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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Dec 07. 2023

관성의 등가교환

출근이 아닌 평일,

하루길다

그토록 고대하던 시간이기에

지루하긴커녕 신기해서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책을 보고 영상을 보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운동을 하고 바람을 쐬고


이렇게 쉬어도 신경은 여전히 날카로우며

아직 퇴근시간은 도래하지 않았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가

하루 삼 분의 일을


하루를 스스로 회사에 헌납한 대가는 월급이었다

과연 등가교환이 맞는가

곳간이 만족스러운 숫지였다면 고개가 끄덕여질까

세상은 점점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침내 귀가 시간이 되고

그제야 떳떳하게 밥을 먹고 쉰다

잠자리에 든다

하루를 마친다


시간의 관성은 힘이 세다

이것 또한 거슬러 내야 할 것

파랑새는 열린 문을 지그시 바라보지 않는다   

퍼덕이는 날갯짓은 내 몫이다


겨울의 한낮 따사로움을

오늘은 베란다 유리창 너머로 맞았다

쏟아지는 햇살이 좋았다

감정이 한걸음 부드러워졌다


게으름을 환영하는 법

일상은 달리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때로 멈추어 숨을 크게 쉬자

이것만이 기울어진 등가교환을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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