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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13. 2022

일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피식'을 쓴 이의 딴생각에 대하여

 앞선 일기에서 나는 '일기장을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솔직하고 편하게 쓰자.', '똥을 싸도 창작이다.'라는 마음으로 짧고 가볍게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 브런치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런데 오늘은 딴생각이 들면서 내 일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쓰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초보 브런처가 놀랄 만큼의 조회수가 하룻밤 사이에 나왔기 때문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누군가가 내 글의 링크를 다른 곳에 공유해주신 덕분인 듯하다.


 처음에 높아진 조회수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놀랍게도 공포였다. 나는 왜 높은 조회수를 보고 무서워하는 걸까. 조회수를 보고 처음에는 악플을 달러 공격하러 온 줄 알고 내가 최근에 올린 글들을 계속 보고 또 보면서 무엇이 독자들을 화나게 만들었을지 생각을 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어서? 내 글을 읽고 상처받아서? 놓친 오탈자들이 있어서? 내 의견과 너무 달라서? 정치적 올바름이 없었나? 내가 너무 편하게 막 썼나? 똥을 너무 많이 싸질러 놨나? 말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앞으로 말과 글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그다음에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라이킷 수가 0이나 음의 정수가 아니었으므로 내 글이 사람들을 화나게 해서 조회수가 늘어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즉시 성취감이 몰려왔다. 혹시 이것이 나의 쓸모인가.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가.


 그러자 걱정이 밀려왔다. 불꽃을 만드는 것보다 불꽃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어느 유튜버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능력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계속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내 글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쩌지. 내 일기에 실망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 일기를 쓰면서 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고심 끝에 그냥 나답게, 평소대로 담백한 글을 써나가기로 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예상해서 글을 꾸밀 수도 없으니까.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아니까 나에 대한 글을 기꺼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일기엔 내 마음만 담겨있지만 독자 마음대로 읽고 해석하는 맛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함께하며 그 맛을 음미해 주시는 분들께 또다시 감사드린다.


 글다운 글은 쓰지 못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힘을 빼니 소화제 광고 속 아저씨처럼 마음이 편하다. 브런치 선배님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염탐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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