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참외씨

먹힌 뒤, 진정으로 살아나는 참외씨

by 행복한독서


대단한 참외씨

임수정 글 / 전미화 그림 / 40쪽 / 13,000원 / 한울림어린이



어릴 때 살던 시골에서는 여름 끝 무렵 두엄 더미 근처에 노란 꽃을 피운 개똥참외가 뒤엉켜 자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다 자라도 아기 주먹만 하고 노란색조차 희미한 개똥참외는 참 달고 맛있었다. 배가 고팠고 참외밭에서 자란 참외를 먹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니 허기는 입맛조차 겸손하게 만들었던 거다.


『대단한 참외씨』는 먹히기를 거부한 참외씨가 결국 잡아먹혀 개똥참외가 되는 이야기이다. 살아남고자 하는 것은 모든 존재의 특성이다. 씨앗의 존재 이유는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서 더 많은 씨앗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대단한 참외씨’도 먹히길 거부한다. 벌겋게 달아오른 몸으로 눈썹을 치켜세우고, 팔다리를 과하게 휘젓는 모습에서 참외씨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 읽힌다. 마치 어른에게 심리적으로 잡아먹히길 거부하는 아이들 모습과 닮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먹히지 않으려 저항한다. 먹힘은 죽음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참외씨는 “휴, 이제 살았네” 하고 안심하는 순간 결국 새에게 꼴깍 삼켜진다. 긴장을 푸는 찰나, 목숨은 위태롭다. 세상은 넓고 위험하다는 먼지 할아버지의 말처럼 삶은 이처럼 엄정하다.


새똥에 섞여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참외씨는 먹히는 죽음의 과정을 거쳐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새 참외씨는 생명을 위협하는 포식자가 누군지 알아채는 혜안도 생겼고, 스스로 흙 속을 파고들어 새 삶을 꾸려나갈 힘도 생겼다. 이글이글 타는 태양도 세찬 바람도 참외씨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죽었다 살아났는데 무엇이 무섭겠는가? 물론 ‘차가운 빗줄기도 씩씩하게 노래 부르며 이겨 낸다’는 글과 다르게 진실은 그림에 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앙다물며 시련에 맞서는 참외씨를 보여주는 그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존재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결국 희망의 등불처럼 노오란 꽃을 피우고 뭍 생명들을 친구로 삼으며 꿈을 이룬 참외씨는 ‘달고 맛있는 참외’가 된다. 그래서 그는 비로소 ‘대단한 참외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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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먹혀서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는 여러 울림을 준다. 그럼에도 『대단한 참외씨』를 읽는데 불편한 점이 있다. 참외씨가 ‘달고 맛있는 참외’가 되는 마지막 장면이다. 달고 맛있음으로 참외씨의 삶이 ‘대단한 존재’가 되는 서사는 성공에 대한 우리 사회 집단 무의식의 관점이 엿보여 씁쓸하다. 작고 맛없지만 힘겹고 어려운 삶의 고비 고비를 견디고 열매를 맺은 것만으로 참외씨는 ‘위대하다’고 칭송받을 수 없는가? 비록 우리의 삶 자체가 남루하고 소박해도 존재의 완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기 때문에 마땅히 격려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은희_충남 아산초 교사,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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