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거시기, 페니스, 좆, 똘똘이, 물건 등.
남성의 생식기를 부르는 말은 바로바로 떠오른다. 그렇다면 여성의 생식기는 뭐라고 부를까? 나도 몰랐다. '음... 자지...? 잠지...? 뭐더라?' 그러고 보니 신혼여행 다녀온 앳된 20대 초중반의 선생님들을 교탁에 세워놓고 "첫날밤 얘기해주세요!"를 외쳐댔던 짓궂었던 중고등학교 시절. 그때도 여학생들은 서로의 성기를 그곳, 거기 등의 대명사로만 불렀다. 참고로 자지와 잠지 모두 검색해보니 남성의 생식기를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뜻도 모르고 괜히 '잠자지 마'등의 문장을 말하며 킬킬거렸던 게 생각난다.
그렇다면 여성의 생식기를 부르는 우리말은 무엇일까. 바로 '보지'라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유교문화권에 있어서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내재된 우리는 욕설도 대부분 남성의 생식기를 모티브로 한다. 수많은 이들이 쓰는 '존나' 또는 '좆같다' 등도 모두 남성 생식기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여성의 생식기는 명칭도 없이 그저 부끄러운 곳이거나 기능에 따라 철저히 분리됐다. 9000개가 넘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예민하게 쾌락을 느끼는 클리토리스(음핵), 임신과 출산 그리고 생리혈의 통로인 질(버자이나)과 아기가 자라는 방인 자궁. 이 무한한 생명의 우주를 담는 단어를 평생 모르고 살았단 말이다.
이제부터 여러 번 자주 불러줘야겠다. 이름 안에는 존재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담겨있다. 명칭 없이 대충 그곳, 가랑이 사이 등 애매하게 부르며 보지의 정체성 역시 모호해져 갔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장난처럼, 그리고 일상적으로 불러줘도 좋다. 어린아이들도 고추는 알지만 보지는 모른다. 최근 유튜브에 올바른 여성 자위 관련 사항을 알려주는 애니메이션 교육 영상이 유해 매체로 차단됐었다. 이에 학부모들의 항의로 해당 영상을 유튜브가 재검토한 후 전체 관람 가능 영상으로 변경한 일이 있다. 그 영상을 응원하는 수많은 댓글에도 어린 딸에게 그것을 뭐라고 부르며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들이 있었다.
홍길동도 아니고 우리는 왜 그동안 보지를 보지라고 불러 보지도 못했을까. 아직은 산부인과에 가서도 '제 보지 검진받으러 왔습니다'라고 말할 용기는 안 난다. 그래도 조금 더 친숙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불러줘야겠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해외처럼 여성의 생식기를 부르는 애칭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여성 성기를 가장 다양한 애칭으로 부른다는 폴란드는 칩카(병아리), 소와(부엉이), 무즐라(조개껍데기)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학작품 속에서도 '전복처럼 촉촉하고 탄탄한 그곳'처럼 직유법을 사용해 보지의 특성을 비유할 뿐. 온 국민이 다 아는 귀여운 별명은 아직 없다.
대명사는 명사를 대신해서 쓰이는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곳, 아래, 거기 등을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르자. 보지라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