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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15. 2023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주제별 어린이책 큐레이션 - ‘다르게 보기, 다르게 살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나도 내 방식으로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 
생각하게 되지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을 살았습니다. 어제 동네 공원을 지나다가 아이들이 마스크 쓰고 뛰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전엔 꿈도 꾸지 않던 풍경이었어요. 미세먼지와 황사는 걱정했어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걱정조차 하지 않았던 거지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른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현실. 이전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방향과 속도를 이제는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이번 달에는 ‘다르게 보기, 다르게 살기’를 주제로 그림책 몇 권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독점이 아닌 공유를 

『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윤지회 글·그림 / 보림)를 펼쳐볼까요? 

이 작품은 특이한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아딜 씨는 오랜 길동무 낙타와 함께 알람사하바 사막을 걸어 저 멀리 시장으로 물건을 팔러 갑니다. 그때, 알람사하바 사막에 “우우우우우웅 쾅!” 소리와 함께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하늘에서 엄청나게 큰 구름 덩이가 떨어진 거예요. 땅에 떨어진 구름은 스르륵 모습을 바꾸기 시작해요. 신기한 구름을 보려고 기자들이며 과학자들이 몰려들었어요. 구경꾼들까지 몰려들었지요. 그러자 알람사하바 사막은 금방 시장 바닥처럼 되었어요. 곧 땅 주인이 나타나 구름을 깡통에 담아 팔자, 경찰이 이걸 금지하지요. 이웃 나라에서도 신기한 구름을 손에 넣으려고 탱크며 장갑차, 비행기를 앞세우고 밀려들었어요. 그러다 전쟁이 벌어지고, 신기한 구름 덩이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딜 씨는 알람사하바 사막을 오가며 멀리 시장까지 가서 물건을 팝니다. 그러는 동안에 아딜 씨에게는 새 낙타가 하나 더 생겼고요. 

ⓒ보림(『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알람사하바 사막에 떨어진 이상한 구름 덩이는 무엇일까요? 하늘에서 떨어진 구름 덩이의 의미는 저마다 해석이 다를 거예요. 석유나 석탄 같은 천연자원일 수도 있고, 미처 몰랐다가 새롭게 가치 평가된 자연환경일 수도 있어요. 확실한 건 사람들이 구름 덩이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는 바람에 구름 덩이가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는 거예요. 구름 덩이를 서로 가지려고 다투다가 전쟁까지 일어나고, 그 바람에 구름 덩이를 죄다 잃는 것을 보면, 인간의 지나친 탐욕이 자연의 선물을 탕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구름 덩이가 사막에 떨어지거나 말거나 아딜 씨는 늘 하던 대로 자기 일하며 사는데요. 작가는 이런 삶을 지지하는 것 같아요. 


『황금 이파리』(커스틴 홀 글 / 매튜 포사이드 그림 / 주니어김영사)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숲에 황금 이파리가 하나 생겼는데요. 동물들이 서로 가지려다가 그만 사라지고 말지요. 그다음 해에도 황금 아파리가 하나 생기는데 이번에는 어느 동물도 자기 혼자 가지려고 하지 않아요. 황금 이파리를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거지요. 지나친 탐욕은 소중한 것을 잃게 한다는 것, 독점이 아니라 공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두 작품은 잘 보여줍니다. 


인간 중심의 관점 경계해야 

지구별에는 인간 말고도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어요. 우리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면서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과연 이게 바람직할까요? 

