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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Feb 21. 2019

남성이 더 많이 진료받았다.

2013~17년, 30대는 남성이 2.3배 더 많이 기면증 진료

지난 5년 간 국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1.6배 더 기면증을 진료받았다. 특히 30대 남성은 여성보다 2.3배 더 기면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보기 전에 전체 통계를 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면증(질병코드 G47.4)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2013~2018년 6월 청구분까지 반영한 기면증 건강보험 진료실적을 받아 직접 그래프로 변환했다. 지난 5년간 해마다 평균 15% 정도씩 기면증 진료를 받은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

기면증(G47.4) 진료인원 현황 (통계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체 진료인원을 우선 연령별로 나눠보면 20대 진료인원이 가장 많다. 전 세계에서 기면증은 10대~2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며 증상도 가장 심한 특성이 통계에도 나타난 것이다. 거의 전 연령이 매년 증가 추세다.


연령별로 나눈 기면증(G47.4) 진료인원 현황 (통계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래프 직접 가공)


2013~2017년 모두 20대의 기면증 진료인원이 가장 많다. 20대는 5년 동안 평균 전체의 33% 정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10대와 30대가 연간 20% 내외의 비율을 기록했다. 50대와 60대 기면증 진료인원은 전체의 약 5%가량의 비율이다. 90대 이상 기면증 진료 인원도 2015년부터 꾸준히 2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심각한 주간 졸림, 탈력발작(웃음, 흥분, 분노 등 감정 변화가 일어날 때 여러 부위의 근육이 갑자기 풀리는 증상), 수면 마비 등 기면증의 증상은 대부분 10대 때 처음으로 나타나고, 20~30대 때 가장 빈번하고 심하게 나타난다. 기면증 전문의들은 "심각한 졸음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미국보다 기면증 증상이 처음 나타나고 진단을 받는 비율이 미국보다 조금 높다."라고 말한다.


이제 남성과 여성, 공식 통계의 두 가지 성별(sex)로 기면증 진료 인원을 나눠보자. 전체적으로 남성이 약 1.5배 정도 더 많이 기면증 진료를 받는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환자수 중 여자가 59.5%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성별로 나눈 기면증(G47.4) 진료인원 현황 (통계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래프 직접 가공)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란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수면리듬이 흐트러져 있어서 잠자거나 깨어 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말한다. 수면장애 종류로는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여성이 약 60%로 훨씬 비율이 높지만, 유독 기면증은 남성이 더 많이 진료받았다.


반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기면증 환자의 남성과 여성 비율은 비슷하다. 남성 기면증 환자가 약 3% 많은 정도라고 한다. UCSF(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의과 대학교) 수면장애 센터에서는 '기면증 증상은 남녀에 차이가 없으며, 남성에게서 아주 약간 더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거의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기면증 환자의 남녀 비율은 비슷하지만 진단을 받는 시기가 남성이 더 빠를 뿐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남성 기면증 환자의 비율이 2배 정도 많다.


연령과 성별로 나눈 기면증(G47.4) 진료인원 2013~2017 현황 (통계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래프 직접 가공)


2013~2017년 5년 동안 중복으로 기면증 진료를 받았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중복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겹치는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연령대에서 기면증 진료받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더 많다. 국방부에서 2010년 2월부터 기면증을 병역면제 사유에 포함했기 때문에 유독 남성이 더 기면증 진료를 많이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50대 이상은 이와 관련이 없는데도 여전히 남성이 더 높은 비율로 진료를 받았다.  


지난 수십 년간의 해외 통계에 따르면 기면증은 남녀 동일한 비율로 나타나며 증상에도 차이가 없다. 한국 역시 남녀 반반씩 기면증 환자가 존재하지만 남성이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는 경우가 더 많을 뿐일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더 많이 기면증을 진료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염색체 23쌍 중 한 쌍의 성 염색체가 우리의 성별을 구분 짓는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성염색체의 조합이 XX면 여성으로, XY인 경우는 남성으로 태어난다. 남성만 가진 Y염색체가 기면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외에 아직 없다. 때문에 해외의 연구진은 염색체와 성기로 구분하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sex)보다는 사회학적인 차이(gender)와 기면증의 관계에 집중했다.


