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있어요?

그리운 이를 찾아 떠나는 여정

by 행복한독서

할머니 어디 있어요?

안은영 글·그림 / 32쪽 / 12,000원 / 천개의바람



검은색 바탕의 앞표지를 가만히 쓰다듬으면 노란색 제목 글자가 아주 얇게 만져진다. 민들레 노란 꽃, 날아가는 씨앗 그리고 보름달까지 손끝에 닿는 담백한 그림. 아이에게 보여주자마자 “할머니 돌아가셨나 보다….” 한다. 대답 대신 책장을 연다. 깜깜한 면지를 지나 검은색 속표지에 박힌 흰 글씨가 보인다. “할머니, 어디 있어요?”


어디 있냐고 묻는 까닭은 잃어버렸기 때문일 거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아서. 그럼에도 재차 묻는 까닭은 아직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딘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쩌면 그렇다고 믿고 싶어서, 영영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까만 밤 수많은 별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여자아이는 쉬지 않고 “우리 할머니 못 봤니?”라고 묻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자리, 칙칙폭폭 기차, 이야기 속 친구들 그리고 뾰족뾰족 바늘과 연필에. 모두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다. 지켜보는 우리도 할머니의 바람들, 할머니와 여자아이가 소중히 나눈 시간을 헤아리게 된다. 보이지 않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홀로 누운 까만 밤 조용한 밤, 아이는 잠을 청한다. 꿈에서라도 할머니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이가 덮은 이불 천에 할머니와 같이 가꾼 텃밭 추억이 담겨있고 아랫부분에 놓여있던 민들레 씨앗 하나가 훨훨 날아가 오른쪽 책장으로 넘어간다.


그래서일까. 씨앗 따라 책장을 넘기면 검은색이 아닌 푸른빛 배경이다. 까만 밤이 지나고 방긋 해가 떠올라 햇빛이 할머니 꽃밭을 비추고 있다. 아이가 웃는다. 활짝 핀 꽃들 사이로 퍼지는 할머니 웃음소리 알아채고 따라 웃는다. 아이가 내다본 화단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할머니어디있어요-본문.jpg


다음 장에는 빛처럼 환한 노란색 바탕에 여기저기 숨어있는 할머니가 보인다. 다채로운 표정으로 꽃 속에, 꽃 아래, 꽃 둘레에 있는 할머니. 아이가 소리친다. “찾았다, 할머니!” 보이지 않지만 보일 듯 눈앞에 그려지는 아이의 얼굴. 보는 이의 마음에도 밝은 빛이 스며든다. 따스하고 환해진다.


다른 곳이 아닌 여기, 바로 내 곁 가까이에 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가 다짐하듯 말한다. “할머니의 보물은 내가 가꿀” 거라고. 노란 손바닥 가득, 할머니 텃밭 보물 내밀며 “할머니, 사랑해요.” 속삭이는 아이가 반갑다. 어두운 앞 면지와 달리 밝아진 뒤 면지까지도.


『할머니 어디 있어요?』는 그동안 정성껏 생태 그림책을 여러 권 만들어온 안은영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뿍 담긴 이 그림책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이들에게 닿아, 그 마음 따스하게 보듬고 품어주면 좋겠다.


이숙현_구미 금오유치원장, 『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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