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말 멋져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 허경실 옮김 / 48쪽 / 11,000원 / 달리
자기중심적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는 엄마들에게 늘 말한다. “아이들은 본래 그래요.” 물론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라서는 안 되겠지만, 발달 과정상 어린아이들은 원래 자기만 안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고 모든 사건을 자기중심적으로 이해하며 판단한다. 그러다가 점차 시야가 넓어진다. 적당한 때가 되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사회화가 이루어진다. 자신과 타인의 욕구를 적절히 조절하며 원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미리 주입하기도 한다. 친구가 이런 말을 하면 저런 말로 대응하라든지, 같이 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 다가가라든지, 이런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주고 친구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어찌 보면 선행학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아이가 직접 또래와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배워가야 한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고 타인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면 자기중심적인 부분은 조금씩 다듬어져 간다.
『넌 정말 멋져』는 일본의 유명한 동화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작품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온다. 티라노사우루스에게는 친구가 없다. 항상 다른 공룡들을 못살게 굴기 때문에 아무도 티라노사우루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티라노사우루스 또한 친구들을 괴롭힐 생각만 한다. 그런 주인공이 바다에 빠지고 만다. 허우적거리며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티라노사우루스는 자신이 나쁜 짓만 해서 죽는다고 생각한다. 점점 가라앉는 티라노사우루스를 구해준 건 물에서 사는 공룡 엘라스모사우루스였다. 어째서 나를 구했냐고 묻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네가 ‘제발 아무나 도와줘’라고 말했잖아”라고 대답하며 미소 짓는 엘라스모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는 그 미소를 보며 난생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한다.
난폭한 공룡들 때문에 상처를 입곤 한다는 엘라스모사우루스의 이야기를 듣고, 티라노사우루스는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육식공룡임을 숨기고 엘라스모사우루스처럼 빨간 열매를 먹으며 산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단짝이 된 둘은 매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사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조금씩 달라진다. 친구를 배려하고, 공감할 줄도 알게 되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친구를 구하기도 한다. 다른 친구들도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여느 때와 같이 빨간 열매를 잔뜩 따서 바닷가로 가지만 그날따라 엘라스모사우루스가 보이지 않는다. 겨우 나타난 엘라스모사우루스는 힘센 공룡들의 공격을 받아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죽어가고 있었다.
사실은 자신이 못되기로 유명한 공룡이라고 고백하는 티라노사우루스. 하지만 엘라스모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라며 이렇게 말한다.
주인공 티라노사우루스는 원래 육식공룡이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다른 공룡들을 공격해서 잡아먹고 산다. 따라서 난폭한 성향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본성을 특히 즐기는 녀석이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 사귀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중심적이고, 다듬어지지 않고, 가끔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아이는 그저 아이의 모습 그대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만 이러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소중한 친구가 생기고 우정의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변화한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우리 아이들 또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는 동안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에게 부모의 기준에 맞는 친구를 붙여주거나 친구 관계에서 생기는 모든 일에 일일이 나서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지 부모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타인과의 관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나를 깊이 사랑하고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인생에서 얼마나 큰 선물인지, 어른이 된 우리는 잘 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말해주자. “너는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라고.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줘야 할 것은 걱정의 눈길이 아니라 응원의 눈길이다.
김영아_독서 치유상담사, 『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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