2014년에 미국 예일대에서 발표한 논문 <젠더가 기면증 진단의 적시성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Gender on Timeliness of Narcolepsy Diagnosis)>에 따르면 기면증 발병과 젠더의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는 아직 찾을 수 없다. 기면증과 같은 뇌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는 데 성별이 미치는 영향은 선행 연구가 없고, 유의미한 통계치를 내려면 모수가 매우 커야 한다. 때문에 예일대 연구팀은 이미 기면증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이 응답 결과를 남녀로 나누고, 젠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기면증 증상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했다. 이 논문은 2007~2010년 예일대 수면 의료센터에서 신규 기면증 진단을 받은 125명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썼다.


예일대의 연구대상 중 지속적으로 설문에 참여한 109명의 응답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남성이 더 어린 나이에 첫 기면증 진단을 받았다. 남성은 평균 16세에 첫 진단을 받는 반면, 여성은 평균 28세를 기록했다. 예일대 논문에서 여성은 참을 수 없는 졸음 증상을 월경, 임신, 육아, 출산 등의 생리현상 때문으로 여기는 점을 짚었다. 또한 기면증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로 고함량 카페인을 섭취하며 흡연이나 알코올 의존도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더 높은 비율로 여성은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잠이 올 때,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등 자기만의 방법으로 잠을 쫓는 편을 선택함을 증명한 것이다.


기면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상생활의 장애 (그래프 출처: 논문 <The Impact of Gender on Timeliness of Narcolepsy Diagnosis>)


또한 남성 기면증 환자들은 '기면증이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와 '기면증으로 인해 활발한 신체운동이 저하됐다'는 항목에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그렇다고 답했다. 기면증을 확진하는 지표인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 반복 검사 결과와 기면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증상은 남성과 여성에 따른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다. 연구대상 109명 중 가정주부와 학생을 제외한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 역시 남성이 더 높았다. 때문에 연구 집단 내 남성들이 출퇴근이나 운동 등 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더 민감하게 자신의 신체 변화에 반응하고 기면증을 진단받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예일대 수면의학과 연구팀은 여성은 잠이 오는 것을 생리적 현상으로 인식해 카페인 등을 활용하는 자가 치료 비율이 높다는 것을 찾아냈다. 해당 논문은 젠더와 기면증의 관계를 증명하기에는 연구 기간과 모수가 너무 적은 게 연구의 한계라고 나타냈다. 우리 몸을 깨어있게 만드는 하이포크레틴, 오렉신 등의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하루 종일 수면상태에 있는 것이 기면증이다. 염색체와 생물학적 성별이 각성 호르몬 분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연구 결과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성이 기면증을 진단받는 연령이 여성보다 어리고, 진료 인원도 더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면증과 젠더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후속 연구들이 더 많이 그리고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후속 연구 결과들에 따라 기면증을 진단하는 지표와 치료법도 젠더에 맞춰 더 세심하게 갱신해야 할 것이다. 공인 기면증 자가진단표인 <앱워스 졸음 척도>에 '월경/출산 전후로 참을 수 없는 졸음을 더 자주 느낀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의 기타 수면장애는 여성의 진료비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유난히 기면증만은 남성의 진료비율이 거의 2배가량 높다. 징병제에 따른 남성의 군생활과 더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졸음 증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서인지. 아니면 여성이 월경과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잠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화가 나거나 웃을 때 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은 생리적인 현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의지 부족이라고 본인을 자책하거나, 샷을 두 번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잠을 쫓는 것을 멈추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면증은 학업, 근로, 운전 등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뇌의 장애다. 기면증은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이 대폭 개선된다. 젠더와 상관없이 말이다.



참고문헌


- <The Impact of Gender on Timeliness of Narcolepsy Diagnosis>, 2014 JCSM, Section of Pulmonary, Critical Care and Sleep Medicine, Yal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New Haven, CT & Yale University School of Public Health and Epidemiology


- <탈력발작 유무에 따른 기면병 환자의 비교- 임상변인, HLA-DQB1*0602, Hypocretin ->, 2007 KISEP,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학교실


- UCSF Health <Narcolepsy> Conditions&Treatments, UCSF Clinics & Centers- Pulmonology Sleep Disorders Center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인구 10만명당 연평균 증가율-30대에서 가장 높아, 2015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 2013-2017년 특정 질병코드의 진료인원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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