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쇼코의 미소 1 : 쇼코의 미소

미국 도서관에서 발견한 한국 책 읽기

by 날마다 소풍

미국 도서관에서 내가 제일 먼저 집어 들은 것은 ‘쇼코의 미소’라는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이었다.

2013년 작가세계의 중편소설 부문 신인상에 당선된 ‘쇼코의 미소’는 제5회 젊은 작가상 당선작이기도 하고 소설집 제목이자 소설집에 실린 첫 이야기이다.




최영은, 「쇼코의 미소」 , 문학동네, 2016


최영은 소설집 "쇼코의 미소"




첫 이야기 :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는 소유가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가 집에 머물게 되면서 발견하게 되는 할아버지와 엄마의 새로운 모습에 당혹스러웠던 과거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가족이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느껴지지 않는 바삭 마른 낙엽 같았던 소유의 가족 안에 쇼코가 머물다간 시간은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시간이었고 그 시간은 쇼유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쳤다.


영화감독을 꿈꿨으나 현실의 벽에서 허우적거리던 소유가 우울증에서 빠져나와 한국을 방문한 쇼코와 불편한 만남을 갖게 되는 장면에서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더 우월하다고 느낀 상대로 인해 맞보는 위화감은 어쩌면 내가 벗어나고 싶은 내 본성의 초라함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너무 가까이 있어서 하지 못한 솔직한 말들을 남들에게는 털어놓게 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을 통해 내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소유와 할아버지 그리고 쇼코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오랜 시간 펜팔을 이어가며 사별한 딸이 가계를 책임지는 동안 업어 키운 손녀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교환학생으로 며칠 집에 머물다간 동갑내기 일본인 소녀에게 털어놓은 것을 알게 된 소유가 느낀 할아버지에 대해 묘한 배신감은 우리네 가족들 안에서 발견되는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쇼코를 통해 할아버지의 편지 내용을 읽어가면서 소유는 자신이 경멸하다시피 싫어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잊었던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소유와 할아버지, 그리고 쇼코의 관계는 내가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내가 가장 가깝다고 믿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었던 어느 날과 그 순간 맛보았던 묘한 서운함을 떠올리게 했다.


할아버지는 평생 좋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우리는 아주 작은 감정의 파편 때문에 하지 못한 것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곤 한다. 서운함 때문에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고 미안함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소유의 할아버지도 아마 그러했으리라. 그래서 업어 키운 손녀에게 머뭇거리다가 살갑게 다가가는 법을 잊고 오히려 낯선 쇼코에게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지.


쇼코에 대한 소유의 마음이 투영된 쇼코의 미소에 대한 표현을 보면서 오늘도 나는 내 앞에 선 사람을 내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왜곡되게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쇼코의 예의 바른 미소를 여전히 서늘하게 느끼는 소유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상대의 감정을 실제와 다르게 보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소유가 쇼코의 미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어쩌면 소유는 쇼코와 조금 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을지도, 그 관계로 인해 조금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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