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빛나는 일상의 주인공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by 행복한독서

나무주연상

박지우 글·그림 / 48쪽 / 15,800원 / 창비



『나무주연상』 이야기의 시작은 아트팀에서 일하던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뮤직비디오, 앨범 재킷, 광고 촬영 등에 필요한 세트와 소품을 제작하고 배치하는 일을 하며 완성된 결과물 사진과 영상을 보면 카메라의 초점은 언제나 아티스트에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긴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든 세트와 소품은 화면을 잠깐 스치거나, 아웃포커스 되어 흐릿하게 보일 때가 많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아티스트 뒤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최선을 다한 세트와 소품들이 오히려 제 눈에는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너네도 자리를 지키느라 수고가 많았어’ 하며 몰래 박수를 보내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조명을 받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존재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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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너무 흔하게 보여서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뿌리내린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나무야말로 자연 속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상상이 꼬리를 물게 되어 『나무주연상』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


사계절 동안 부지런하고 조용히 수고해 온 나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따뜻한 축하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상식’을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나무들을 위한 시상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끝자락 차가운 눈을 뚫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서 봄의 시작을 알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준 매화나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며 쉴 공간을 선물하는 느티나무, 깊게 뿌리내려 흔들림 없이 오랜 세월을 견뎌오며 강인함을 보여준 은행나무, 달콤한 열매를 나누어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감나무가 나무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되는데요. 과연 어떤 나무가 상을 받게 될까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떤 나무에 상을 주고 싶을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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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상을 받은 나무도, 받지 못한 나무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나무도 아쉬움 없이 다시 자신이 뿌리내린 자리로 돌아가 또 열매를 맺고,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조용하고 부지런히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 시상식은 상을 받은 나무만을 돋보이게 하는 자리가 아니라 각자가 해온 노력과 역할을 조명하며 ‘잘 해냈다’라고 서로를 축하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사람도 있고, 나무처럼 묵묵하고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온함은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이들의 수고가 모여 만들어낸 값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만 보아도 책 표지에는 ‘박지우 그림책’이라고 쓰여있지만,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닿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어요. 책을 쓰고 그리면서 많은 이들의 수고 없이 온전히 나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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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익숙해진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서로를 조명해 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이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로 또 닿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혹시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이미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일상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그리고 '나'이니까요.

오늘도 조용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온 우리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박지우_그림책작가, 『나무주연상』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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