중간·기말고사는 답안지를 제출하고 화장실로 나가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오지 못했었다. 수능의 경우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시험관과 함께 화장실을 다녀오면 된다. 하지만 3시간 이상 한자리에 앉아서 시험을 봐야 하는 국가공무원 임용고시는 시험을 보는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공무원 시험이나 국가기술사 자격증 시험을 보는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은 금지였다. 화장실에 가지 않는 수험생의 집중력을 깨트려 형평성이 저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항의로 시험 접수를 할 때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시험장과 갈 수 없는 시험장을 선택하도록 했다. 보통 시험은 3달 전에 접수하는데, 세 달 후 시험보다 내가 오줌똥이 마려울지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때문에 시험장 내에서 소변 봉투와 우산을 활용해 생리현상을 해결하라는 조치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결국 2017년 처음으로 지방직 7급 공무원 임용고시에 한해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됐다. 생각보다 긴 기간 여러 사람들의 청원과 규칙 개정을 거쳐 공무원 국가고시 응시자가 감독관과 함께 화장실을 가게 된 것이다.

 

공무원 시험장에서 쓰는 용변 봉투. 여성은 우산으로 가리고 시험장 내에서 용변을 봐야 한다. 출처:OBS 뉴스M

물론 부정행위의 위험도 있고 화장실을 가지 않는 다른 학생들의 집중력이 깨진다는 문제도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고 마킹까지 해야 하는 시험 시간은 누구에게나 1초가 아까운데 옆사람이 부스럭거리고 일어났다 앉는다면 당연히 신경 쓰일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속을 안고 화장실을 가는 사람의 마음도 미안함과 다급함에 지옥일 텐데, 조절할 수 없는 생리현상을 막는 것을 형평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감수성으로 평소 공부할 때와 모의고사 볼 때 주변에서 일어났다 앉는 정도의 소음과 진동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배뇨와 배변은 모든 인간이 겪는 생리현상이며, 때에 따라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는가.


시험을 보는 중간에 설사 등의 원초적인 상황을 이해받는데도 이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하물며 기면증을 포함한 장애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시험을 보게 해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인 분위기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기면증 수험생에 대한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는 제목의 진정서가 올라갔다. 기면증 확진을 받고 9년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주 5회 이상 심한 졸음 증상을 겪는 고3 학생의 청원이었다.


기면증은 수면 공격을 받는 경우 무조건 수면에 빠져드는데, 대학 수학능력 시험 시 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조건이 부여될 경우에 시험시간이 부족하여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서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시험시간 또는 쉬는 시간 연장,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 수면 시 깨워주기 등의 편의 제공을 바란다.


기면증은 뇌의 호르몬 분비와 전달에 이상이 생겨 24시간 잠들어 있는 상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을 뜨고 있어도 뇌는 잠을 잔다는 뜻이다.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든다. 가장 심한 경우에는 대화를 하다 책상에 고개를 부딪히고 잠들거나, 걷다가 갑자기 쓰러져 잔다. 이보다 조금 덜한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졸게 된다.


그렇다면 기면증 환자는 학교 생활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면증이 있다고 지능이 저하되거나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라 원만한 학교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평가를 받는 학업 관련 활동은 제약이 크다. 연필로 허벅지를 찔러도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잠에 들기 때문이다. 기면증이 있는 학생은 전날 잠을 충분히 자고 수업에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려서다. 다른 친구들과 같은 시간표로 매일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고, 제한된 시간 안에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을 본다는 것은 기면증 환자에게 도전이다.


'약물 치료를 해서 뇌를 깨우면 일반인과 똑같이 시험을 볼 수 있는 것 아니야?', '병을 핑계 삼아서 시험시간 연장, 쉬는 시간 연장 등 특혜를 받으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면증 치료제가 한 때 일부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국내에서 시판 중인 기면증 치료제는 카페인처럼 인위적으로 뇌의 호르몬을 깨우는 성분이 포함됐을 뿐이다. 약을 먹으면 구토, 어지럼증, 두통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손떨림, 메스꺼움, 구토 등의 물리적인 증상과 함께 우울증, 자살충동, 분열증, 불안증세 등의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인정해 인권위는 서울특별시교육감, 교육부 장관에게 '기면증을 가진 대학 수학능력시험 수험생에게 쉬는 시간 연장, 수면 시 깨워주기, 별도의 시험실 제공 등의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과의 형평성 유지와 수능시험의 특성상 모두가 같은 시험시간에 시험을 시작해서 마쳐야 한다는 이유로 교육부는 쉬는 시간 연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또한 '수면 시 깨워주기' 역시 안 깨웠을 때와 조는 게 아닌데 깨웠을 경우 감독관과 수험생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므로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일어나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책상도 안전상의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대신 기면증 환자는 국가가 법적으로 인정하는 장애는 아니지만 기타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해 수능 때 별도의 시험실 제공만을 허가했다. 고사실만 바꾼 채 기면증 환자를 물리적으로 깨우지 않는다면 시험보다 뇌가 잠들어버리는 건 똑같은데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 SAT를 주관하는 The College Board(대학입시위원회)의 Services for Students with Disabilities(장애학생서비스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면증과 같은 의료 장애를 가진 수험생이 장애인 본인의 병력, 증상, 전문의 소견, 치료 내역 등을 기재해서 보내면 심사 과정을 거쳐 편의를 제공한다.


기면증을 예로 들자면 장애학생서비스국의 결정 통보를 받은 후 기면증 수험생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깨울지까지 요청한 대로 반영이 된다. 시험을 볼 때도 서브웨이 샌드위치 주문을 하듯 상세히 불편사항을 전달하면 병력에 따른 편의를 제공하는 문화가 보편적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요청한 고3 학생이 미국에서 SAT를 보는 학생이었다면 이런 서류를 보냈겠다.


