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Dec 24. 2019

미국에서 만난 섬뜩한 크리스마스 요정

옳은지 아닌지 헷갈리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인물 이야기 2

미국에는 아주 섬뜩한 크리스마스 요정이 있다.

산타할아버지만 알고 있던 나는 미국에 산지 팔 년 만에 이 장난꾸러기 요정을 알게 되었다. 




12월이 되면 아직은 순수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많은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지금은 산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피식 웃는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렸고, 성탄 전날 밤에는 잠을 안 자려고 기를 쓰기도 했다.


미국에는 산타 할아버지만 있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요정도 있다.

바로 The Elf on the Shelf라는 책의 주인공으로, 이 이야기가 만화영화로도 제작되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장난꾸러기 요정이다.

책 표지에 나오듯이 자칭 "Christmas Tradition"이 된 이 Christmas Elf는 미국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상징이 되었다.

이 꼬마 요정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영어권 나라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The Elf on the Shelf에 나오는 Elf는 12월 되면 아이들을 찾아와 하루 종일 아이들의 행동을 살펴보고 매일 밤 North Pole(북극)에 있는 산타클로스에게 가서 아이들에 대해 보고를 하고 돌아온다.

Elf는 매일 다른 곳에 숨는 장난을 치기 때문에 아침이면 아이들이 Elf를 찾으러 다니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이들이 Elf를 만지면 마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만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12월 24일이 되면 Elf는 Santa Claus와 함께 북극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해 12월 다시 아이들을 찾아온다고 한다.



모든 가정들이 크리스마스 요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적지 않은 미국인 부모들은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요정을 꺼내거나 새로 구입한다.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요정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도 해서 집마다 요정의 이름이 다르다.

매일 밤 부모들은 기발한 곳에 크리스마스 요정을 숨기고 아침이면 아이들은 요정을 찾아다니며 신이 나는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The Elf on the Shelf에 대해 미국에 와서 아홉 번째 맞는 12월에 알게 되었다.

11월 마지막 날 아이들이 하교한 뒤, 3번 방 담임 Ms. K가  작은 인형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Ms. K가  Buddy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상자에서 꺼낸 크리스마스 요정 인형은 빨간 모자에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

12월 첫날, 3번 방의 칠판의 마커 통 위에 앉아있는 크리스마스 요정을 보고 3번 방 꼬마들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 제일 신난 것은 매년 12월이면 집에 Popo라는 크리스마스 요정이 찾아온다는 헤든이었다.

물론 우리 반 요정 Buddy가 지켜보고 산타에게 보고를 한다는 말에  첫날 하루는 쪼금 조심하던 3번 방 꼬마들, 다음 날부터 하던 대로 본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하교한 뒤 교사들이 숨긴 크리스마스 요정 Buddy를 찾느라 아침마다 3번 방 꼬마들이 신이 나서 두리번거리며 교실을 돌아다니며 즐거워했으니, 그거면 된 것이지 싶다.





듣자 하니 The Elf on the Shelf의 저자 Carol Aebersold와 Chenda Bell은 이 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바비인형이나 콩순이처럼 이 크리스마스 요정의 다양한 소품과 장신구도 따로 판매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요정에 열성인 가족들은 해마다 목도리며 귀마개, 의자 같은 것을 새로 사준다고 하니, 이 요정 하나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만만치 않겠다.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키워준다는 명목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속아 넘어가는 귀여움에 빠져 돈을 쓰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이익과 나라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듯하다.




북극에 있는 산타할아버지도 내가 착한지 네가 나쁜지 안다는데

집안에 크리스마스 요정까지 들여서 요정이 두 눈으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생각하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사생활이 감시받기 쉬운 첨단 장비에 노출되어 있는데, 요정까지 집안에 몰래 숨어서 감시에 가담하다니, 아이들이 불쌍하다.

게다가 이 크리스마스 요정은 매일 감시한 내용을 북극에 있는 산타클로스에게까지 날아가 보고하고 온다는 무서운 고자질쟁이다.

그런 면에서 이 크리스마스 요정은 산타클로스보다 더 옳지 않다.


그러나 얄궂게도 아이들을 감시하며 산타클로스에게 아이들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이 요정은 장난꾸러기이다.

자기들처럼 Hide and Seek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꼬마 친구가 숨어있는 것을 찾느라 신나게 아침을 맞으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신이 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자질쟁이임에도 이 꼬마 요정을 좋아하고 요정의 장난에 환호하는 것일 것이다.

부모들도 밤마다 이 요정을 숨길 다른 곳을 찾아 골몰하고 자신이 기발하게 숨긴 요정을 찾아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정 찾기 놀이가 즐거울 것이다.

 

아이를 부모 뜻대로 통제하는 좋은 수단이면서 사랑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행복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세상 물정 다아는 부모들이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 요정의 상업성에도 집안에 이 꼬마 요정을 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크리스마스 요정은 옳다.




우리 아이들에게 3번 방에 들인 크리스마스 요정 이야기를 하니 피식 웃었다.

크리스마스 요정의 이야기에 솔깃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탓이다.

동그란 눈이 아이들을 졸졸 쫓아다니며 감시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12월 한 달쯤 아빠나 엄마는 밤마다 요정을 숨기고 아침이면 아이들은 요정을 찾아다니는 그 신나는 북적함은 경험해 보고 싶다.

그것은 아이들이 어릴 때 하던 숨바꼭질과 다른 즐거움일 수 있을 듯하다.

이 빨간 옷을 입은 작은 요정을 가지고 아빠와 엄마의 기발한 숨기기 작전과 아이들의 재치 있는 찾기 기술에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는 시간은 서로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전 10화 수많은 트럼프가 존재하는 미국, 트럼프들의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