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를 품은 사랑처럼
ㅡ어느 노부부의 사랑처럼
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25. 2023
형용할 순 없어도 눈앞에 사랑이 그려지는 순간이 있다.
종종 나의 시선에 담기는 모습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부부의 모습들을 많이 담게 된다.
노부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바닷속 깊은 곳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보여 감탄 같은 감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날이었다. 노부부는 별다른 말없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서로의 숟가락을 놓아주고, 서로에게 자신들의 음식들을 나눠주며 잠시 기도말을 읊조리듯 "맛있게 먹어요"라는 짧은 대화를 나누던 모습.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가끔 반찬을 서로에게 올려주는 애정을 나누던 모습은 자꾸만 눈길이 가는 따뜻한 순간이었다.
사랑을 떠올릴 때면 빛과 그림자 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느낄 수 있는 것과 느낄 수 없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구분이 아니라 어쩌면 모호함으로부터 이쪽과 저쪽, 여기와 거기를 두루 헤아릴 수 있는 성숙과 이해를 바라게 된다. 전라도 사투리로 "거시기~거 있잖아"라는 한마디로 귀결되듯이 세심하게 알아채지 못해도 눈빛으로 손짓으로 말 짓으로 담아내는 세월의 파동을 함께 견뎌내 온 노부부의 모습이 부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진정으로 아끼고 있다는 느낌. 사랑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서로에게 다채로운 감각을 선물해 주고 적절한 거리에 서서 오래 바라보며 서로의 세계를 확장해 주는 것.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의 마음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빛이고 그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