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어가는 것처럼 인생도 익어가는 시간이다.
1박 2일 지리산 맛있는 부엌에서 술술 특강 열두 달의 술 빚기 수업을 다녀오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10년을 한결같이 우리의 좋은 술을 어떻게 하면 널리 널리 알릴까 고민하고 계시는 장미란 선생님과 함께 4가지의 전통 누룩을 빚었고, 고은정 선생님과 스텝 선생님들께서 우리 술과 맞는 봄의 안주를 만들어 주셔서 제철 보약 열 첩 정도 먹은 것처럼 기운을 받고 돌아왔다. 함께 배웠던 도반들의 수업 시작 전과 끝나고 난 후의 눈빛들이 사뭇 다르다. 그동안 전통 누룩 빚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는데 염원하면 이루어지듯 훌륭한 선생님과 좋은 도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제야 만나고 나니 다 때가 있는 거구나 싶다.
발효하는 시간 동안 같은 재료여도 계속 살피고 공을 들이지 않으면 부패가 되어 버린다.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만 새 생명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처럼 시간과 습도의 환경을 맞추어가며 사랑을 품고 기다려야만 한다. 인간의 장점이 발효가 돼서 제3의 물질이 되려면... 즉 전문성이 갖추어지려면 꾸준하게 기다리는 인내심과 한 눈 팔지 않고 돌보는 정성의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말 중에 익어간다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조금씩 나의 인생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우리 전통 술을 만나게 된 의미를 찾아가 보는 기회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어 고맙고, 오랜 벗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열두 달 동안함께할 도반들과의 인연에 소중함을 느낀다. 누룩 발효는 어르고 달래며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사를 닮았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우리 아이들을 키웠듯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어쩌면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내 인생도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한 잔의 술처럼 익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