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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Sep 24. 2020

80 일 아이를 안고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주재원 아내로 사는 삶 03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정확히 남편이 중국으로 떠난 지 1년 만이었다.

긴장감으로 터질 것 같이 요동치는 심장 덕분에 손에도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겠지....  



시어머니와 동행하는 길이지만 중국행은 처음이었다. 

설렘 조차도 기분이 좋을 수 있는 여행길이 아닌 내가 익숙하고 보호받던 공간

내 나라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떠나려 타는 비행기라니… 

게다가 함께 동행하는 이는 남편이 아닌 어린아이 둘과 시어머니였다. 

지금 출국 수속을 하는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 꿈만 같았다. 

덤덤한 척, 괜찮은척했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나 보다. 

그저 두 아이의 엄마이고 어른을 모시고 낯선 길을 떠나는 사람일 뿐… 


짐을 부치면서 검색대를 통과하여 면세지역에 도착, 게이트 앞에 섰을 때서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떠나는 것이라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이렇게 즐겁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 

비행기는 곧 여행의 설렘이었는데 이런 감정을 갖게 되다니. 

이런 현실이 느껴지자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비행기가 도착할 그곳에서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복잡 미묘한 감정을 한가득 안고 짧은 비행시간에 정신없이 입국 심사서를 작성했다 

4장의 심사서를 쓰면서도 손이 얼마나 벌벌 떨리는지…. 

극도의 불안 상태였지만, 엄마는 강했다. 내가 엄마라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핏덩이 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 엄마이기에 힘을 내려했던 것 같다. 

누구도 나와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는 시간의 시작점. 



단단히 마음먹어야 했다. 잘 살아내기로 잘 버텨내기로 마음을 먹어보았다. 

한 시간가량의 비행 후 도착한 중국의 한 공항, 군사공항이라고 했다. 

삼엄한 느낌과 한층 더 경직되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긴장이 되었다. 

살면서 제일 긴장되었던 순간이었다. 도장을 쾅쾅쾅 찍고 나서야 힘겨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겨우 도착한 중국 공항, 게이트 밖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보고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나? 용기 있는 척 센척하고 있었구나.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우리의 중국 생활 용품을 가득 넣은 캐리어 몇 개를 승합차에 넣고 남편이 준비해 놓은 집으로 출발했다. 

차창 밖 낯선 풍경에 눈이 뿌옇게 흐려 밖이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뿌옇게 보이는 세상이 꼭 나의 마음 같았다. 공항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는 40분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과 생각이 복잡해져서 나는 그 순간이 더 힘겹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잘 살 수 있다고 주문처럼 되뇌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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