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이태태

5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을 때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추운 날, 더운 날을 빼고, 내 의지가 없었던 날도 빼고, 뜻하지 않은 병으로 뛸 수 없었던 날들을 빼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포기했다가 다시 뛰는 것을 몇 번 되풀이하다보니 해가 두 번이나 바뀌어 있었다. 천천히, 느리게 달리다보니 뭔가 결실을 맺기에는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글도 마찬가지였다. 5km를 처음으로 완주했던 날의 감동을 어딘가에 적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때그때의 달리기 경험을 짤막한 얘기 몇 개로 끄적거려 보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도 아니었기에 잘 쓸 필요도, 길게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계속하지는 못했고, 시간 나면 다시 하겠다고 미뤄둔 글 쓰기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고 난 이후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볼까’라는 책을 우연히 접한 이후 기왕이면 내용을 덧붙여서 완결된 형태로 써보야겠다는 다소 무모해보이는 작정을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다’는 책에서 본 글귀가 나를 다시 움직였던 것이다. 물론 그 뒤로도 글쓰기가 순탄히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현생을 살고 있기에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다.


기회는 생각치도 않은 순간에 다시 왔다. 서울마라톤을 대비해서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총 6주의 휴식시간이 갑자기 주어졌다. 그렇게 달리기를 쉬게 되자 한 동안 잊고 있던 글쓰기가 생각이 났다. 지난 번에 마쳤던 부분 이후의 달리기 경험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진 부분도 있었지만, 러닝앱에 쌓인 그 때의 기록을 보니 달리기가 나에게 주었던 여러가지 순간은 뚜렷하게 생각이 났다. 처음 달리기를 한 이후의 흥분된 기억,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를 따라오면서 뛰었던 행복한 날의 기억, 생각보다 실력이 안 늘어 고민하던 지점들, 설렘과 희망, 힘듦과 후회가 겹쳐진 날들이다.


이 글에서는 5km를 달릴 때까지의 사건, 그 이후 10km달리기까지 일어난 일들, 이어서, 하프코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까지의 경험을 정리해보았다. 예전에 써두었던 초보의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여주던 내용은, 그대로 두기에 많이 민망했지만 그 때의 감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수정하지 않았다.


대단한 달리기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기에 달리기를 주제로 하는 글을 쓴다는 것에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이제 막 시작하시는 분들, 특히나 생업을 이어가며 그 사이사이 짬을 내어 달리기를 하는 ‘생활러너’들의 달리기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도전을 해보았다. 고수러너들이 보시기에는 별 내용이 없을 수도 있겠으나, 나도 그 땐 그랬지라는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사생활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전체 글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25개 정도로 되어 있다. 그 동안 달리면서 찍었던 인상 깊었던 사진 1장씩과 함께 매주 월/수/금 아침 6시에 순서대로 업로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