『서로를 보다』(윤여림 글 / 이유정 그림 / 낮은산)는 동물원의 동물을 등장시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앞 화면에서는 “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라는 글과 함께 자연 상태의 치타를 보여줘요. 뒤 화면에서는 “네가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하는 인간의 말과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달려 보지 못했거든”이라는 치타의 말과 함께 동물원 우리에 앉아있는 치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앞뒤 화면을 한 짝으로 해서 치타, 쇠홍학, 긴팔원숭이, 돌고래, 북극곰, 올빼미, 바바리양, 늑대, 프레리도그, 콘도르의 자연 상태와 동물원에 갇힌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지요. 그러다가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 이런 글이 나와요.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오르지도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인간.” 그다음에 동물들이 이렇게 말하지요.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맨 마지막 화면은 동물과 사람이 마주보는 화면인데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동물들이 서로를 본다.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이 작품은 우리에게 동물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고 묻습니다. 사람도 동물 가운데 하나인데, 동물원을 짓고 자연 상태의 동물들을 잡아다 가두고 구경거리로 삼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고요. 대답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겠지요. 사람의 인권뿐 아니라 동물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비로소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낮은산(『서로를 보다』)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허정윤 글 / 고정순 그림 / 킨더랜드)도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우울한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지요. 그와 함께 다른 생명체를 억압하는 인간이 과연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묻게 됩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거대한 생명의 고리 속에서 서로 기대며 살고 있으니까요. 


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사람이 동물의 입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살자’는 거지요. 

『이빨 사냥꾼』(조원희 글·그림 / 이야기꽃)이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몸집이 큰 사람의 아이가 몸집이 작은 여러 코끼리들에게 잡혀서 이빨이 뽑히는 사건을 보여줘요. 코끼리들은 사람의 이빨로 온갖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어요. 이 작품에서 사람과 코끼리는 입장이 바뀌어 등장합니다. 사람이 코끼리의 상아를 갖기 위해 코끼리를 마구 사냥하던 때가 있습니다. 그때 코끼리들이 느꼈던 공포와 고통을 이 작품은 고스란히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화면을 보면 이건 아이가 꾼 꿈 이야기입니다. 현실이 아닌 거지요. 사람이 코끼리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해본 거예요. 현재 코끼리 사냥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불법 밀렵이 행해지고 코끼리를 혹독하게 훈련시켜 인간을 위해 노동하게끔 하지요. 

ⓒ이야기꽃(『이빨 사냥꾼』)

『주문이 많은 요리점』(미야자와 겐지 글 / 시마다 무쓰코 그림 / 담푸스)을 보면, 사냥을 하던 두 신사가 산속에서 배가 고파 ‘서양 요리점 산고양이네’라는 곳에 들어갑니다. 이 요리점은 주문이 많은 곳이라 양해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어요. 두 신사는 주문대로 총을 내려놓고 옷을 벗고 먼지를 털고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데요. 그러다가 자신들이 산고양이의 음식이 되리라는 걸 알아차리지요. 두 신사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는데요. 마침 사냥개 짖는 소리와 함께 안내하던 시골 사람이 나타나 살게 되지요. 두 신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자기네 옷이 걸려 있었어요. 이 작품은 재미로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사람이 동물 입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하고 질문합니다. 원래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인데요. 유명한 작품이라 그림책으로도 만들어졌지요.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뛰어라 메뚜기』(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 보림)를 볼까요?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주변 동물들이 무서워 메뚜기는 늘 풀잎 뒤에 숨어 살았어요. 어느 날, 메뚜기는 이런 삶이 지겨워져서 다르게 살려고 마음먹지요. 그랬더니 주변에 있는 뱀이며 사마귀가 곧 덤벼들었어요. 메뚜기는 뛰어올랐지요. 그 바람에 뱀이며 사마귀는 물론, 거미도 새도 메뚜기에게 꼼짝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메뚜기는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데요.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려는 순간, 몸에 붙어있던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게 되지요. ‘자기 힘으로’ ‘자기 날개로, 자기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게 된 거예요. 마지막 화면을 보면 메뚜기가 친구까지 만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자유롭게 살지 못합니다. 겁내지 말고 새 삶을 향해 뛰어오를 때, 우리 앞에는 새 삶이 펼쳐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글·그림 / 시공주니어)도 시사점을 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앨리스는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볼 거예요.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고요.” 그 말에 할아버지가  말했지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얘야, 그런데 네가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구나.” “그게 뭔데요?”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앨리스는 나중에 미스 럼피우스라고 불리는데요.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세상 여러 곳을 여행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바닷가에 집을 구했어요.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시작하는데요. 그건 바로 마을 곳곳에 루핀 꽃씨를 뿌리는 것이었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나도 내 방식으로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 생각하게 되지요.


엄혜숙_어린이책 작가, 번역가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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