저는 중증 기면증 확진을 받은 기면증 환자입니다. 지난 9년 간 약물치료를 했으나 심박수의 급격한 증가, 손떨림, 두통, 목마름과 구토 증상이 일어나고 약을 먹어도 1주일에 5회 이상 갑자기 잠이 듭니다. 저는 시험을 보다가 갑자기 멍해지고 잠에 빠집니다.

만약 제가 연필을 잡은 손이 30초 이상 종이 위에 멈춰있다면 저는 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언제든 상관없이 제 등 뒤로 와서 어깨를 찔러 깨워주세요. 또한 일어서서 책을 보면 잠에 빠지는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제 책상을 벽을 보게 놔주시고 서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스탠딩 책상도 함께 놔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올 때는 10분만 엎드려서 자고 일어나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제가 펜을 잡은 두 손을 놓고 두 팔을 책상 위에 포개고 잠을 잔다면 10분 후에 깨워주십시오. 다만 시험 종료가 10분 미만으로 남았을 때는 엎드려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봉한 서류의 진단서와 약물치료내역을 참조하시면 의학적으로 확진받은 제 뇌의 호르몬 분비와 작용의 장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담당 의사께서는 소견서에 제 뇌의 중추신경계는 아무리 깨워도 3시간 이상 제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험을 2일에 나눠서 보는 것을 추천했지만, 저는 하루에 몰아서 SAT를 치르고 싶습니다.


학생의 요청을 받은 미국 대학입시위원회는 위의 사항을 반영해 쉬는 시간 연장, 시험시간을 정지시키고 휴식시간 제공, 시험 늦게 시작하기, 2일에 나눠 시험 보기, 수험생이 알려준 대로 시험 감독관이 수험생 깨우기 등을 제공한다. 우리와 형평성의 개념이 전혀 다른 것이다. 기면증뿐만이 아니다. 허리디스크, 편두통 그리고 임신부까지 모든 종류의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본인의 증상에 맞춘 시험을 볼 수 있다.

 

SAT를 보는 기면증 환자는 중간에 잘 수 있다.시험시간을 멈췄다가 잔만큼 연장해준다.다른 장애도 증상에 맞춘 시험장을 제공한다.꿈이 아니라 현실이다.사진출처:ThoughtCo.


왜 해외사례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처럼 느껴지는가. 아직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획일성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각 사람의 편의를 봐주기 시작하면 시간도 자원도 추가로 들어 비효율적이기 때문일 게다. 또한 선천적으로 약한 누군가가 나와 같은 출발선에 섰을 때 나를 추월할까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받지 못하는 편의를 누군가 제공받는 것을 보면 불편이 먼저 올라온다. 하지만 기면증 환자를 비롯한 장애를 가진 이들 누구에게 물어봐도 특혜 안 받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앉아서 수업 듣고 시험 봤으면 좋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시험을 보는 순간뿐만 아니라 평생 그리고 일상적으로 잠의 공격을 받는 삶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지 않은가. 내 의지로 이길 수 없는 잠에게 굴복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려는 노력을 공감하고 지지하기엔 우리 사회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것일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온 역사가 우리보다 긴 국가들 중 영국과 미국을 대표로 예를 들자면 기면증 환자 학생의 특성, 수업시간과 시험을 치를 때 기면증 환자가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법을 담은 매뉴얼을 전체 학교에 배포한다. 예상했겠지만 기면증을 가진 학생뿐만이 아니다. 수십 가지가 넘는 장애와 질병들에 대한 안내문과 매뉴얼을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공유한다. 이들이 모든 종류의 장애를 다 알 필요는 없다. 우리 반에, 내 곁에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을 경우 해당 장애에 대하서만이라도 모두가 파악하고 함께 생활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험뿐만 아니라 기면증을 가진 사람의 일상에서부터 뒤처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고장 나서 고칠 방법도 없는 몸을 안고 살아가는 부담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다 함께 지고 있다.


위의 사례들을 봤을 때, 기면증 환자에게 맞춘 시험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특혜로 부를 수 없다. 모두들 보다 100m도 넘게 뒤쳐져있는 사람의 출발선을 조금이라도 다른 학생들과 맞추려는 노력일 뿐이다. 기면증 환자는 수능 전날 10시간을 잤어도 당신이 이틀 밤을 새운 것보다 못한 몸상태여서 그렇다. 그렇다면 '허리가 아픈 나는?',  '어지럼증이 있는 나는?', '손목이 아픈 나는?'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같은 기회를 누리게 하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다섯 시간 이상 앉아서 시험을 치르기 힘든 모두가 다른 나라의 좋은 사례처럼 의료진의 진단서와 함께 기관에 의뢰해 증상에 맞춘 배려를 받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주변의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점점 주문이 길어지는 걸 볼 수 있다. 다 같은 제품을 받아 알아서 내가 싫어하는 것만 빼고 먹었던 과거와는 달리, 시간이 좀 지체되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상태로 나만의 음식을 먹는 행위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매끼 먹는 식사도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을 먹을 때 개개인의 행복감이 높아짐을 체험한 결과다.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 이어야지만 효율적이고 공평하다는 생각을 바꿀 때다. 물론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해외처럼 진정한 형평성을 누리는 것이 한 끼 식사를 주문하는 일처럼 쉽지 않으리라. 국가고시를 보는 중간에 보통 사람의 오장육부에 문제가 생겨 화장실을 가는 것도 여전히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꿈과 같은 해외 사례들을 읽으면서 본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모든 사람의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샌드위치 주문처럼 작은 일부터 신체적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이 시험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까지 스며들도록 많은 이들이 노력 중이니 말이다. 모든 이에게 고시와 시험은 꿈을 위한 관문이어야 한다.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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