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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Jun 12. 2024

그래도 기대고 싶을 때

나는 이렇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교를 졸업한 오리 공주. 새해에는 연애 필요하다.


죽을라 카더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나약한 생명체로써 난 이렇게 주장한



어떻게든 기대라!



그리고 살아남아라.


홀로 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게 불가능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을 찾으려는 욕구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으니. 친구보다 더 깊은 관계인 '연인' 날 더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잠깐은 내게 신뢰감을 주어 심적으로 안정되게 해 주었다.


심적 안정감, 내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었다.





물론 주변에 친구도 몇 없으며 사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내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어쩌다 데이트라는 하게 되면 잠자던  연애 세포들이 다 같이 구름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가 막힌 황홀함이었다.


그것이 오면 상대는 대차게 까버렸다.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에게 의존성이 뿜어져 나오는 마음의 문을 열어제끼는 막기가 힘들었다.


상대방은 그런 날 부담스러워했고(당연하다) 운 좋게 시작한 만남은 연락을 지속할수록 차갑게 식어갔다.



그들은 미성숙한 나를 귀신 같이 알아챘던 것이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절박해져서 떠나는 사람의 옷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러면 그럴수록 의 발걸음은 원숭이보다 빨라졌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좌절했다. 절절한 감정을 마취시키기 위해 일기에 줄줄이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이런 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나는 슬프고 어쩌고.


그러나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감쪽같이 괜찮아졌다는 것이다. 난 언제 슬펐냐는 둥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섰다.





이런 대책 없는 상태를 벗어나야 했다.

상담에 가서는 나의 근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부끄러웠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와 의사 선생님의 조언과 함께하니 다행히 문제의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아, 사람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구나

관계를 잘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마음과 행동을 차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겠다'



그것은 무척 사소한 자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인식들이 마음 한 편에 모이면서 상황이란 바퀴가 올바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계기가 되었다.





기대지 않아도 되는 그날까지



아련하게 모아놓은 실패들을 보며 난 더 나은 내 모습, 더 나을 수 있었던 행동들을 몹시 갈망했다. 관계에서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고 싶었고 힘에 부쳐도 그러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갔다.


그랬더니, 전에는 '이 사람이 아니면 날 좋아해 줄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도 발견했다. 주옥같은 만남이었다.


'고쳐내야 할 성격'이라 믿었던 찐득한 껌덩어리가 끔하게 떨어져 나가고 어두웠던 자존감은 맑게 개었다.


기대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도 내적인 성장과 함께 커져나갔.



기댐이 절실한 사람은 어떻게든 기대야 하는 시간도 필요한 듯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개선해야 할 점도, 곁에  사람이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홀로 설 수 있는 힘은 그러한 에너지를 갖춘 사람들을 곁에 두고 보고 배우며 조금씩 길러가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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