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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민 바리스타 Jan 26. 2022

4-1 매일 2통만 파는 육개장집

4-1 매일 2통만 파는 육개장집     


“지혁. 이제 밥 먹으러 갈까?”

“네. 쌤.”

“조금만 걸으면 되니까 살살 걸어가자.”     

지혁과 강쌤은 갤러리를 나와 도로를 따라 걸었다.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그리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멀리서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덧 강쌤이 말한 육개장집이 보였다. 단아한 한옥을 개조한 가게였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입구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육개장을 먹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에 지혁은 배가 고파졌다.     

“어서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네. 두 명입니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곧 가져다 드릴께요.”

“네.”     

지혁과 강쌤은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는 육개장 하나 뿐이었다. 가게는 외진 곳에 있었는데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와~ 이런 외진 곳에 있는데 장사가 엄청 잘 되네요.”     

곧이어 육개장이 나왔다. 맛있어 보이는 깍두기가 찬으로 나왔다. 뜨끈뜨끈 육개장 안에는 고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지혁은 밥그릇의 밥을 육개장에 말았다. 한 입 크게 떠서 입으로 집어 넣었다. 입 안에서 칼칼한 육개장의 국물과 고기, 그리고 밥이 가득 씹혔다.     

“와~ 진짜 맛있어요.”

“그렇지. 한 번 먹으면 다시 오고 싶어지는 맛이지.”

“그런데 여기는 메뉴가 육개장 하나뿐이에요?”

“육개장 하나뿐이지. 그리고 여기 사장님은 오후 3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어. 그 전에 다 팔리면 그 전에 닫기도 하지. 저기 보이는 저 큰 통 2개 보이지. 여기는 매일 딱 2통을 준비하고, 그걸 다 팔면 장사를 끝내는거지.”     

강쌤은 주방을 가르키며 말했다. 주방에는 정말 큰 통 2개가 있었다. 강쌤과 대화를 하면서 육개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한 남자가 테이블로 걸어왔다.     

“강선생님, 맛있게 드셨어요?”

“네. 사장님. 늘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동생분이랑 오셨나봐요.”     

육개장 가게 사장님이 지혁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강쌤의 멘티, 서지혁이라고 합니다. 저도 육개장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에게는 맛있게 먹었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인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다 드셨으면 솔잎차 한 잔씩 드릴까요?”     

강쌤이 웃으며 사장님께 말했다.

“좋죠. 그런데 사장님이 바쁘신거 아니에요?”

“오늘은 장사가 잘 되어서 조금 이른 시간에 준비한 음식이 다 팔렸네요. 이제 마무리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솔잎차 가져 올께요.”     

육개장 사장님도 강쌤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느새 다 나가고 없었다. 주방에서는 웃는 소리가 가득했다. 참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 처음 온 지혁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자자. 한 잔씩 드려보세요. 이번에 담은 솔잎차에요.”

손잡이가 없는 도자기 잔에 따뜻한 솔잎차가 들어 있었다. 솔잎 향이 은은하게 났다.     

“와~ 솔잎차는 처음 보네요.”

지혁은 솔잎차를 보며 말했다. 뜨끈한 육개장을 먹고 난 뒤 마시는 솔잎차는 정말 꿀맛이었다.     

“이 친구는 대전에서 카페를 하고 있어요,”

강쌤은 육개장 사장님에게 지혁을 소개해주었다.     

“어이쿠~ 반갑습니다. 젊은 분이 사장님이셨네요. 저는 정희량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정사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반갑습니다. 사장님”

“그래, 우리 젊은 사장님네 카페 장사는 요즘 어떠세요?”

“겨울이 되면서 손님이 뚝 떨어졌어요. 아까 사장님 가게를 보니까 손님들이 만석이더라고요. 저도 이렇게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러움을 담아 지혁이 말했다.

“어디 처음부터 잘되는 곳이 있겠어요. 저희 집도 한 3년은 고생했어요. 서울에서 장사하다가 여기에 내려왔는데 여기에 뭐가 있어야죠. 육개장집을 열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안 오는 날도 있고, 한 두명만 오는 날도 있고, 그렇게 3년이 가더라고요.”

“3년 동안 손님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겠어요.”

“오히려 힘이 안 들었죠. 손님이 없으면 일도 없잖아요. 그리고 서울에서 워낙 힘들게 장사를 해서 여기 와서는 쉬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죠.”

“사장님, 실례가 안된다면 여기 지혁 사장에게도 옛날 이야기를 한 번 해주시죠. 많이 도움이 될꺼에요.”

강쌤이 정사장에게 부탁을 했다.

“네. 사장님. 저도 꼭 듣고 싶어요.”

지혁의 진심어린 요청에 정사장은 솔잎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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