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씨는 대단해!

『상추씨』 조혜란 작가와의 대담

by 행복한독서

6월 30일 금요일 저녁, 일산 행복한책방에서 즐거운 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신작 『상추씨』(사계절)를 선보인 조혜란 작가를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자리에는 초등학생들이, 뒷자리에는 어른들이, 책방 바깥에는 어른과 아이들이 모여서 『상추씨』에 관해 궁금한 걸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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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제목이 ‘상추씨’인 게 궁금해요.

17년 전, 큰아이가 7살 때 같이 텃밭 가꾸기를 했어요. 공사판 흙 같은 곳에 상추씨를 조금 심었어요. 처음에는 날마다 돌봤는데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죠. 그런데 어느 날, 꽃이 피어 있는 거예요. 상추를 심어놨으니 밟지 말라고 원을 그려놨는데, 원 밖에 있던 상추에서 꽃이 핀 거예요.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냈는데, 책을 내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최근 3~4년간 진행하던 작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그것을 대신할 작업을 찾다가 스토리보드 상자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 시작하게 되었어요.


헝겊 그림으로 처음 작업을 하게 된 까닭도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해 볼까 했는데, 잘 안되었어요. 그러다 바느질하는 분을 만났는데 두 달 반 만에 작업을 끝낸 거예요. 작업한 걸 스마트폰으로 찍어 모니터링을 했는데요, 여섯 살 먹은 어떤 아이가 보고 ‘상추씨는 대단해!’ 하는 거예요. 자세히 살펴보니까 이게 상추씨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을 ‘상추씨’라고 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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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밟고 있던 상추가 씨를 맺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했더니 이런 말을 한다.

원 안에 있던 상추는 먹기도 했고, 소꿉놀이에도 쓰곤 했는데요. 원 밖에 있는 건 미처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발로 밟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때마침 작가 학교를 다녔는데, ‘못난이 찬양 의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못난 애들, 짓밟힌 애들, 그런 애들이 세상을 지배할 거야. 이런 생각 말이지요.


상추를 헝겊으로 표현한 게 절묘했다 싶어서 이 점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헝겊이 갖고 있는 한 장 한 장의 느낌과 상추가 지닌 한 장 한 장의 느낌이 오버랩되면서 참 재미있다 싶었어요.


이 기법으로 구상하는 다른 작품이 있는지요?

“지금 작업 중인 게 있어요.” 그러더니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작품이라며 ‘노란 버스 이야기’를 꺼내 읽어주었다. 작업 과정을 직접 보기 힘든 청중들에게는 인상적인 순간이었을 게다.


논픽션 그림책에 관해서도 물었다. 『상추씨』도 그렇고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도 그렇고 사실에 이야기를 결합한 논픽션 그림책을 주로 만드시는데요. 어떤 생각에서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계신지요?

저는 논픽션 그림책을 만들면서 굉장히 보람을 느꼈어요. 논픽션은 가르쳐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고 사람들의 한 단면, 어떤 세계를 부각시키는 걸 텐데요.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학원 가서 배우는 것 이상으로 보람 있고, 나를 채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덧붙여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는 상상력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 자체는 철저하게 취재했어요. 길거리로 나가 할머니를 보면 차에 태워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러다 보면 뭔가 구체적으로 잡히는 게 있었거든요. 앞으로 픽션 그림책을 작업한다고 해도 이런 현실 탐구는 계속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첫 번째로 “그림책에 있는 상추씨 씨앗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요. 이건 작가님 아이디어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맞아요. 제가 말한 걸 출판사에서 그대로 들어주었어요. 처음에는 1쇄에만 넣겠다고 했는데, 계속 씨앗 봉투가 들어가네요.”


또 다른 독자는 “저는 『상추씨』와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를 같은 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할머니, 어디 가요?』는 화풍이 강렬한데요. 어떻게 이런 화풍을 표현하게 되셨나요?” 하고 물었다. “제가 2001년에 『똥벼락』을, 2002년에 『참새』를, 2009년에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를 했어요. 오랜만이라 다들 깜짝 놀랄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일단 캐릭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화풍이 달라 보이는 건 동양화 물감을 썼기 때문이에요. 채도가 높아지는 종이를 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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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자가 물었다. “『상추씨』는 퀼트로 작업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했는데, 전문 사진작가가 찍었나요?” “물론이지요.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 두 분이 작업했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디자이너도 엄청나게 보정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완성도가 높아졌던 거 같아요.”


17년이나 되는 『상추씨』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들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엄혜숙_어린이책 비평가, 번역가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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