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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01. 2023

사랑은 인생에 가장 강력한 진통제이다

-추억의 붕어빵

  

비 오는 저녁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의 철커덕철커덕 잠금질을 하는 소리가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싸늘한 바깥 날씨이지만 붕어빵 철판이 돌아가면서 익어가는 고소함의 향기는 몸속까지 따뜻함이 전해온다.    

  

철판에 기름칠을 하고 노오란 양은 주전자의 입에서 쏟아지는 적당한 하얀 반죽, 배를 채우듯 가득 담기는 달콤한 통단팥은 허기진 그리움을 채우는듯하다. 그렇게 여러 개의 붕어 배를 채우고 나면 주인장의 손놀림으로 고소함을 배가 시켜줄 음악회가 시작된다. 철커덕 휘리릭, 철커덕 휘리릭 바삭한 갈색 옷을 입어야만 뜨거운 철판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의 애간장이 녹는지 마는지 아랑곳하지 않는 주인장은 고소함이 극대화되는 노릇함의 포인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사이 오고 가는 짤막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기다림을 잊게 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심심한 손이 싫어 퇴근길 가족을 위해 주섬주섬 돈을 꺼내는 가장의 미소를 볼 수 있는 곳, 너의 입으로 나의 입으로 호호 불며 서로 챙기는 사랑스러운 젊은 연인도 만날 수 있는 곳, 꼬르륵 허기진 배에 만만한 한 끼를 해결하듯 와구와구 한입 가득 넣은 채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학생에게도 붕어빵은 천 원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선물이 되어준다.      


때때로 사랑이 목마를 때가 있다. 허기진 그리움을 만났을 때..

끼니를 걸을 때 찾아오는 배고픔처럼..

그럴 때마다 아이 들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꼭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입 안을 채우는 무엇이라도 좋았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붕어빵 마차 앞에서 잠깐의 추억이 텅 빈 마음을 채워준다. 주인장의 "아들이 엄마랑 붕어빵처럼 닮았네"라는 말에 붉으락 푸르락 소심하게 화를 내던 우리 집 막내가 생각나 소리 없이 미소를 짓는다.

학원 다녀 오는 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리던 어느 겨울날의 붕어빵 마차는 사라졌지만 타임머신처럼 가끔 다녀오곤 한다. 심술 난 웃음 짓던 막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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