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사방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간신히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탁탁(오토바이와 지붕이 있는 수레를 합친 형태로, 모로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사와 호객꾼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그 중 우리들의 호스트 이름인 “브라힘”을 반복해서 말하며 신호를 보내는 기사의 탁탁에 탔다. 우리를 집까지 안내하기 위해 미리 섭외된 기사로 보였다. 금세 수레 안은 꽉 들어찼다. 키가 큰 야니스는 탁탁 안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해, 날개가 접힌 나비 꼴을 한 채 앉아야 했다.
온통 깜깜한 가운데, 탁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을 외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어딘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밤이었으나, 야니스가 곁에 있기에 그리 두렵진 않았다. 이윽고 탁탁은 사막 한가운데 우뚝 밝혀진 불빛 앞에 멈추어 섰다. 어두운 빛깔의 피부를 가진 데다 머리를 박박 깎아 다부져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나와 악수를 청했다. 이름은 아흐마드라고 했다.
야니스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아흐마드의 집에 묵고 있던 호주인 여행자 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다른 여행자를 본 우리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 서로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던은 다음날 떠날 예정이었기에 나와 야니스 그리고 아흐마드만이 집에 남아 있게 될 상황이었다. 그사이 아흐마드는 우리에게 저녁 식사를 차려 주었다. 카레 맛이 나는 파스타였다. 마침 하루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라 시장기부터 달랬다.
아흐마드의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캠프지에 가까웠다. 군데군데 위치한 작은 흙집들은 모래와 진흙을 이용해 지은 것으로, 가장자리가 각진 네모꼴이었다. 아흐마드가 거주하는 장소로 보이는 큰 흙집에는 이부자리와 탁자, 부엌이 갖추어져 있었다. 작은 흙집들에도 제각기 간소한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중 한 곳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었다. 샤워기는 있었으나 수급 상태가 좋지 않았고, 물에서는 짠맛이 났다. 아흐마드는 나와 야니스에게 각각 다른 흙집을 배정해 주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아흐마드의 집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었다.
일단 밤이 늦었으니 잠을 청하기로 했으나, 쉽사리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흙집 안이 너무 더운 데다 벌레까지 우글거려 문을 잠시 열어 두었는데, 그 틈을 타 온갖 벌레들이 불 켜진 집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사람처럼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튀어 다니는 벌레가 내 침낭으로 쏙 들어가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좁은 공간에서 생전 처음 보는 벌레들과 동거할 바엔 차라리 탁 트인 야외에서 자야겠다는 생각에 침낭을 미친 듯이 털고선 모래 위에 깔았다. 흙집보다 훨씬 시원해 쾌적한 감이 들었으나 벌레들이 침낭 속으로 들어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온몸을 꽁꽁 싸매야만 했다. 새벽 다섯 시쯤 눈을 뜨자, 이미 주변이 어느 정도 밝아진 와중 나 혼자만이 모래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그제야 추위를 느껴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차에, 짐을 싸 나가는 던과 마주쳐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